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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2 한국의 스타트업-사이러스 황룡 대표

이 글은 한국경제매거진 6월 둘째주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사이러스 황룡 대표의 이야기는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에 아주 초창기에 실린 적이 있는데 과거에 썼던 내용은 여기 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썼던 내용의 업데이트 버전이라 따로 숫자를 붙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진은 한경매거진 서범세 팀장님께서 찍어주셨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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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재학중일 때부터 창업을 했다. 창업이 몸에 배인 사람이다. 청년 취업난이다, 창업 정신이 필요하다 어쩐다 하지만 그처럼 창업DNA로 투철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살아가면서 느낀 불편함, 불합리한 점 등을 개선하는 것을 창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불편한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이 그만큼 크다고도 할 수 있고, 겁이 별로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인디밴드 음악 사이트 블레이어와 페이스북 기반 음원 오픈마켓 라우드박스를 운영하는 사이러스의 황룡 대표다.

◆문제가 있으면 바꿔야지

애견을 좋아하는 황룡 대표. 고등학교 재학중이던 시절, 애견을 사고파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애견 애호가들은 종자가 좋고 관리가 잘 된 애견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어려워 시중에서 비싸게 구매하는 반면, 좋은 애견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꾸로 적절한 애견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다보니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건강과 관리 상태를 확신할 수 없는 애견을 구매하는 일이 많았다. 정보의 부족에 따른 소비자 선택이 제한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분야가 애견일 뿐이다.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을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에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언젠가 이 문제를 한번 해결해보리라고 생각한 황룡 대표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관련 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했다. 대학 2학년때인 2004년 애견 직거래 사이트를 열었다. 개인간에 애완견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아서였을까. 오픈하자마자 야후 관련 카테고리에서 순위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기본적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코스프레를 직접 하는 것은 좀 뻘쭘해하쟎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애견을 코스프레하는 것에는 적극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애견이 코스프레를 하면 사람들의 눈길도 끌 수 있을테구요.”

 이런 생각에서 애견코스프레 서비스를 갖다 붙였다. 큰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유료 서비스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문제점을 발견하면 개선하고 고쳐 나가려는 습관은 어딜 가지 않았다. 군에 복무해서도 마찬가지였다. 9사단에서 전산병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그가 맡았던 일은 서플라이에 있는 각종 부품 및 정보를 찾아주는 일. 여느 전산병과는 하는 업무가 사뭇 달랐던 듯하다. 전화가 하루에 100통이 넘게 걸려왔다고 한다. “정보 검색이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정보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복무중이었던 부대에만 적용하려고 했는데 확산되면서 전 군에 뿌리게 됐죠.”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9글’. “그때 구글에 한창 빠져 있었어요. 9사단의 9에 구글의 글을 붙여서 만들었습니다.”  이름 짓는 거 하나만 봐도,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위트가 대단했던 것 같다. 

◆음악 서비스로 세번째 도전
2007년 3월9일에 제대를 한 황 병장. 제대 다음날인 3월10일부터 바로 사무실을 얻으러 다녔다. 창업 아이템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한 것은 인디음악 음원 관리 서비스. 이 역시 자신이 느낀 생활의 불편함에서 힌트를 얻었다. 

 “인디 음악 중에도 정말 좋은 음악들이 많은데 인디밴드들은 알리기가 힘들고, 소비자들은 잘 찾기가 힘들쟎아요. 그걸 한 번 해결해보면 시장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런 생각에서 오픈한 음원 관리 서비스 블레이어(www.blayer.co.kr). 그에겐 세번째 창업 도전인 셈이다. 그는 인디밴드의 음원을 유통하기 위해 150여명의 인디밴드를 직접 만나 1500곡을 확보했다. 인디뮤지션들은 자신의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 게 쉽지 않았지만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계속해서 설득하는 그에게 결국 하나둘씩 공감을 했다. “힘들 게 얻어야 관계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신뢰가 쌓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블레이어’는 쉽게 말하면 인디음악을 모아놓은 사이트다. 블레이어에는 저작권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뮤지션만 음악을 올릴 수 있다. 처음에는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의 음악을 다른 사람의 블로그나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쓸 수 있게 해 대중들과 접점을 넓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인디음악을 즐기고 싶은 이용자는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스킨을 설치해 언제든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블레이어에는 ‘스트리밍 무제한’이나 ‘정액제’ 상품이 없다. MP3 파일로 한 곡당 블레이어 내 가상 화폐인 씨앗1로 가격이 고정됐다. 미리듣기는 전곡 무료이고 전체 분량을 다 들을 수 있다. 구매한 곡에 한해 재생목록을 만들어 들을 수도 있다.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곡도 있다. “음악가들이 먼저 요구해 도입한 기능입니다. 자기 음악을 무료로 제공하고 싶은 음악가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분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블레이어는 인디밴드 음악의 유통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지만 좀 더 대중적인 서비스를 위해선 다른 유통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황 대표는 지난해부터 전세계 음악가를 대상으로 페이스북 응용프로그램(앱)으로 서비스하는 라우드박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라우드박스는 페이스북 내 가상 화폐인 ‘페이스북 크레딧’을 이용해 전세계 어디에서나 음원을 구매하기 쉽게 했다. 판매 가격은 음악가가 직접 정한다. 블레이어와 마찬가지로 관리 페이지에서 음악가가 음원과 앨범 재킷을 직접 올리도록 했다. 블레이어는 판매자로 등록하면 음원에 대해 제지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지만, 라우드박스는 사이러스쪽에서 승인을 해야 판매하게 했다. 사이러스는 라우드박스에 이용자의 취향을 바탕으로 적절한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블레이어나 라우드박스에 등록된 음악을 일반인뿐 아니라 게임업체나 독립영화사에 제공하는 등 B2B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길을 찾다
최근 황 대표는 눈길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라우드박스를 서비스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페이스북을 동남아에서 많이 쓰고 있는데 동남아에서는 아직 온라인과 모바일에서의 음원 유통이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갖고 들어가면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황 대표는 우선 태국 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동남아와 페이스북, 음악을 같이 떠올리면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 ‘한류’. 그럼 황 대표는 한류 열풍에 기대려는 걸까? 그는 고개를 젓는다.
 “지금의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이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장은 그쪽의 인기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것만으로는 안됩니다. 동남아에서 K-POP이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태국만 봐도 시장 점유율이 17% 정도밖에 안되거든요. K-POP을 포함해 현지 음악까지 SNS에서 유통하는 플랫폼이 되려고 합니다.”

 동남아 시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광고를 보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 한국에서는 음악을 재생할 때 광고가 나오거나 위 아래로 광고가 붙는 것을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태국만 해도 사람들이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게 황 대표의 분석이다. “광고 모델을 기반으로 무제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상품을 연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콘텐츠를 잘 확보하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가 음악 플랫폼을 통해서 꿈꾸는 것은, 의외로 좀 철학적이다. 그는 ‘같은 필터로 걸러진 음악은 개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음악이 마치 사회의 다양성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제약없이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저작권자들이 조금이라도 수익을 가져가면 더 다양하고 개성있는 음악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사회와 문화에 많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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