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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04 한국의 스타트업-(96)일루수 황지영 대표

역대 프로야구 각 구단의 1루수 중에는 유난히 강타자가 많았다. 삼성라이온스의 이승엽 선수가 그렇고, 한화이글스의 김태균 선수, 롯데의 이대호 선수(현 오릭스 버팔로스) 등이 우선 떠오른다.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기아타이거즈의 최희섭 선수, SK의 박정권 선수도 만만치 않은 1루수 출신 선수들이다. 통계적으로 역대 타자 MVP 18명 가운데 11명이 1루에서 배출됐다는 것을 봐도 1루수는 검증받은 선수들의 자리였다.

 그래서 회사명을 ‘일루수’로 지은 황지영 대표를 만났다. “일루수처럼 모바일 시대의 강타자가 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회사 이름에 야구의 특정 포지션을 쓴, 재미난 상상력의 팀이다. 회사가 잘 되면 사업을 넓혀가면서 이루수, 삼루수, 유격수 등으로 이름을 단 회사를 세우는 등 확장할 수 있다며 즐거워하는 일루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뻔한 것은 못 참는 여성 공학도

황지영 대표. 오랜만에 이 코너에 등장한 여성 CEO다. 화학공학을 전공으로 한 그는 “뻔히 안 될 것이 분명한 일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고 본인을 설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윗선의 여러가지 지시와 그에 맞춰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그런 게 싫었다고 한다.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일이 떨어졌을 때 회사를 나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소신이 뚜렷하고 강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조직형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덕에 여러 회사를 옮겨다녔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의 모 종금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그가 IT(정보기술) 분야로 발을 옮기게 된 것은 필명 도이모이(Doimoi)라는 사람이 쓴 칼럼을 읽고 난 후였다. 

인터넷이 앞으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 글을 읽고, 황 대표는 IT업계로 옮겼다.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곳에 자신을 던진 것이다. 

 다모임, 조이온, 엔씨소프트, 한컴 씽크프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그런 회사들에서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며 일을 했다.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는 일 보다는 기획 업무를 맡았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다보니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옮기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을 싫어하는 성격도 크게 작용했다. 이런 경력이 샐러리맨으로 계속 그렇게 살려고 한다면 단점이 되겠지만, 회사를 창업했으니 현재로선 딱히 단점이 될 일도 없을 듯하다. 

 이야기가 잘 이어지지만, 여기서 연결 고리가 끊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회사 생활이 지겨워져서 창업을 했다?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창업에 원래 관심이 엄청 많았던 거 아닌가요?” 아니나 다를까, 혼자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검증받으러 여러번 다닌 경력이 있었다.

 “주로 게임 쪽에서 사업 아이디어가 좀 있었어요. 제가 프로그래머가 아니었기 때문에 게임을 직접 만드는 것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아니었구요, 게임 속에서 작동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아이디어였죠.”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아이디어를 다듬은 그는 국내 한 유명 게임회사 창업자를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회사의 사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기좋게 거절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녀가 완전히 꿈을 접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혼자서 시작한 창업

회사를 많이 옮겨다녔지만 계속 뜻을 함께 하면서 호흡을 맞췄던 사람들도 주위에 생겼다. 그런 사람들 5명이서 창업을 모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때가 아직 무르익지 않아서인가. 생각과 달리 추진이 잘 되지 않았다.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무작정 공동 운명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거쟎아요. 그래서 창업을 할 때 초창기 멤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인 것 같아요. 그런 열정이 없으면 일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는 혼자가 됐다. 혼자가 됐어도 그는 시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남편한테 말했죠. 창업 자금 좀 빌려달라고. 사실 결혼하고 둘이 같이 모은 돈이었지만,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의 지지를 얻은 그는 2012년 5월 혼자서 회사를 설립했다. 당장의 현실때문이지, 1인 창업을 해서 회사를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가장 시급한 인물은 CTO(최고기술책임자). 믿을 만한 사람에게 CTO를 맡아달라고 청을 했다. 그런데 그가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줬다. CTO가 확정되면서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 등 다른 멤버들도 채워졌다. 프로젝트 방식으로 회사 생활을 해 온 그는 창업도 그렇게 했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 프로젝트를 이 멤버들과 하는 식이다. 성과나 함께 일을 하는 과정에 따라 계속해서 같이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느슨한 형태의 창업멤버들이다.

◆자연스럽게 ‘공감’을 나누는 ‘비타민’

이들의 첫 작품은 공감을 나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비타민’. 10월중 서비스가 출시된다. 아이폰 용으로 먼저 나오고, 안드로이드 버전은 추후 출시될 예정이다.

 출시되기 전의 비타민 서비스를 살짝 맛봤다. 이름처럼, 이 서비스는 고된 하루에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거나 외로운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런 공감형 서비스다. 

 서비스를 실행하면 자신의 그날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창이 뜬다. 그날 내 기분을 입력하는 방식은 아니다. 너무 다양하게 기분을 표현하면 오히려 소통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16가지로 제한했다. 그 정도만 되도 대략 그 날의 자신의 기분을 알리는 데 부족함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내 기분을 표현하면 소통과 공감을 위해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것이다. 많은 다른 앱들이 그렇듯, 이 앱도 역시 다운로드하는 순간 스마트폰 주소록에 있는 지인들과 자동적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무작정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내가 기분을 표현해야 네트워킹이 시작된다. 내가 그날 그 어떤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고 싶지 않으면 기분을 표현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기분을 표현하지 않지만 친구 중에 그날의 기분을 표현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주 우울한 친구가 있다고 치자. ‘오늘 술이나 한잔 할까’, ‘힘내 내가 있쟎아’, ‘힘든 일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야’ 등 위로의 멘트를 날리고 싶다. 여기서 통상적인 SNS와 다른 비타민의 특징이 나타난다. 비타민은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없다. 슬쩍슬쩍 미는 방식으로 나의 기분을 표현한다. 즉 미리 준비된 멘트를 선택해 이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것이다. 어떤 말을 해줄까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만의 독특한 멘트를 보내긴 어렵지만 쉽고 편안하게 상대방에게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NS가 발전하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질 수록 개개인의 일상 생활은 더욱 외로워지는 경향이 있다. 주소록에 친구는 넘쳐나지만 막상 힘들때 내 기분을 표현하고 위로받기는 힘든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등에 기분을 남길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볼 우려가 있다. 기분이 우울하다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그렇다. 바쁘게 살다보니 일일이 텍스트를 입력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한 SNS다. 

 ‘하루에 한 번 감정 터치’ 황지영 대표가 내세운 비타민의 캐치프레이즈다.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들도,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이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수월하게 표현해 소통할 수 있다. 악플을 달 수 없는 구조라는 장점도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NHN 밴드 등 기존 모바일 기반 SNS가 놓치고 있는 최소한도의 심플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빈틈을 파고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서비스를 소개하고 다니다보니 헬스클럽이나 회원제 운영 서비스 등에서 회원 관리에 아주 좋은 서비스라는 말을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과 복합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 대화 시간이 부족한 사람 등에게 유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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