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바닥에는 온갖 전기 전자 부품들이 가득했다. 벽에는 해체했거나 테스트중인 드론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사무실 한 구석에선 드론이 윙윙 날고 있었다. 큰 모니터가 딸린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복잡한 기계의 회로도를 구상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유비파이(Uvify) 사무실은 제품을 생산하는 벤처기업의 사무실이라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고 상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수선하고 복잡해보이지만,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이 활기차게 도전하고 만들고 있는 그런 풍경이었다.
드론에 심취한 항공우주공학 박사 3인방
임현 유비파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뭔가를 직접 조종하는 것보다 저절로 움직이게 해 놓고 관찰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저절로 작동하게 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꼈다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갈 때 그는 소프트웨어를 공부했다.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2010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하던 중 영상기반 항법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영상기반항법이란 게 말 그대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현재 상태를 파악해 즉각 대응하는 그런 항법을 뜻합니다. 제가 했던 일은 항공기 자동착륙에 관한 연구였는데, 항공기가 착륙할 때 활주로의 영상을 촬영해 자동으로 방향을 잡아주는 거였죠. 단순히 영상촬영만 해서는 안되고 인공지능 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했어요.”
연구는 팀으로 이뤄졌는데 그때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박철우, 이경현 두 사람과 함께 했다. 임현 대표를 포함해 세 사람은 모두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각자 나름대로 특화된 분야도 있었다. 임 대표는 영상기반항법에, 박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드론 컨트롤 시스템에, 이 이사(CPO)는 자동조종장치에 장점이 있었다.
연구 주제는 매력적이었지만 이들은 좀 더 구체화된 뭔가를 원했다. 영상기반항법의 발전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실제 인공지능으로 날아갈 수 있는 드론이 가능한지,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등등. 이걸 하려면 연구 단계에서는 힘들었다. 펀드의 제약도 있고, 연구 방향도 맘대로 잡기 힘들었다. 결국 창업을 해야 한다는 게 이 팀의 결론이었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정말 드론이 시장이 열릴까?”
기술력은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영상기반 실시간 실내위치인식 기술을 개발했고, 2013년에는 한국 항공 우주 논문상에서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2013년 후반기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드론이 크게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면서 이들도 확신을 갖게 됐다.
2014년3월, 세 사람은 유비파이를 창업했다. 유비파이(UVify)는 ‘Unmanned Vehicle’의 앞 두 글자를 따고, 로봇을 무인화 하려는 뜻에서 ~ 화 하다의 접미어인 ify를 합성했다. 즉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높은 자동화 수준의 날아가는 로봇 시스템을 만들려는 목표를 담았다고 한다.
“사람이 드론을 힘들게 조종할 필요없이 드론이 알아서 목적지까지 가서 임무를 수행하고 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이게 가능하다면 드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조종 미숙으로 인한 추락, 좁은 공간에서 사람·사물과의 충돌 문제도 해결될 수 있구요 ”
눈 달린 인공지능 드론 개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후문(낙성대) 인근 유비파이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임현 대표와 서너명의 직원들이 드론 실험 비행을 하는 등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임 대표는 “인공지능을 드론에 적용하면 힘들게 조종할 필요없이 드론이 알아서 목표에 날아가 필요한 일을 하고 온다”며 “사람의 개입이 필요없기 때문에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영상촬영 등 기존 드론이 하기 어려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드론’이라는 거창한 것을 만드는 회사지만 일단은 제대로 날 수 있는 드론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 임 대표는 “스스로 평형을 잡아서 목표지점까지 똑바로 날아가는 게 인간으로 치면 소뇌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게 인공지능 드론의 기초”라며 “대부분 이 단계에서 잘 안돼서 실패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제대로 날 수 있는 드론이 완성되면 여기에 영상장비를 장착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주입해야 한다. 그는 인공지능 드론을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인공지능이 들어간 컴퓨터 기술과 영상장비, 그리고 최종적으로 날게 해주는 모터와 동력전달까지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실전이 결합돼야 드론이 완성된다는 것. 그가 드론에 매력을 느낀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기계항공우주공학까지 공부한 자신의 전공을 두루 살리기에도 좋은 분야라는 것.
유비파이는 우선 드론레이싱 대회에 나갈 만한 고성능 드론을 만들었다. 시제품이 나와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드론은 가을께 출시된다. 창업후 케이큐브벤처스에서 3억원을 투자받는 등 외부 자금이 수혈됐지만 향후 크라우드 펀딩이나 추가 투자 유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
유비파이는 휴대가 간편하고 다양한 탑재체를 장착 할 수 있는 상용 드론을 출시해 안전, 검사 등 기존 드론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에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 미국 유럽등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 드론 레이싱, Public Safety 드론 등 새로운 시장도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로 치면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같은 프리미임 드론을 누구나 살 수 있게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게 목표에요. 지금의 헬기나 촬영장비가 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드론을 만들고 싶습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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