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완미시공이라는 게임업체가 만든 완미세계라는 온라인게임이 동시접속자수 2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접했다.소식을 듣자마자 올해 한국에서 출시된 게임들의 성적이 궁금해졌다.게임트릭에서 찾아보니 올해 한국에서 현재까지 서비스(오픈 베타 기준)가 시작된 신규 게임들이 51개라고 한다.작년보다는 감소했지만 올해도 많은 수의 게임들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완미세계보다 나은 성적을 낸 게임이 얼마나 있을까?
놀랍게도 51개를 통털어서 달랑 1개 밖에 없었다.그것도 아주 최근에 서비스를 개시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창천’이 유일했다.‘미르의 전설’시리즈 개발자로 명성이 높은(특히 중국에서) 박관호 사장이 오래간만에 들고온 컴백 작품인 창천은 지난 달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으며 동시접속자수가 3만7000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그야말로 한국 온라인게임의 굴욕이다.항상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을 운운하면서 게임성과 그래픽,흥행성 등 모두에서 WOW를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다고 자신만만해왔던 한국 온라인게임이지만 한 수도 아니고 두,세 수 아래라고 폄하하던 중국 게임에 보기좋게 일격을 당한 셈이다.사실‘창천’마저 없었으면 굴욕이 아니라 한국 게임의 좌절이 될 뻔 했다.
현재까지는 창천이 그나마 한국 게임의 얼굴을 좀 살려줬다고도 할 수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올해 나온 게임 중에 2만은 고사하고 동시 접속자수 1만명을 넘긴 게임은 레드덕의 ‘아바’,엠게임의 ‘홀릭’밖에 없다.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온라인2’는 한때 1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너무 빨리 퇴보해 잊혀졌다.
사실 앞서 최근 2년 동안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태는 심각하다.그동안 중국 게임은 상대가 되질 못한다라는 막연한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완미세계는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기존의 게임 공식을 답습하고 기술적인 측면의 하이 퀄러티에만 집착하고 있는 사이 완미세계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끌 만한 독특한 요소를 갖춰 눈길을 끌고 있다.마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와 ‘리니지’의 게임성을 한데 섞어 놓은 듯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특히 MMORPG로는 드물게 비행시스템을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요즘 새로 출시되는 한국 온라인게임들의 면면을 보고 이들의 흥행과 작품성을 보면서 위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나만이 아닐 것이다.그리고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한국이 온라인게임에서 최고다’라는 꿈에서 깨어나는 수밖에 없다.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2006에서 넥슨재팬 데이비드 리 사장을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 생각났다.
“한국 개발사들이나 게임업체들이 아직도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자부심은 좋지만 그런 생각에만 사로잡혀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를 못보고 못듣는지를 생각하면 화가 날 정도입니다.이젠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때입니다.일본,미국은 물론이고 우리가 그렇게 얕보는 중국도 결코 우리보다 한참 아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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