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가볍게 가족들끼리 즐기거나 혼자하는 운동부터 팀을 이뤄서 하거나 지역사회, 또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하는 운동까지 꾸준히 즐기면서 운동을 생활처럼 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흔하게 주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초보라는 이유로, 장비나 정보가 없어서, 함께 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고 싶은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체육을 사회 공헌의 관점에서 접근해 사업에 나선 사람이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225회 주인공, 정아람 대표다.
소셜벤처 창업 나선 검도4단의 무도인
용인대에서 동양무예, 검도를 전공으로 한 정아람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일찌감치 창업을 할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체육을 전공으로 하면 프로선수, 실업팀 선수 등 전문적인 선수의 길을 가거나 아니면 도장을 차리거나 강습을 하는 쪽으로 가게 마련이에요. 스포츠 관련 지식이나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려면 도장이나 전문 강습을 하는게 맞죠. 그런데 저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4월중순 플레이콕 주최로 열린 검도 동호인 모임. 앞줄 오른쪽 네번째 앉은 이가 정 대표>
검도 4단의 무도인 정아람 대표는 확실히 운동으로 단련된 사람의 분위기를 풍겼다. 합기도와 씨름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는 선수로 계속 남고 싶은 마음도, 그냥 도장을 차릴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뭘 알아야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래서 경영 관련 과목도 듣고 연관된 서적도 읽는 등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홈플러스에 공채로 입사했다. 그는 여기서 ‘인생’ 공부를 했다고 한다. 나이 지긋하신, 거의 어머니뻘 되는 분들과 함께 일하면서 조직 관리를 배우고, 지식이나 이성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한다. 약 3년 동안 있으면서 점포관리 매니저로 일했다.
“아무리 권한이 있다고 해도,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을 이끌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먼저 앞장서서 매장의 물품을 정리하고 말로 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2014년에 홈플러스를 나와 스포츠총판회사에 입사해 영업을 기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목적은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과 같은 ‘선수’출신들 또는 체육 전공자들의 일자리 창출과도 관련된 것이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들만 전국에 35만명에 달합니다. 실업팀이나 프로선수 출신의 체육인들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죠. 이들 대부분은 1년에 1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연금을 받습니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생활이 될 정도의 수입을 버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요.”
이들에겐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들은 프로들이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실력이 있다. 일반인들과 이들을 만나게 한다면 일반인들에겐 해당 스포츠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엄청나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학원을 차리는 것도 자금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운동만 열심히 한 체육인들은 돈을 좀 가지고 있더라도 사기를 당해 날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정 대표는 이런 ‘선수’출신 체육인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스포츠교육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것은 통상적인 스포츠센터에서 하고 있는 정기 강습이나 체험 시스템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생활 체육 저변 넓힌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스포츠를 하고 싶거나 잘 해서 동아리 등을 조직해 스포츠를 즐기는 애호가들의 숫자만 3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협회 등에 등록된 사람만 이 정도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들 중 단순 취미 생활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도 제대로 배운 체육 전공자들이나 선수 출신들에게 강습을 받고 싶은 이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선수 출신이나 체육 전공자들에겐 이런 수요가 ‘일자리’가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국민의 체육 활동을 장려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거창한 목표에 일조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를 찾는 운동 애호가들과 선수출신의 체육 전공자를 연결해주는 것. 이것이 정 대표가 생각한 서비스의 컨셉트였다. 일자리 창출과 건전한 활동의 증대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에 이른바 ‘소셜 벤처’로도 모자람이 없다. 사이트를 오픈해서 양 쪽의 수요를 연결시켜 줄 장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사이트를 만들려면 엔지니어가 있어야 한다. 그는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직접 사람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그런 모임에서 드디어 개발자를 찾았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까지 받은 뒤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김문학씨를 만난 것이다. 김문학이 개발를 맡기로 하고 두 사람은 2015년12월24일 플레이콕을 창업했다.
사이트는 이달 말쯤 정식 오픈할 예정. 다만 그 전에 실제로 사람들을 모으고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을 해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테스트를 하고 있다. 대학이나 직장 등 큰 규모의 동호회에 체육 전문가를 연결하는 것은 기존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정 대표의 판단.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법으로 수익도 낼 수 있다.
관건은 지역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소규모 모임을 끌어내는 것과 모임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운동에 대한 관심이 있는 잠재적인 동호인들을 세상에 나오게 하는 것. 시험 삼아 지난주엔 검도 모임을 만들어봤다고 한다. 별로 알리지도 않았건만 20명 한도는 그날로 다 찼다. 심지어 외국인도 있었다. 검도에 관심이 있지만 학원에 다닐 시간은 없고, 그저 검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가끔씩 즐기고 싶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사실 그렇다. 운동을 한다고 꼭 도장을 다녀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스포츠센터에서만 체육 활동을 하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른 선택은 쉽지 않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가 쉽지 않고 장소나 지도해줄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플레이콕은 그런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검도, 유도, 마라톤, 축구, 야구, 농구, 테니스, 탁구 등 20여개 종목의 동호회나 애호가들, 초보자들에게 언제든 원할 때, 시간 될 때 그런 모임에 나가 운동을 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포츠 버킷리스트가 있다.’ 플레이콕에게 이 명제는 이 회사의 존재 이유와도 같다. 그런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게 해 주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특강콕, 번개콕, 경쟁콕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그냥 수영을 초보 단계부터 배우는 모임도 만들 수 있지만 특정 종목, 예를 들어 접영을 마스터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면 이들이 플레이콕을 통해 전문가를 초청해다 특별 강습을 받을 수 있다.(특강콕) 또 봄 등산을 하기 위해 즉석 모임을 만들거나(번개콕), 우리동네 농구대회를 여는 것(경쟁콕)도 가능하다.
“당신의 스포츠 버킷리스트는 뭔가요? 수상스키? 암벽등반? 그런데 왜 그것을 못하고 있나요?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전문가를 못 찾아서? 장소가 없어서?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을 못 만나서? 플레이콕에 오시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꿈을 현실로 만드어 드립니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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