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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25 한국의 스타트업-(226)인테리어코리아 허지선 대표

건설 시장은 불황일지 몰라도 인테리어는 호황이다. 낡은 집에 살면 내부를 바꾸고 싶어지고, 새로 개업을 하거나 이사를 가도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집을 사기 힘든 사람은 많아도 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인테리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인테리어 분야에서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은 비슷한 가격 대의 다른 소비 행태에 비해 너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결(?)하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대략 5000만원 안팎이 드는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할 때 얼마나 고민하고 비교하고 따져본 뒤에 선택을 할까. 비슷한 가격의 차 한 대를 살 때는 아마 엄청나게 발품을 팔고 정보를 구하고, 시승까지 여러 차례 해 본 뒤에야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할 때는 별로 그런 정보 없이 그냥 부동산 업체를 통해 소개를 받거나 동네 인테리어 업체와 얘기를 해서 공사를 진행한다. 꽤나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치고는 너무 단순하고 정보가 없다. 인테리어코리아는 이처럼 정보가 차단된 소비자에게 정보와 선택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허지선 대표가 보기엔 이것은 새로운 시도인 동시에, 시장 정상화의 과정이다.

중개업체가 왜 필요할까

허지선 대표는 전남대학교 공과대학에서 건축학과를 나왔다. 건축설계가 그의 전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 시절 그는 좀 더 큰 규모의 건축에 관심을 가졌다. “큰 설계를 해 보고 싶었어요. 큰 규모의 건축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대학원 과정은 도시설계를 택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도시설계를 전공했다고 한다. 건축설계가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라면 도시설계는 하나의 도시 전체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고 공부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도시 설계는 건축설계와는 다른 세계였다. 허지선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수원시정연구원에 들어갔다. 그게 2014년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어요. 글쎄 좀 공허했죠. 너무 규모가 큰 일을 한다는 게 붕 뜨게 만드는 효과도 있더라구요. 도시 설계라는 분야가 꼭 그렇다기보다는 연구원 생활이 제게 안 맞았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그러면서 연구원 생활은 1년 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건축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을 하면서 너무 큰 그림만 그리는 일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건축이 그런 측면에선 맞지 않을까 생각했구요.”

이렇게 해서 건축설계 쪽으로 돌아섰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건설 분야가 불황이어서 일감이 없는데다 건축사들은 차고 넘쳐나기 때문에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었다. 점점 작아지는 시장을 놓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인테리어 사업 분야는 경쟁은 치열했지만 일감 역시 쏟아지고 있었다. 일감이 워낙 많기 때문에 업체가 많아도 다들 살 수 있는 구조라는 것. 다만 건축설계 분야에 비해 건당 규모가 작고 마진 폭도 작을 수밖에 없었다.

인테리어쪽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유심히 보던 허지선 대표는 뜻밖의 일을 발견하고 놀라게 됐다고 한다. 소비자가 인테리어 공사를 맡기기 전에 업체들간, 다양한 인테리어간 비교하거나 평가해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거였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은 단순 중개업체에 의존하고 있었다. 인테리어를 요청하면 중개업체가 주문을 받아 몇 개의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해주고 소비자들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이다.

도대체 왜 중개업체가 필요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업체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면 될 텐데 말이죠. 중개업체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지만 사실 소비자들과의 연결만 해 줄 뿐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도 아니고,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그는 소비자와 인테리어 업체를 직접 연결하는 사업에서 기회를 찾고자 올초 인테리어코리아를 설립했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업체엔 더 많은 기회를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업체를 직접 만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된다. 그런데 이 역시 상당히 제한적이다. 검색창에 인테리어 관련 업체를 검색해보면 그야말로 무작위로 나온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인테리어를 잘 하는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고민하다가 집이나 자신이 운영하게 될 매장 근처의 인테리어 업체를 선택하게 된다. 시중의 중개업체를 통하더라도 결국 2~3군데를 소개받아 결정할 뿐이다. 이렇게 하면 수수료도 떼기 때문에 가격만 오른다. 인테리어 업체들 입장에서는 중개업체를 통하면 입회비를 내는 등 부담이 커진다.

허지선 대표는 소비자가 소수의 몇몇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받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먼저 고르고, 그 다음에 그걸 제일 잘 하는 업체를 찾는 방식으로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식이다.

업체들이 정보를 올리면 소비자들이 그것을 보고 선택하는 것. 이를 위해선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을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어떤 스타일로 시공을 해 왔는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인테리어 업체들을 잘 모아야 한다. 업체들의 시공 사례를 모아 포털 형식으로 보여준다.

현재 시범서비스 중인 인테리어코리아 사이트에서는 인테리어 업체들의 시공 사례를 디자인 및 스타일 별로 분류하고 있다. 대표 이미지를 클릭해 들어간 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해당 업체에 직접 문의하면 된다. 중개가 아니라 소비자가 업체들이 올린 정보를 직접 보고 찾아가는 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중개 수수료나 입회비 같은 게 일체 없다.

수많은 인테리어 업체 중 자신들의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관리할 정도로 실적이 있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는 양질의 업체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 분류를 잘 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한 해 인테리어 공사 건수만 100만 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게 허 대표의 판단. 당장은 광고 외 수익 모델이 없지만 업체 등록이 늘어나고 인테리어 분야의 정보 포털로서 트래픽이 늘어나게 되면 클릭 자체에서 수익을 얻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 대표는 인테리어 업체가 35000여개에 달하지만 이 중 지속적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블로그 등을 운영하는 곳은 수천개에 불과하다이 업체들의 시공 실적은 인테리어 디자인별로 잘 구별하는 것만 해도 업체들 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상당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업체들은 포털에서 확보하기 힘든,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되는 등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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