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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2 한국의 스타트업-(145)매거진TV 장대석 대표

참 뭐랄까. 기발하다고 할까. 매거진TV 장대석 대표를 보면서 나는 한편으론 세상엔 이렇게 아이디어를 얻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헤어샵(미용실)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머리를 손질하는 여성들에게 맞춤형 광고와 콘텐츠를 보여준다는 발상.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들으면 왠지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가 다른 점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것. 그것도 제법 사회 생활을 해서 몸이 무거워졌을 거란 선입견이 들 무렵에 말이다. 

◆15년 경력 홍보·광고맨의 대변신

장 대표는 홍보와 광고쪽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충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광고기획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부터는 드림커뮤니케이션즈라는 홍보 및 IR대행사에서 전략기획팀장과 PR팀장을 맡았다. 이어 에듀토피아중앙교육에서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코리아나화장품 홍보팀장을 거쳐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라는 홍보대행사에서 홍보 및 광고 업무를 했다.  

 PR과 광고 쪽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그가 배운 것, 그에게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를 만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는 것. 하지만 그는 창업에 대한 꿈을 계속 갖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직접 기획해서 만든 일을 갖고 내 힘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고등학교때부터 해 왔어요. 본의아니게 직장 생활을 생각보다 오래했지만 한번도 그 생각을 놓은 적이 없었죠.”

 그렇게 생각해 왔기에 15년간의 직장 생활 중에도 그는 창업을 염두에 두고 나름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경영 관련 서적을 들여다보고 여러가지 사업 아이템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은 ‘주말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아이들이 어릴 때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힘들쟎아요. 그래서 여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인터넷에서 찾으면 쉽게 나올 것 같은데,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그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아주 일찌감치 준비해놓지 않으면 닥치면 막상 갈 데가 없어요.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게 아닐거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주말 여행지를 놓고 거의 매주 고민을 하고 여러 후보지를 떠올려보지만 딱 떨어지는 곳이 나올 때는 많지 않다. 주말에 어디를 놀러가면 좋을지, 여러가지 옵션을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해 준다...그럴 듯하다. 최소한 나에겐 아주 필요한 서비스같다. 

 확신이 든 그는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다. 2010년이었다. 사업을 위해 모아둔 돈을 썼다. 초기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공공기관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2011년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런데 점점 그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일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콘텐츠가 중요한 일이쟎아요. 그런데 사업을 처음 해서 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해야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당시에 여행 관련 콘텐츠를 전부 돈을 주고 사 왔어요. 이게 정보를 확실히 얻는 방법이긴 하지만 정보가 사이트에 갇히는 거거든요. 그럴 필요가 없었죠. 그냥 링크를 걸어서 외부와 연결이 되게 했어야 됐는데..”

 서비스를 당장 접지는 않았지만 돌파구가 별로 보이질 않았다. 돈은 많이 썼는데 돈이 들어올 길은 별로 없었다.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그는 일감을 찾았다. 홍보대행도 알음알음 했다. 어느덧 2012년이 됐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주세요

2012년초 장 대표는 COSTEL이라는 주방용 홈TV를 만드는 업체를 방문하게 됐다. 홍보대행 의뢰가 들어와서였다. 회사를 찾아갔더니 제품을 보여주겠다며 그를 안내했다. 주방용TV가 가득 있는 방에 들어선 순간, 그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화장품 홍보 일을 하면서 미용실을 자주 갈 기회가 있었는데, 미용실에서 장시간 머리손질을 받는 여성들 앞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주저없이 COSTEL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홍보대행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기획을 하고 콘텐츠를 댈 테니 COSTEL에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것. COSTEL에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다. “코스텔에 딱 한가지만 요청했어요. 빨리 만들어달라구요.”

 왜 그랬을까. 당시 상황이 그렇게 급했나?

 “그냥. 내가 이런 생각을 했으니 누군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시장이란 게 선점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물건은 빨리 나왔다. 2012년 4월에 사업을 기획해 그해 9월부터는 미용실에 설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그는 설치를 중단해야 했다. 왜? “처음엔 사진과 텍스트 위주의 서비스를 했어요. 설치 후 반응을 보니 사진을 잘 보질 않더라구요. 사람들이 집중하는 건, 역시 동영상이에요.”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선 기기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이미지는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한 그는 빨리 결단을 내리고 설치를 중단했다. 10월부터 그 다음해 1월까지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다. 기기 뿐 아니라 콘텐츠 확보도 필요했다. 케이블TV업체, 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 업체, 애니메이션 제작사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광고 및 패션 관련 동영상을 스트리밍방식으로 하기엔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동영상 다운로드후 재생 방식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을 택한 것은 옳았다. 하지만 문제는 업데이트. “한밤중에 전원만 켜 놓고 가도 자동 업데이트가 될 텐데 미용실은 모두 전원을 꺼놓고 가는 거에요.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절반도 제대로 다운로드를 안하더군요.”

 1시간짜리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데 27분이 소요됐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걸림돌이 되겠다고 본 그는 또 디바이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그랬더니 1시간짜리 콘텐츠를 4분이면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다. 업데이트에는 15초면 충분했다. 인프라와 콘텐츠가 준비됐으니 이제 널리널리 확산만 하면 된다. 장 대표는 매거진TV를 조금씩 확장시켜나갔다.

◆여성들을 위한 디지털매거진

장 대표가 이 사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 이유는 고객의 집중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성이 파마를 하거나 커트를 한다는 것은 정해진 시간 동안 무조건 앉아서 화면을 봐야 하는 특수한 상황. 타깃도 20대에서 40대 연령대의 여성. 상황과 고객층이 확실하다. 미디어간의 경쟁은 누가 소비자들의 시간을 얼마나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 그는 절묘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일단 시간을 확실히 가져왔다. 무조건 일정 시간 볼 수 밖에 없는 유리한 시장을 선택한 셈.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장을 시작해 현재 서울과 수도권 800개 미용실에 8000여개의 매거진TV가 깔렸다.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빠른 속도의 확장보다는 서비스의 안정화와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그리 적은 수도 아니다. 8000대의 매거진TV를 보는 이용객의 수는 매일 30만명. 웬만한 매체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 

 미용실이라고 다 매거진TV를 설치하는 것도 아니다. 비교적 까다롭게 기준을 정했다. “쉽게 말하면 남성 헤어컷 2만원 이상을 받는 매장이 타깃입니다. 그 정도 가격을 받는 매장을 방문하는, 저희는 이것을 상위 20% 여성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지역도 처음엔 가렸다. 강남, 서초, 송파, 명동, 신촌, 분당, 일산 등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중심이다. 박승철헤어, 박준뷰티랩, 이철헤어커커, 리안헤어, 권홍헤어, 제오헤어 등 프랜차이즈점이 대부분. 좌석, 흔히 말하는 경대 수가 10개를 넘는 곳들이다. 물론 10개는 넘지 않더라도 손님 수가 많거나 프리미엄급 매장이면 설치 대상이 된다. 

 그는 이것을 단순 매체로 접근하지 않았다.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는 것. 헤어샵과 매거진TV를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겁니다. 그러면 이게 플랫폼이 될 수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할 게 많아져요. 그냥 광고만 틀어주고 동영상이나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라 물건도 팔 수 있고 멤버십도 운영하고, 다양한 부대 사업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첫번째 단계로 그는 쇼핑몰을 시작한다. 다음달부터다. 여성전용 쇼핑몰 2040W.com이 그것. 헤어샵에서 머리를 하다가 광고 상품을 본 고객이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또는 헤어샵에 주문을 하고 나중에 받아볼 수도 있다. 제휴카드를 만들어서 포인트를 누적하게 해서 헤어샵에서 할인이나 제품 구매시 포인트 활용 등 다양한 방법도 가능하다. “매장마다 우수 고객이 50여명씩은 있거든요. 전국 1000개 매장으로 하면 5만명이죠.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VVIP 매거진을 만들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5만개 부수를 찍어내는 잡지를 발행하는 셈이죠.”

 그는 유통 비즈니스 또는 MRO 비즈니스와의 연계도 고려중이다. “헤어샵에는 각종 헤어용품이나 부대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매거진TV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이런 것도 연계해서 할 수 있어요.” 성형외과, 피부과 등 전국 주요 병원들에 특화된 상품을 만드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이것 말고도 차고 넘친다. 쓸 자리가 부족할 정도다. 오프라인에서 시작됐지만 온라인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그가 추구하는 동영상 네트워크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벌써 나는 그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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