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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12 전시장 방문 후기

뉴미디어 세상 2012. 3. 12. 08:58 Posted by wonkis
현지에선 졸음과 싸우며 당일치기로 기사 막고, 돌아와서는 시차로 헤롱거리느라 진작에 올린다는 것을 못 올렸습니다. MWC가 폐막하고도 열흘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이번 MWC2012에서 보여진 중요한 흐름들을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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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하루 전날 전시장을 방문해 부스를 잠깐 둘러볼 수 있었지만 제한된 곳이 대부분이어서 사실 이번 MWC2012에서 온전히 전시장을 둘러본 것은 27일과 28일, 이틀이었다. 이틀 동안 보기에는 전시장 규모가 너무 컸고, 참가한 업체들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직접 확인하고 규모가 작거나 크게 눈길을 끌 만한 것이 많지 않은 부스는 전시장을 찾은 업계의 다른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28일 오후 5시경, 삼성전자와 ZTE 부스 사이에서 부스에 참여한 국내외 기업 관계자들(삼성전자 퀄컴 SK텔레콤 소니 LG전자 LG유플러스 등)과 모여서 MWC2012에 대해 견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약간씩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의견들이 비슷했다.

◆더 이상 전시회에 신제품은 없다?
 “왜 이렇게 볼 게 없지??”  일단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분명히 작년까지는 ‘어디어디 부스를 가봤냐’는 멘트를 하는게 MWC 전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간의 첫 인사이곤 했다. 아무래도 처음 등장하는 제품들도 많고 눈길을 끌거나 흐름에 변화를 줄 만한 제품, 서비스 등이 출품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게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게 ‘어디를 가봤더니 뭐가 재밌더라’는 투로 이야기할 만한 게 거의 없었다.”

 마치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듯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시장 부스에 나타나 재미있는 발언을 했다. 최 부회장은 MWC 2012 SK텔레콤 부스에 나타났다가 기자들과 마주쳤다. 갤럭시S3를 이번 전시회에서 왜 공개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중국업체들이 전시장에 나와 있으니) 긴장도 되고 그렇지만 (이들은) 과거 10년 전에 우리가 했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업체들이) 바로 베끼지 않는가. 지금 온 사람 대부분이 경쟁사 사람일 것이다. 안은 못 베끼지만 외관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중국 화웨이는 MWC 2012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사이에 부스를 마련하고 참가업체들 중 가장 다양한 단말기를 전시했다.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갖춘 초슬림 어센드P 시리즈 스마트폰 ‘어센드P1’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삼성전자의 우려가 기우는 아닌 것 같았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에 대해선 많은 매체들이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로 인해 직접적인 신제품 출시가 줄어든다는 효과가 있는데, 현장에서 보면 맥이 좀 빠지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엄청난 전시장을 차려놨는데 별로 새로운 게 없다면 너무 김빠지는 것 아닌가.

 물론 여기에는 MWC의 성격 자체가 좀 변화되고 있다는 것도 꼽을 수 있다. 한달 전에 열리는 가전 박람회 CES에서 미리 관련 내용들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MWC에서 추가로 보여줄 것이 없다는 뜻이다. CES는 신제품을 보여주는 곳, MWC는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곳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주 눔(과거 워크스마트랩스) 대표는 “CES는 예전에 비해 비즈니스 미팅은 훨씬 줄어들었다”며 “최근엔 MWC에서 비즈니스 미팅이 활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성 부회장도 비슷한 멘트를 했다. 그는 “MWC는 기본 성격이 제품 발표하는 자리 아니다. 사업자와 미팅하는 자리다”라며 “앞으로 제품이 준비되면 그때 가서 공개하는 등 제품 공개와 출시 시기의 시간적 간격이 짧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TE 시대
신제품이나 서비스로서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많지 않았지만 모바일의 주된 흐름이 LTE라는 것은 전시장에서도 확연했다. 아직 그닥 많은 나라에서 상용화된 것은 아니지만 LTE는 대세이자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다.

 주요 글로벌 통신사, 장비업체,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LTE 관련 최신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이들은 기존 LTE의 한계를 뛰어넘는 속도와 용량을 강조하며 기술 발전을 과시했다. 일부 업체들은 LTE에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VoLTE(Voice over LTE)의 진화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퀄컴은 소형 기지국의 네트워크 도달 범위를 확장, 이동 중에도 기존 LTE 기지국 대비 2.2배 더 많은 용량을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퀄컴은 또 LTE에서 인터넷전화를 하다가 3G망으로 전환해도 통화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는 VoLTE 기술을 전시했다. 스웨덴의 에릭슨, 일본의 NTT Docomo는 LTE에서 멀티미디어 방송을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태원 퀄컴코리아 부사장은 “LTE보다 한단계 진화된 LTE-A와 관련된 기술과 장비들이 선보이고 있다”며 “내년만 되도 LTE 다음 세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이동통신망과 와이파이를 동시에 사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하이브리드네트워크(이종망 묶음 기술)을 전시장에서 시연했다. 이 기술은 서로 다른 통신망을 활용해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두 통신망의 속도를 합한 것 만큼의 빠른 속도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와 LTE 망을 묶을 경우 와이파이 속도와 4G LTE 속도를 더한 속도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데이터를 두 망으로 분산해 보내면서 그만큼 빨리 전송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최적화된 단말기가 나와야 한다. 앱을 다운로드 받아 구현할 수도 있고 폰을 만들때 소프트웨어에 내장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가 훨씬 안정적이다. 안정적으로 구현되지 않으면 통신사는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 

◆RCS, 아직도 갈 길 먼 통신사들
이번 MWC에서 가장 알쏭달쏭했던 주제 중 하나가 RCS다. RCS는 아주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Rich Communication Suite의 약자인 RCS는 (번역하기가 상당히 애매하지만) 일종의 모바일통합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음성 통화를 하다가 재밌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상대방에게 바로 전송해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주소록만 봐도 상대방이 통화중인지, 전화를 꺼 놨는지 켜 놨는지, 회의중인지 부재중인지 알고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뭔가 대단한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냥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메신저에 음성통화, 파일전송 등을 추가해 확장한 개념으로 보이기도 한다. 

 MWC 2012의 주최측인 전 세계 통신사 및 장비업체 제조사들의 연합인 GSMA는 RCS의 글로벌 브랜드를 이번 MWC에서 공개했다. 이름은 JOYN. 상용화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스페인의 첫 상용화에 이어 올해 안에 한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상용화가 시작된다. RCS가 장착된 폰을 쓰게 되면 따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에서 RCS가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서비스가 정착되면 이론적으로는 단말기의 제약도, OS(운영체제)나 통신사의 제약 없이 서로 번호만 알면 채팅하고 동영상을 공유하고 사진을 전송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정착되려면 어마어마하게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너무 많아서 순발력있게, 공통의 이익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지 상당히 불확실하다. RCS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려면 글로벌하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해선 우선 각 국에서 의미있는 사용자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카카오톡 틱톡 라인 등 벤처기업이나 인터넷 회사들이 만든 모바일 메신저와 경쟁하기에도 힘이 부친 상황이다. 작년에 이슈가 됐던 통신사들의 공통 앱스토어 WAC은 올들어 벌써 시들해져 버렸다. RCS에 통신사들이 얼마나 협력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이유때문에 한편에서는 통신사들이 다른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으론 RCS를 추진하면서도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 SK플래닛이 틱톡을 개발한 벤처기업 매드스마트를 인수하려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는데 통신사들의 복잡한 심정을 대변해주는 사례라고 보여진다.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여러 모바일메신저를 비롯, 외부 개발자들이 만드는 다양한 서비스들에 비해 RCS는 이름부터 너무 어렵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RCS는 일단 이름부터 친숙하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반면 접근하기는 어려워 회원 모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부스에는 이번에도 사람이 많았다. 갤럭시노트 10.1과 갤럭시노트가 전부였지만 체험해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갤럭시노트 10.1은 펜 쓰기 기능 등이 갤럭시노트에 비해 향상됐지만 아직은 체험판이다보니 제품 자체에 에러가 많았다.>

◆그래도, 모바일을 재정의하다
 단말기 부문에 있어서 감동이 확 줄어들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의 형태에 벌써 식상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가끔 해본다. 휴대폰 업계에서 10년 동안 휴대폰 상품 기획을 했던 신의현 키위플 사장은 “지금 스마트폰의 모습은 너무나 획일적”이라며 “지금은 이것이 대세인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그것을 예상하고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내부적으로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똑같은 스타일의 폰을 쓴다는 것은 사실 조금 생각해보면 이상할 수 있다. 분명 다른 수요나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누가 먼저 찾아낼 것인가. 이번 전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극대화하는 노트 시리즈를 내밀었다. LG전자는 화면 비율을 달리했다. 하지만 이것이 단말기의 획일성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MWC 2012는 당초 내세웠던 모바일을 재정의하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하다. 기술 일변도의 발전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에 근접하면서 보다 자유롭고 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해가는 것, 스마트함을 초월하는 것. 모바일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MWC 2012 모바일 재정의에 대한 글은 '모바일을 재정의하다-MWC 2012 참관기'를 참고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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