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찾아 유럽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해 주고, 현지 엑셀러레이팅까지 해준다? 이런 회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특이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고많은 나라의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 왜 하필이면 한국의 스타트업을 그 멀고 먼 유럽으로 데리고 가서 멘토링을 한다는 걸까. 이들은 한국의 스타트업 문화에서 무엇을 발견했기에, 또는 무엇을 기대하기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더운 여름날 만났지만 독일 베를린에서 날아온 이들과의 대화가 매우 유쾌했기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만난 지 한달 가까이 지났는데 이제야 포스팅을 올리는 게으른 필자를 용서해주길 바라며.
<왼쪽부터 Apora Ventures의 Carlo Jacobs, Alina Gratschner, Steve Lee.>
Korea, next start-up hub
Apora Ventures(아포라벤처스)는 투자와 멘토링, 인큐베이팅을 함께 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독일, 인도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올초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내가 만난 두 사람은 카를로 제이콥스(Carlo Jacobs)와 알리나 그라츄너(Alina Gratschner)였다. 미팅 막바지에 시니어 파트너인 스티브 리가 합류했다.
당시 이들의 최대 현안은 한국에서 5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독일로 함께 가는 것. 이들의 프로젝트명도 ‘엑셀러레이트 코리아-베를린’이었다. 만났을 때 한국 스타트업 5개 선정이 막 끝났을 때였다. 이들은 ‘왜 하필이면 한국이냐?’는 나의 질문에 오히려 뜨악해했다. “한국이 다음 세대 스타트업의 허브가 될 것”이라는 게 카를로의 자신만만한 예측. 그가 이런 예측을 하는 이유는 뭘까.
“아시아는 스타트업을 해서 성장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정말 좋은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한국은 아시아에서 포지셔닝이 아주 좋습니다. 일본은 성장이 정체돼 있고 중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 쉽지 않죠. 반면 한국은 매우 익사이팅(!)한 나라이고 정말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열기도 뜨겁고 좋은 팀도 정말 많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는 이렇게 생각했기에 한국에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한국의 기업들과 5년 전부터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한국 기업들과 광고 업무를 하면서 처음 접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인더스트리 관련 기업을을 많이 접하게 됐고 이들의 활동을 통해서 한국의 변화와 발전을 알게 됐다고.
알리나 역시 한국의 스타트업을 보면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다만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가의 기업가 정신이나 사업모델에 비해 유럽에서 사업을 하기엔 우선 문화적인 지역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외 진출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수많은 액셀러레이터나 멘토링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Culture Localization에 초점을 맞추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는 전 세계를 다니며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핵심은 Malleability
자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5개의 스타트업을 뽑았을까. 우선 온라인으로 접수를 한다. 이건 당연한데, 이 과정에서 이들이 핵심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게 좀 남다르다. 카를로는 이것을 ‘mentally able to adapt to new situation and culture’라고 표현했다. 즉 이들의 적응성과 기꺼이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본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를 더 짧게 표현하면 cultural malleability. 이걸 한눈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질문도 던지지만 팀원들의 백그라운드, 창업가의 사업 동기, 자세 등을 면밀히 살펴본다고. 스무명의 한국인 심사원과 마흔명의 다국적 심사위원들이 지원 스타트업들에 대한 온라인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면 서른 명의 다국적 심사위원들이 다시 이들을 평가한다고 한다. 다국적 심사위원들은 투자자, 기업인들 등 다양하게 구성되는데 이들은 사업 모델만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이 강점이 있는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협업을 얼마나 잘 하는지, 소셜 PR의 능력이 있는지, 외부의 비판이나 평가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등도 평가의 요소가 된다. 이렇게 해서 top 15이 결정되는데 마지막으로 데모데이가 열린다. 그리고 이 데모데이에서 최종 10위의 순위가 전부 뒤바뀌기도 한다는 게 알리나의 설명.
이렇게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한국에서 한 달 동안 pre-incubation을 거친 뒤 독일 베를린에 가서 3개월짜리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돌입한다. 낯선 외국에서 3개월의 기간이 충분하진 않겠지만, 장소를 제공받고 현지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선정된 다섯 개 업체들은 이미 지난달 독일로 떠나 현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독일에서 모든 과정을 마친 뒤에는 알룸나이 프로그램에 자동 가입되게 된다. 투자와 인큐베이션으로 연결하거나, 투자만 하거나, 사업 기회 및 파트너를 확장하는 것을 도와주는 게 알룸나이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현지에서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게 최대의 장점인 것이다. 무엇보다, 어차피 한국에서만 머물 수 없고 해외 시장을 노려야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로서는 이들의 말처럼 미리 선제적으로 해외에 나가 적응해 가며 시장을 배우면서 공략해야 하지 않을까.
자리를 정리하기 전 카를로와 알리나, 그리고 스티브 리는 (물어보지도 않았건만) 스타트업과 창업가를 보는 기준을 알려줬다. 표현 그대로 말하자면, (1)malleable, (2)adaptable, and (3)willing to change and grow라고 한다. 이들은 “사실 카카오톡도 이렇게 성장하고 발전했다”며 “투자자나 엑셀러레이터 입장에서는 이런 팀이나 창업가를 만나 가려낼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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