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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0 한국의 스타트업-(119)위플래닛 조덕기 대표

어떤 아이템을 갖고 창업을 했느냐는 대부분 창업자 본인의 취향이나 주요 관심사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인데 사업이 뜰 것 같아서, 또는 돈이 될 것 같아서 시작된 사업은 좋지 않은 결말을 내거나, 중도에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반면 분명한 지향점이 있거나 ‘살아 생전 반드시 해보고 말리라!’는 확실한 분야가 있으면 중간에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템, 일정 등에 변화가 생기거나 어려움을 겪어도 일관된 흐름을 갖고 사업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위플래닛은 여행을 좋아한 창업자의 꿈이 어떻게 구체화됐고,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회사다. 먼 훗날 돌이켜보면 찰나에 지나지 않겠지만, 마음속에 품은 창업에 대한 열망이 실현되기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11년 봄, 캄보디아 여행중 창업을 결심하다

위플래닛 창업자 조덕기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던 시점부터 창업을 꿈꿨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생각이 좀 막연하다고 판단했던 ‘학생’ 조덕기는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를 계속 골똘히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창업 아이템은 ‘여행’. 여행을 무척 좋아해 여행을 즐겨 다녔지만 여행에 대한 정보, 경험의 공유 등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한 그는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창업으로 풀어낼까를 고민했다. 물론 그가 여행사류의 처음에 그가 생각했던 것은 일종의 여행자 카페. 여행자들이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도록 카페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지만 고민에 그쳤다. 

 이노티브라는 회사에서 병특으로 군복무를 대신하고 학교 졸업후 모니터그룹(Monitor Group)이라는 유명 컨설팅업체에 들어가서도 창업에 대한 그의 관심은 꺾이지 않았다. “어떤 타이밍에 나가서 내가 원하는 창업을 하는게 좋을까를 틈날 때마다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아주 우연히 계기가 생겼죠.”

 2011년 3월 그는 약 2주간의 긴 휴가를 내고 캄보디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캄보디아에서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어디서나 와이파이가 잡혔다는 점. “막연하게 캄보디아는 그리 잘 사는 나라가 아니고 모바일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는데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카페에 앉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죠. 이동하는 곳마다 와이파이를 잡아서 쓰는데 별 불편함이 없었어요.”

 생각지도 못하게 캄보디아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는 나름 충격적인(?) 경험을 하면서 그는 ‘때가 무르익었구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창업을 해야 될 타이밍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바일이 훨씬 더 빨리, 많이 퍼졌구나. 이제 여행 관련 서비스에서도 진화가 필요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바로 퇴사를 준비했어요.” 2011년 7월. 그는 모니터그룹을 나왔다.

◆‘남길 수 없었던’ 삶에 대한 기록

어찌보면 아이디어만 갖고 무턱대고 회사를 나왔다고나 할까. 한동안 그는 백수로 지냈다. 카페베네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의미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모니터그룹 시절부터 같은 회사에 다니던 목진건 이사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회사를 나와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면서 좀 더 논의를 구체화했죠. 그러면서 제 아이디어가 수정되고 다듬어졌어요. 여행에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려던 생각이 목 이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좀 더 포괄적인 일상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됐죠.”

 여행관련 앱 론리플래닛에서 힌트를 얻어 위플래닛으로 회사 이름을 정하고 2011년 12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처음엔 그가 학창시절 또는 컨설턴트 시절에 알게 된 지인들, 친구들이 와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회사 셋팅을 도와줬다. 목진건 이사가 공동창업자로 나섰지만 둘 다 개발자 출신은 아니었기에 운명을 같이 할 만한, 믿을 만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한동안 친구들을 통해 공백을 메꿔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의 한계도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2012년 3월부터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본격적으로 구하기 시작, 작년 7월 애플 iOS 개발자 홍순혁씨를 영입할 수 있었다. 홍순혁씨를 시작으로 개발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팀이 만들어졌고, 팀웍을 다지는 차원에서 이들은 첫 작품 ‘포켓쉐어’를 연말에 출시했다. 포켓쉐어는 포켓 모양의 앨범을 만들어서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사진을 촬영하면 지정한 친구들과 바로 공유가 가능하고 페이스북 등과 연동도 할 수 있다.  

 포켓쉐어를 만들며 팀웍을 다질 때 조덕기 대표는 병특시절 만났던 이노티브 김호민 대표를 다시 만나게 된다. 김호민 대표는 스파크랩스(Sparklabs)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회사를 만든 설립자로 참여하고 있었다. “김호민 대표에게 위플래닛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을 말씀드렸죠. 그런데 스파크랩스의 지원 프로그램을 얘기하시더라구요. 얘기가 잘 되서 투자도 받고 초기 사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침도 얻을 수 있었어요.”

 당초 조 대표가 생각했던 것은 여행 기록을 남기는 서비스. 기존 여행 서비스에 사진과 글은 있지만 진짜 유용한 정보, 즉 여행을 가면서 꼭 필요한 정보(요금이라든가 경로, 소요시간 등)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정보가 담긴 공간이 필요하다는게 조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목 이사와 논의하다가 여행을 빼고 데이텀나 남기면 어떨까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데이터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데이터를 모아놓고 그 이후에 하고 싶은 걸 하려는.”

 스파크랩스에 투자를 받을 때쯤 이들은 차기작 ‘STEP’의 기본 골격을 완성한 상태였다. Personal Smart Journal. 굳이 여행에 국한할 필요없이 일상의 정보를 담자는 거였다. 소소한 일상에 대한 기록. 남길 수 없었던 기록의 영역을 남길 수 있게 하자. 이것이 STEP의 지향점이었다. 

◆해외 시장 타겟

STEP의 또 다른 중요한 지향점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 스파크랩스가 도움을 준 것은 이런 지향점을 갖고 가는 STEP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디자인의 방향성, 메뉴의 구성 등 서비스 자체에 대한 조언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할 때 꼭 만나야 할 사람들(시장 및 정부 관계자 등)도 소개시켜줬다. “스파크랩스가 아니었으면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스파크랩스 덕분에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하는지 등을 배울 수 있었죠.”

 STEP은 왜 해외 시장을 우선적으로 겨냥하고 있을까. 일단 STEP의 서비스 형식 때문이다. STEP은 소소한 일상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 커피 한잔, 독서, 낮잠, 수다 등 매 순간 벌어졌던 소소한 일상의 기록을 정해진 아이콘만 눌러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어디 멀리 여행을 가거나, 큰 프로젝트를 끝내거나, 시험에 합격하거나, 입사하거나, 졸업을 하거나 등등 큰 사건 위주로 기록을 한다. 하지만 STEP은 일상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다시피하는 소소한 일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누구와 만나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같은 거 말이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한다든가, 식사 후에 담배를 핀다든가, 자기 전에 책을 본다든가, 퇴근하자마자 TV를 본다든가 하는 사소한 일들이 포함된다. 

 이런 소소한 기록에 대해 국내 유저들보다는 해외에서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것이 데이터로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보다 큰 시장에서 서비스를 하고 싶고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게 중요한 일이 된다. 즉 일상의 기록을 남기면 그 다음에 할 일이 있다. 그게 STEP과 위플래닛의 진짜 목표다. “개인의 생활 패턴이 나오는 거죠. 분석이 쉽고 대단한 알고리즘이 필요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를 보면 사람들이 뭘 재밌어 하는지,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죠. 전체 사용자 패턴을 나와 비교하는 서비스도 만들 수 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죠. 그런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모습은 매우 심플하지만 큰 꿈을 꾸고 있는 STEP은 외부에서 서서히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5월초 열린 beLaunch 2013 ‘스타트업 배틀’에서 K-APP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3월에 아이폰용 앱을 우선 출시한 데 이어 안드로이드앱도 곧 내놓고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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