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한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 자기 회사가 있는 건물에서 봉변을 당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특히 그 봉변이 사장을 몰라보는 빌딩 경비원이나 직원들에 의해 발생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로 유명한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선릉역 근처에 있는 자신의 회사 사무실에 차를 몰고 혼자 들어왔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해가 질 무렵의 늦은 시간인지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넥슨이 있는 선릉역의 이 빌딩은 넥슨 자체 건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층을 넥슨이 쓰고 있어서 넥슨 빌딩으로 잘 알려져 있다.그런데 그가 차를 몰고 빌딩 외부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는 순간 경비원이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외부인은 여기에 차를 대실 수 없습니다.손님용 공간은 따로 있는데요.”
“네,잠깐 여기서 누굴 만나기로 해서요.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그래도 안됩니다.옆으로 돌아가세요.”
김정주 대표는 결국 ‘손님용’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자기 사무실로 들어갔다.‘봉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무실에 들러 볼일을 마친 그는 그냥 나가려다 직원들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개발팀이 있는 층으로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라 상당수 직원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고 군데군데 몇몇 직원들만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일을 하고 있는 한 직원 뒤로 다가갔다.조용히 뒤에 서서 직원이 테스트중인 게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직원이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누구세요?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는지요? 여긴 개발실이라 외부인이 들어오면 안되는데요?”
그 소리를 듣고 근처에 있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몰려왔다.개발팀은 게임회사에서 가장 보안을 요구하는 곳인지라 그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 직원들에게 떠밀리듯 나와야 했다.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은둔의 CEO’라고 불린다.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회사 넥슨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외부 노출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게임 관련 국내외 주요 행사 뿐 아니라 넥슨 관련 행사에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그러다보니 ‘샤이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이런 은둔적인 성향은 외부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내부에서도 직원들도 거의 그를 만나지 못한다.특히 작년에 회사를 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하고 넥슨을 권준모,강신철 공동 대표에게 맡긴 뒤로는 그의 이런 성향이 더욱 심해졌다.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고 있다.
이 사실을 기자에게 전해준 넥슨 직원도 처음엔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그는 얼굴을 잘 알고 있었지만 김정주 대표를 만난 지 하도 오래 됐기에 ‘김 대표랑 참 닮았네’라고 생각하면서 유심히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긴가민가해서 말이다.
창업자를 몰라보는 직원들도 대단하지만 자기를 몰라보는 직원들을 꾸짖거나 신경질내지 않고 조용히 볼일만 보고 사라진 김정주 대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자유분방한 문화의 게임업체이기에 가능한 일일까.총수가 나타나기 1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호들갑을 떠는 기업들과 너무나 대조적이지 않은가.
창업자를 몰라보는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그게 무슨 자랑인가하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NHN을 창업한 이해진CSO에게 들은 얘기를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창업자를,CEO를 몰라보는 직원들이 많은 회사가 잘되는 회사다"
김정주 사장과 이해진CSO. 두 사람은 친구여서 그런지,참 닮은 데가 많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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