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처가쪽 집안의 큰 어른이 매우 위독하셔서 병원 중환자실이라는 곳에 종종 가게 된다.하루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서 그런지,아니면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이라는 곳의 퍼진 분위기 때문인지,이 곳은 정말 갈 때마다 적응이 안돼고 '여긴 도대체 어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는 정말 죽음이 일상이다.하루에도 수십명의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왔다 치료가 되서 나가는가 하면 끝내 숨을 거두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근무하시는 분들은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고 대기실과 복도에는 초조감을 이기지 못해 서성거리는 사람을 흔히 본다.대기실 곳곳에는 피곤에 찌들어 이불을 시멘트 바닥에 펴 놓고 잠시 눈을 붙인 사람들과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사람들,구석에서 흐느끼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제도 밤 늦게 병원에 갔었다.어린이가 중환자실에 들어갔는데 엄마인 듯한 여성이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손을 덜덜 떨며 어디론가 전화를 시도한다.좀 전에 담당 의사가 불러서 갔는데,좋지 않은 말을 들은 것 같다.손이 너무 떨리고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돼 전화조차 제대로 걸지 못한다.

나 역시 의식조차 없이 위독하신 어르신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어디 그 엄마만 할까.장례식장과는 또 사뭇 달랐다.이미 죽음이 결정된 곳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의 차이일까.

안타까움과 절박함으로 가득찬 종합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의 풍경이다.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 곳에서 정말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그리고 또 얼마나 악한지,죽음 앞에서 얼마나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지 따위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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