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민윤정 본부장을 만나서 블로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앞으로 다음이 어떻게 할 것인지,이런 것보다는 옛날 얘기가 궁금했다.블로그 서비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왜 하필 그때였는지,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등등.

 얘기를 하던 중 민 본부장은 네이버보다 블로그를 늦게 시작한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아직 다음에 남아있는 멤버 중 아주 초창기 멤버에 속하는 민 본부장은 다음의 다양한 서비스와 변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다.
  "다음이 네이버보다 블로그 서비스를 늦게 시작한 점이 지금 시작해도 참 아쉽습니다.그때는 우리가 1위 사업자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네이버가 먼저 나름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사실 당시에 블로그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습니다.그래서 유사한 다른 것을 하기가 부담도 됐었구요.무엇보다 블로그가 과연 한국에서도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이 부분은 여전히 의문형입니다.서구에서 먼저 시작한 블로그는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공간입니다.네트워크도 필요하고 기술적인 부분도 조금 있겠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글이나 영상,사진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거죠.그런데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죠.지금은 물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고 있고 아고라 등을 통해 의사 표시를 하고 있긴 하지만."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내가 그 당시 상황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여전히 댓글 다는 사람이 소수고 블로그를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블로거가 1000만명이라고 하지만 중복이 많고 그 중 민 본부장이 말한 그런 의미의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100만명 남짓이라고 한다.블로그산업협회에서는 한국의 파워블로그가 고작 2000명이 채 안되는 걸로 추산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 블로그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블로그 산업(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틀이 아직 만들어지진 않았지만)의 앞날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주변에서 블로거를 제법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음에도 아직도 상당수 블로그가 뉴스 스크랩 등을 통한 뉴스 중간 전달자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주로 강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는 서양식 블로그 방식과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악플을 제외하고 건전한 리플을 중심으로 보면 아직도 많지 않고-포털 등 일부를 제외하면 뉴스나 블로그 방문자의 1000분의 1 정도가 댓글을 남긴다고 한다-그 만큼 우리는 아직 자기 의사를 온오프라인에서 표현하는데 서툴다.교육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사회적인 현상이기도 하겠지만,더 깊이 들어가면 머리만 아프니...

그런 걸 보면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사실 소중하게 느껴질때가 있다.악플로 인해 나도 마음상한 적이 많으면서도 무조건 다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를 선뜻 내지 못하는 것은 아마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증 떄문인 것 같고,어찌됐던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 대해 그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은 행위 그 자체보다 더욱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아서다.(아무래도 인터넷 실명제니 이런 것도 따로 코너를 만들어 정리해봐야 할 것 같다.쓰다보니 그 부분에 대한 요즘 논의가 궁금해진다.)

얘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지지만,그래서 난 더욱 한국에서 블로거 인구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연구주제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고,어느 나라보다 브로드밴드가 빨리 보급된 한국에서 블로그로 인해 사람의 온오프라인 행동 양식이 바뀐다면 그것도 재밌는 현상이 될 것 같다.블로거가 많이 일반화된다면 '자신의 의사 표시에 서툰 한국인들'이라는 아주 일반적인 가정에도 일대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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