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립대 교수인 Aaron Barlow가 2007년에 쓴 'The rise of the Blogosphere'는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펼치는데, 지금 인터넷에서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블로그가 21세기의 현상이 아니라 18세기부터 있었다는 것이다.즉 그는 블로그가 기술의 발전에 의해 느닷없이, 또는 전혀 새롭게 나타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주장을 저널리즘의 역사를 통해서 전개하고 있다.그에 따르면 블로그는 과거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목격했던 18세기말-19세기초 미국 사회 풀뿌리 언론의 재현이다.(그의 주장이 전개되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대학원 시절 교수님이 그렇게 강조했던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번역본으로 대충대충 읽었던 것이 정말 후회가 되곤 한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블로그는 기술의 발전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에 존재해왔던 미디어의 모습이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터넷에서도 가능해진 것 뿐이라고 지적한다.

당시 토크빌이 미국 사회에서 목격했던 것은 철저하게 지역적인 언론이었다.그것은 지금처럼 상업화된,거대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언론사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부정기적인 간행물이나 또는 (심지어) 카페,레스토랑,거리 등에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정보를 주고받고 사회 현상에 대해 논평을 하는 것을 가르키기도 한다.

이때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토론을 할 수 있었고 대화를 나누면서 정보를 수집했다.동의와 반박,새로운 정보 제공 등이 모두 오프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졌고 그런 행위 자체가 직업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생활이었던 것이다.

사실 토크빌이 목격한 미국 사회의 시대엔,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저널리스트라는 것 역시 직업으로서가 아닌 활동 자체를 뜻하는 것이었다.(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지 않은 나는 이런 내용이 무척 재미있었지만 저널리즘 전공자에겐 학부 1학년 수업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20세기 들어서 직업으로서의 저널리즘이 등장하고 저널리스트들이 활동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의 미디어도 사라졌다고 할 수 있고,사람들은 그때부터 철저하게 정보에 소외된 채 직업적인 저널리스트들이 제공하는 그런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한 블로그 시대의 도래는 잃어버렸던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원인 시민 미디어의 재등장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이런 관점에서는 블로그의 확산과 일반화 자체가(블로그가 전문적이냐에 전혀 관계없이) 사라졌던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물론 엄청난 혼란 또한 내재된)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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