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할인’ 소셜커머스 비즈니스에서 파생된 정기배송서비스, 이른바 섭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는 참 종류도 다양하다. 화장품이나 일상 잡화는 물론이고 남성용 와이셔츠, 기저귀 등 영유아 용품, 생수, 속옷 등등 생활에 필요한 온갖 것들이 나왔다. 그러더니 이제는 반려동물을 위한 정기 배송 서비스도 등장했다. 정기배송 사업은 영역에 따라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분야인데, 반려동물 쪽은 어떨까.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또는 그런 계획이 있다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 회사에겐 기회다. 다만 어느 업체든 쉽게 뛰어들 수 있다면, 사업 확대에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첫 창업, 링킷

반려동물을 위한 정기배송 서비스를 최근 출시한 펫츠비(Petsbe)의 심종민 대표는 아직 대학생이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그는 대학에 진학할 때부터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공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과학 과목에 대한 압박으로 경영대를 택한 심종민 대표.

 대학에서 그는 자신이 어떤 경영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미국공인회계사(AICPA) 시험 준비를 했다.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우여곡절끝에 AICPA에 합격하고 창업 기회를 엿보던 중 당장 바로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벤처 기업에 들어가 경험을 좀 쌓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친다. 그때 친구의 지인인 신현성 사장이 김동현, 신성윤, 권기현 등과 함께 티켓몬스터를 창업했다는 소식을 들게 됐다. KAIST 출신으로 동갑내기인 김동현, 권기현 두 사람은 심종민 대표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를 믿을 만한 지인이 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쟎아요. 그리고 그런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도 드문 일일테구요. 좋은 기회라고 본 거죠. 그래서 2010년 5월 티켓몬스터가 서비스를 오픈하자마자 학교를 휴학하고 티켓몬스터에 합류했습니다.”

 그해 7월까지 티켓몬스터에서 초기 벤처 기업의 성장 과정에 참여했던 그는 첫 창업으로 강연 기획 사업을 택했다. ‘링킷’은 유명 인사들을 강연자로 초청해 무대를 만들고 이를 원하는 곳에 서비스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삼았다. 링킷의 출발은 좋았다. 강연을 듣고 싶어도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해 공개 강연의 기회를 만들고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보람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링킷을 창업해 작년 여름까지 유명 인사들과 접촉하고 강연을 기획해 왔지만 지난해 여름 그는 링킷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은 분명히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강연 기획 사업에서 어떤 한계 같은 게 느껴졌죠. 시장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사람들을 계속 섭외해야 하는 것에 좀 지치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때마침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펫츠비 창업자인 심종민 대표(왼쪽)와 이다혜 부사장

◆티켓몬스터 창업자의 제안

티켓몬스터에서 그는 잠깐 있다가 몸을 뺐지만, 거기서의 시간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티켓몬스터 창업자 중 한명인 신성윤 이사는 작년초부터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심종민 대표와 아이디어를 나눴다. 

이들은 처음엔 동물 육성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각자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과 잘 맞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기가 힘들 뿐 아니라 그 과정이 결코 즐겁지 않을 게 분명할 거라는 결론. 

 머리를 맞댄 이들은 반려동물에 이들의 공통된 경험 소셜커머스를 결합, 반려동물 용품 정기 배송 서비스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어렸을 때부터 시베리안 허스키 3마리, 푸들 1마리를 키웠어요. 동물에 대한 관심도 많구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직원 중 절반이 개를 키우고 있고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일단 멤버들이 이런 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백그라운드를 갖춘 셈이죠.”

 즉 이런 종류의 사업은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것과 관련된 일이기에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은 창업멤버들이 즐겁게 함께 하기에 적합한 사업이고, 소셜커머스 분야의 공통된 경험을 지닌 이들이 시너지를 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반려동물 물품이 갈수록 고급화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앞으로 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국내에 있는 반려동물 수는 650만. 대부분 개(강아지)이지만, 고양이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 관련 먹이(사료 등) 등 용품 시장만 1조원, 동물병원 시장이 7000억원, 장난감 등 기타 시장이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조8000억원인 이 시장이 오는 2020년에는 6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들의 창업 소식을 듣고 현대카드를 거쳐 비석세스라는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던 이다혜씨가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이다혜 부사장 역시 창업에 대한 열망으로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감’을 익히기 위해 스타트업 관련 미디어이자 역시 그 자체로 스타트업인 비석세스에서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고 있던 중이었다.

 멤버가 꾸려지고 컨셉트가 확정되자 이들은 지난 2012년 11월 6일 펫츠비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1월31일, 서비스를 첫 출시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모든 서비스

국내에 반려동물 관련 각종 물품을 정기배송 해주는 업체가 펫츠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많은 섭스크립션 서비스 업체에서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취급하기도 하고, 전용 쇼핑몰이 있는가하면, 마트에 가도 관련 물품은 쌓여 있다. 물론 애완동물샵, 조류원, 동물병원 등 관련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무수히 많다. 이런 경쟁 속에서 펫츠비는 어떤 장점을 내세우고 있을까.

 심 대표는 정품 사료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정가보다 최소 50%, 최대 70% 싼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10만원 상당의 유기농 사료 정품과 반려동물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을 월 3만4900원에 받아볼 수 있다. 그리고 전담 수의사를 2명이나 배치해 상담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각 제품이 개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이 확인한다는 것도 차별화된 포인트다. 홈페이지(www.petsbe.com)에 들어가면 자신의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맞춤 추천 사료를 선택해 박스를 받으면 된다.

 “약 2kg의 정품 사료를 기본으로 간식, 장난감, 위생 용품 등을 매달 바꿔가며 제공합니다. 개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개도 자신이 먹는 사료만 먹습니다. 그래서 샘플 사료가 아닌 정품 사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나이나 크기, 알레르기 유무에 따라 개 주인이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직은 개에게 필요한 상품만 구비돼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은 5월께 시작할 예정이다. 고양이는 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신중하게 제품을 고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열대어를 비롯해 햄스터, 앵무새 등 기타 다양한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는 추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펫츠비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정기배송 상품의 박스에 담을 물건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게 하고 이를 배송받을 수 있게 하는 이른바 가칭 ‘펫츠비몰’. 다음달께 서비스가 시작된다. 현재는 웹페이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모바일 웹, 스마트폰 앱 등도 출시할 계획이다. 소형과 중형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품 구성도 대형견으로 확대된다.

 애견 등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부가서비스도 추진중이다. 예를 들어 장례 서비스 등도 가능하다. 사이트 안에 커뮤니티를 만들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간 서로 반려동물을 맡아주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케 할 수 있다.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서비스가 확대되고 제품의 질이 향상될 것이란 게 펫츠비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심 대표는 “반려동물의 개성에 맞는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동물과 사람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돕고 싶다”며 “직접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으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 최적의 솔루션을 가장 빠르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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