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할 때 뭐가 가장 중요할까. 과거엔 시험에 나오는, 또는 성적을 올려주는 좋은 참고서를 사 보거나 알짜배기 정보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물론 열심히, 효율적으로 학습을 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정보는 차고 넘친다. 어디에서든 비슷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정보가 너무 많아서 뭐가 중요한지, 그 중 나에게 맞는 정보가 뭔지를 결정하고 선택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정보가 뭔지를 아는 게 진짜 지식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뤼이드는 학습에 있어서도 바로 이런 점이 중요하다고 간파했다. 천편일률적인 정보가 아니라 수험생이, 학습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정보와 학습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시작된 것이 뤼이드의 학습 플랫폼 산타!’.

인생의 대전환. 2011년 스프링보드

장영준 대표는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 Berkeley)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으로 갔으니 이미 그때부터 IT(정보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단다. “사업에 관심이 많긴 했어요. 그런데 IT쪽은 전혀 아니었죠. 그쪽 백그라운드도 별루 없구요. 수업도 프랜차이즈 뭐 이런 것 위주로 들었어요.”

그래도 그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IT의 물결을 어찌 피해갈 수 있겠는가. 2011년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운영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스프링보드에 참여했다가 그는 IT업계의 거물들이라고 할 만한 인물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된다. 권도균, 석종훈, 김창원, 조성문 등이 대표적이다.

제가 사업을 하고 싶었던 건 사실 판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뭔가 엄청난 영웅들의 이야기인 것 같았죠. 그런데 IT업계의 창업 스토리를 듣고 그들을 만나 도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게 아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게 뭐였나요.”

작지만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거기서 시작해서 하나씩 이뤄가는 것. 그 첫걸음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됐죠. 사실 좀 충격이었어요.”

미국에서 만나 알게 된 김창원 전 태터앤컴퍼니 대표와 만나 타파스미디어를 창업한 게 그의 첫 창업 이력이 됐다. 처음엔 김창원 대표의 사업에 함께 할 만한 사람을 소개시켜주기 위해 수소문하다가 자신이 같이 하게 됐다. 사실 그는 교육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타파스미디어 역시 처음엔 교육 만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이 직접 시작하고 싶었다고 한다. 20136. 장영준 대표는 귀국했다.

잇따르는 실패

애시당초 교육 분야의 사업을 하고 싶었던 그는 성인 대상 교육업으로 대상을 잡았다. 2013년 여름에 한국에서 그의 두 번째 사업이자 혼자서 하는 첫 번째 사업 도전에 나섰다.

교육이란 분야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는 영역을 좁혔다.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추진했다. 보험설계사들이 수시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비해 이들을 위한 콘텐츠나 플랫폼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보험업에 경험이 없고 콘텐츠 분야에 대해선 더더욱 아는 바가 적었기 때문에 공동창업자를 찾았다. 공동창업자에게 필수적인 경력은 물론 보험업이었다. “그래서 보험설계사와 함께 창업을 했죠. 외국계 대형 보험회사 출신이었는데 경험이나 인맥 등이 풍부하다고 판단이 됐어요.”

그런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개인적인 채무가 있었던 이 공동창업자가 자금을 들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 잃은 자금을 결국 나중에 상당부분 되찾긴 했지만 당장의 손실은 상당히 컸다. 게다가 당시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사람 때문에 고초를 계속 겪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도 그가 지치지 않고 계속 사업에 나섰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어쨌든 사람 고생을 계속 하면서 그는 다른 아이템을 찾았다. 물론 교육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자신의 학창시절 수업과 학원 강의, 비슷비슷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학습프로그램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학교 수업이든, 학원 수업이든 대체로 정해진 내용을 반복해서 가르치쟎아요. 실제 학습을 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나 수준과는 별 상관이 없죠.”

그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학습 과정이 아닌 학습자에게 최적화된 교육 서비스를 기치로 내걸고 뤼이드(Riiid)를 설립했다. 20145월이었다. 회사명은 제거한다는 뜻의 영어단어를 위트있게(?)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오답노트 리노트로 기반 구축

앞선 창업에서 사람 때문에 고생한 전력이 있는 장 대표는 이번에는 멤버들 구성에 더욱 공을 들였다. 교육업체이지만 콘텐츠 회사가 아닌 기술 회사를 지향했다. 정보나 콘텐츠를 많이 끌어모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최적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 장 대표는 뤼이드에 대해 콘텐츠 회사가 아니라 기술 회삽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려면 회사의 인력 구성도 기술자가 중심이 돼야 했다. 개발 책임자 허재위 이사는 구글 개바자 모임(GDG) 운영자의 추천으로 만났다. 허 이사는 알고리즘 엔지니어링의 전문가로 대용량 사전의 데이터를 분석해 연관 단어를 추출하는 엔진을 개발했다. 그는 안철수연구소에서 모바일 보안 제품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콘텐츠의 차별화를 위해 디자이너도 중요했다. 디자인 총괄인 노민성 이사는 장 대표가 미국에서 타파스미디어를 창업했을 당시 함께 일했던 인물이다. 뤼이드의 브래딩과 편집 디자인 등을 총괄하고 있다.

세상의 불편함을 해결할 혁신 아이디어뤼이드의 캐치프레이즈다. 불편함 해소의 첫 번째 아이디어는 오답노트. 오답노트가 공부를 하면서 매우 중요한 도구이자 과정이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하기엔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문제를 무작정 많이 풀기만 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어요. 각자 취약점이 있기 마련이죠. 그런 취약점은 사실 오답노트를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공부하면서 오답노트를 만들기가 쉽지 않죠. 시간도 많이 걸리구요. 무엇보다 오답노트를 만들어도 틀린 것만 반복학습하면 될지 아니면 그 다음에 어떤 단계로 나가면 되는지 판단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죠.”

뤼이드의 리노트는 일종의 오답노트를 학습자가 간편하게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별 오답노트가 생성되면서 엄청난 데이터가 축적된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용자는 어떤 부분에서 취약한지가 오답노트를 만들면서 바로 분석이 된다는 것. 장 대표는 그렇게 많은 문제를 풀 필요도 없습니다. 사용자별로 30문제만 풀면 개인별 취약점이 바로 분석이 됩니다.”

산타! 내년 1월 정식 서비스

그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왜 뤼이드가 지향하는게 많은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아닌,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최적화된 콘텐츠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이것을 Adaptive Learning이라고 표현했다. 사용자와 컴퓨터 프로그램이 상호간에 서로에게 적응해가면서 최적화된 학습 방법을 찾는 알고리즘이다.

내가 뭘 모르지? 이게 사실 가장 중요한 질문이죠. 공부할 때 사실 다들 이것을 알고 싶어해요. 하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않죠. 그냥 계속 똑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식으로만 대응을 하고 있어요. 본질을 해결하려고 안하는 거죠.”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 장 대표는 이 서비스의 이름을 산타라고 명명했다. 산타클로스가 어린이들에게 각각 특성에 맞춰 선물을 해 주듯, 산타 역시 그렇게 하겠다는 것.

결국 산타는 개인별 취약점 정보의 핵심 데이터인 오답 노트에 애널리틱스 기술을 접목한 개인별 맞춤형 교육 플랫폼이다. 기술 기반이기 때문에 언어나 교과 과목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회사의 인력 구성도 70% 이상이 개발자 출신이다.

산타는 현재 비공개서비스중이다. 일종의 클로즈베타서비스. 내년 1월에 공개 서비스로 전환된다. 수익 모델은 동영상 콘텐츠의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 콘텐츠는 이미 제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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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이드 직원들이 산타 앱이 실행된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가운데가 장영준 대표. 사진은 뤼이드의 박윤수 매니저께서 찍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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