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 말은 많이 하지만 성과를 내기란 정말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성과를 낸 기업도 많지 않다. 진출은 고사하고 앱을 출시해 해외에 있는 유저들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레트리카는 이런 일을 해 낸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카메라앱 레트리카는 작년말 현재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3억건을 훌쩍 넘겼다. 터키, 이탈리아,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유럽과 남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탈리아와 브라질 등지에서 국민앱으로 통한다. 박상원 레트리카 대표가 1인 개발자 시절에 만든 이 앱은 전 세계에 셀피 (Selfie) 열풍을 이끌었고, 20145AppAnnie가 발표한 전세계 Top 10 Android 앱 리스트에 페이스북, 와츠앱, 인스타그램 등과 같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조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여전히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에 충분히 알릴 가치가 있는, 레트리카의 박상원 대표가 한국의 스타트업 이백쉰네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인 개발자로 무작정 시작


박 대표는 부경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오래 다니진 못했다. 조직 생활이 체질적으로 잘 맞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가 그냥 좋았던 그는 초등학교 다닐 때 처음 컴퓨터를 접했는데 당시 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 언어를 배울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코딩이 좋아서 이것저것 만들었다. 올블로그에서 개발자 생활도 하고 네이버에도 잠깐 있었지만 결국 2011년 인사이트미디어라는 회사를 다니던 중 퇴사해 혼자 코딩을 하면서 앱 개발을 시작했다. 전형적인 1인 개발자 생활의 시작이었다. “어떻게 먹고는 살겠지 이런 생각이었다. 뭔가 거창하게 도전을 한다던가 그런 생각은 별로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사진 찍는 게 취미였던 그가 처음 만든 앱은 사진 찍을 때 소리가 나지 않게 해 주는 매너카메라 앱. 반응이 좋아 자신감이 생긴 그는 이후에도 꾸준히 사진 편집이나 카메라와 관련된 앱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2년 출시한 앱이 레트리카였다. 레트리카는 그가 만든 수많은 다른 사진 관련 앱 중 하나일 뿐이었고, 처음엔 그다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이게 그의 레트리카 초기 버전에 대한 설명이다.)


 레트리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온 것은 출시 후 1년쯤 지나서였다. 레트리카는 처음에 아이폰 용으로만 출시됐는데 어느 날 소비자들로부터 하루에 100통씩 이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용으로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2013년에도 여전히 1인 개발자로서 개인사업자 생활을 하고 있었던 그로서는 처음으로 고객 응대를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안드로이드용 앱을 출시하자마자 다운로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글로벌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했다. 그러자 비로소 그는 법인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2014년 벤티케이크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하고, 2016년 사명을 레트리카로 바꿨다. 2016년 들어 레트리카 다운로드 건수는 이미 3억 건을 돌파했다.

 

카메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앱


레트리카가 처음 나왔을 당시 차별화된 포인트는 실시간 필터링. 즉 당시 모든 카메라앱은 사진을 찍은 후 보정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레트리카는 촬영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사진 수정을 하고 이것을 확인을 하면서 사직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 촬영시 실패할 부담이 적은 데다 찍는 재미도 있어서 금새 인기를 끌었다. 레트리카가 출시된 이후 나온 카메라 관련 앱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레트리카가 초기에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발자인 박상원 대표 본인이 사진을 워낙 좋아하고 카메라 만지는 것을 좋아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떤 앱을 좋아할까 이런 것을 많이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다만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 찍으면서 불편한 것들을 하나씩 개선하고 있었으면 하는 좋은 기능을 하나씩 넣다보니 이렇게 앱이 만들어지더라구요.” 그가 만든 수많은 앱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레트리카가 유독 뜬 이유는 그의 오래 축적된 경험과 사진에 대한 애착때문 아닐까.


 그야말로 자고 일어났더니 앱이 벼락같이 히트를 쳤지만 그는 여전히 개발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직원 수가 늘어나고 서비스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점점 개발하는 시간보다는 전략을 짜고 마케팅을 고민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의 역할도 크게 변화되고 있다.

 

돈을 못 버는 건 진짜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앱 초창기에, 워낙 벼락같이 떴기 때문에 레트리카는 수익 모델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혼자 만들었다는 이점도 있었다. 광고를 붙이든, 유료 아이템을 만들던 뭐든 다 됐다. 초기엔 사진을 많이 찍고 보정을 하려면 광고를 보거나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는 모델이 있었다. 이런 유료 모델이 있었는데도 사용자들은 계속 다운로드했고 앱 사용자는 늘었다.

하지만 2016년 들어 레트리카는 이런 수익 모델을 모두 없앴다. 광고도 없애고 유료 아이템도 삭제했다. 완전 무료 서비스로 개편한 것이다.


 광고와 과금 제도를 모두 없앤 것에 대해 박 대표는 내가 스스로 써보고 불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카메라앱을 써보니 정말 불편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스스로 반성도 했죠. 돈을 벌자는 차원이었지만 사람들의 욕구를 제한하면서 뭔가 하나 하려고 할 때마다 돈을 받는 게 과연 맞는 건가. 내 스스로 이런 서비스를 만든 게 자랑스러운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없애는 게 맞겠다 싶더군요.”


 박 대표는 매출이 0이 됐지만 걱정하지 않는다사업을 해보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지 돈을 못버는 것은 진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레트리카는 2017‘Beyond Camera App’을 목표로 세웠다. 카메라 앱을 넘어선 가치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다. 즉 사진을 찍기 편하게 해 주고, 재밌게 보정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서 다른 의미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람들이 더욱 많이 써야 한다. 박 대표는 카메라 앱은 사람들이 얼른 사진을 찍고 떠나는 그런 성격의 앱이라며 카메라 앱을 벗어나려면 사람들이 오랫동안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 사진앱이 아닌 사진을 주고받는 놀이터처럼 되기 위해 최근엔 사용자끼리 사진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박 대표는 카카오톡이나 스냅챗에서 사진 공유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사진 보정 기능이 다를 뿐 아니라 휴대폰을 바꿔도 그 사진이 없어지지 않는 게 레트리카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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