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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27 한국의 스타트업-(206)코자자 조산구 대표

비전이 없으면 안되죠. 하지만 사업은 비전으로 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시장이 있는 곳에서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해야하는 게 사업이었어요.”

코자자 조산구 대표는 힘들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주 굉장한 보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헌 보자기에 싸서 내놓는 것처럼. 하지만 재밌다고도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이제야 제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알게 됐다는 게 자신의 지난 창업 역정에 대한 스스로의 돌이킴이었다.

LG유플러스 시절 처음 만나 이제는 꽤 오래 알고 지낸 조산구 코자자 대표의 4년에 걸친 창업스토리와 그 이전의 이야기를 들으러 북촌에 갔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던 그날은 10월의 절정이었다. 서울의 다른 곳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아름다운 한옥을 배경으로 따뜻한 10월의 햇살과 산들바람을 즐기며 그는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실리콘밸리에서의 첫 창업

그냥 미국에 있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해요.”

조산구 대표는 광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석사까지 하고 KT에 입사했다.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는 공부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텍사스 에이앤앰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서부 Bay Area로 가게 된다. U.C. Berkeley Lawrence Lab이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그의 미국 첫 직장이었다. 1998년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2000년초까지 일한다. 아마 그 어떤 계기가 없었다면 그는 계속 그곳에서 일을 했을까. 그렇다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까. 조 대표가 아마 숱하게 던졌을 법한 물음일 것이다. 모른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결국은 창업을 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서 계속 뛰어다니고 있었을지도.

그 어떤 계기라는 것은 버클리 로렌스 랩에서 마이클 양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마이클 양은 가격비교사이트인 마이사이먼을 미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당시 조 대표는 위치기반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마이클 양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같이 창업을 하게 됐다. 바야흐로 2000년초. 1차 닷컴 버블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의 첫 창업 서비스명은 넷지오(Net Geo)였다. 위치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정보를 전달해주는 서비스였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접속하는 위치를 파악해 그 사람이 관심가질 만한 정보를 보여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서 접속한 사람이라면 IT(정보기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사람이 찾는 최신 기술 관련, 또는 IT 기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 서비스는 한때 500만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나중에는 Access 경로를 파악하는 서비스로 발전해나갔다. 하지만 마이클 양과의 공동 창업 형태였던 이 서비스는 약 5년여만에 끝나게 된다. 기대를 했던 대형 제휴건이 무산된 탓도 있지만 역시 IT버블이 꺼지고 난 뒤 대규모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큰 돈은 아니었지만 버블붐이 꺼지고 난 뒤 그 힘든 환경에서도 회사 매각에 따른 약간의 이익을 낼 수는 있었다고 한다. 2005, 조 대표는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오랜 열망

한국에 들어와서 조 대표는 아루바네트웍스에서 일한다. 아루바에서 2년을 거쳐 2007년엔 다시 KT로 들어가 자회사인 KTH에서 일했다. 10년이 훨씬 넘어 친정격인 회사로 돌아온 것이다.

처음에 KT로 복귀해서 페이스북과 유사한 서비스를 기획했어요. 출시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을 기획한 동력으로 로컬스토리, 올레톡과 같은 서비스를 출시했죠.”

결과적으로 이런 서비스들은 다 성과가 별로 나질 않았다. 실행단에서의 문제일 수도 있고, 기획이 애시당초 잘못됐을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그가 처음에 기획하고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는 2010LG유플러스로 옮기게 된다. KT 시절부터 잘 알고, 함께 일하기도 했던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부름을 받고서다. LG유플러스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풀어냈다. 그 결과물이 와글, 딩동, 플레이스북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역시 처음 구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KT 시절과 결과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요.”

이에 대해 그는 통신과 인터넷이라는 세계가 너무 다르다고 설명했다. 즉 함께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통신이라는 분야는 정부 규제와 경쟁 제한, 그리고 이를 통한 독과점과 독점적 수익모델이 산업을 지배하는 키워드인 반면, 인터넷은 무한 경쟁 속에 스스로 수익모델을 만들어가야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대신 자유롭게 어떤 시도라도 해 볼 수 있었는데 두 산업의 비즈니스적인 속성이 너무 달라 융합이 어려웠던 것이다. 어찌보면 통신사들이 하는 인터넷 서비스 중 제대로 성공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은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졌던 와글 서비스 문제를 뒤로 하고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LG유플러스의 미국 업무를 맡았지만 결국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는 공유경제라는 것에 눈을 뜨고 있던 시점이었다.

공유경제가 될 것 같았어요. 이왕이면 회사에 얘기를 해서 투자도 받고 내부 팀으로 시작해 독립적으로 운영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런 제안을 회사에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나오게 됐죠.”

20123. 조산구 LG유플러스 상무는 회사를 공식 퇴사했다.

3년에 걸친 시행착오

회사를 퇴사하기 전에 그는 이미 팀을 꾸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 사업을 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2011년부터 팀 빌딩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그의 기본적인 생각은 온라인 비즈니스가 오프라인의 비즈니스를 혁신하게 될 것이란 것. 이미 에어비앤비가 있었지만 그는 여기에 멤버십 개념을 더해 승부를 볼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에어비앤비에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더해 오프라인 숙박을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를 지향했다. 하지만 사업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저는 한국에서 사업은 처음이었어요. 첫 사업을 배운 게 실리콘밸리였는데, 한국에서 해보니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죠. 온라인 사업의 경력이 대부분이었는데 오프라인 사업을 하려고 한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었구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팀 빌딩이었다. 처음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았던 인물이 해외에 있었던 데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있었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으니 서비스가 잘 나올 리 만무했다.

숙박 공유라는 비즈니스 자체의 어려움도 그가 간과했던 부분이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은 애시당초 에어비앤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의 남아있는 빈 방을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자는 것. 이를 위해 웹사이트를 열고 게스트와 호스트를 모두 모집해 진행했다. 여행지에서도 집처럼 마음 편하게 잘 수 있게 해주자는 뜻으로 서비스명을 코자자로 지었다. 사람들을 편하게 지내게 해 주자는 서비스였지만 그는 결코 편하지 못했다.

숙박 공유라는 게 양쪽의 고객 요구를 모두 맞춰줘야 하는 서비스더군요. 숙박 시설에 묵는 손님들의 요구 사항도 들어줘야 하지만 숙박 시설, 또는 남는 방을 갖고 있는 집주인들도 저희에겐 중요한 고객인거죠. 양측의 요구 사항을 다 만족시켜주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접점을 이루며 여러가지 언어로 이뤄진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구요. 무엇보다 비정형의 상품을 팔아야하는 어려움을 몸소 느끼게 된 거죠.”
사실 이런 부분은 그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문제이기도 했다. 숙박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취향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똑같은 아파트에 여러 명이 동시에 들어가 지낸다고 하자. 그래도 사람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수 있다. 각자 중시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집의 같은 집주인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어떤 고객은 만족해하지만 어떤 사람은 못마땅해 한다. 이유를 콕 집어내기도 쉽지 않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경우도 많다.

결국 예상했던 문제들도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3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그 사이 에어비앤비는 유니콘 기업이 된 데 이어 한국에도 진출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수수료 제로(0)’ 승부수

아직까지 코자자는 에어비앤비에 대해 절대적으로 약한 존재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는 비슷한 서비스 모델을 가져갔다. 빈방 공유에 홈스테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여기에 한국적인 특성을 살린 한옥스테이서비스를 추가했다. 사실 한옥스테이는 빈방 공유나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집의 형태가 한옥이라는 것 뿐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한옥이라는 공간에서 지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것 때문에 오히려 한옥스테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란 인식이 생겼다. 그리고 한옥스테이는 결과적으로 보편적인 인기를 누리기는 힘든 서비스라는 점도 분명하다. 한옥에서 지낸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이다.

결국 에어비앤비와 직접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가 꺼내든 카드는 수수료 제로. 지금까지는 빈 방이 있는 Host와 이 집에서 하룻밤 묵기를 원하는 여행객을 연결하면 결제 금액의 약 10%를 코자자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형태를 유지해 왔다. 수수료가 에어비앤비보다는 싸지만 어쨌든 유료 모델인 것이다. 그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낮추거나 제로로 하면 HostGuest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고 이것이 결국 코자자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이 정도의 차별화가 아니면 양쪽 고객들 누구에게도 어필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코자자는 수익을 어디에서 얻을까. 프리미엄 서비스가 그가 고안중인 방안이다. 그는 이것의 이름을 원 파인 스테이(One fine stay)라고 명명했다. 그야말로 럭셔리한 홈스테이에 호텔 수준의 서비스, 즉 공항 픽업이나 여행패키지, 세탁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실제 고급 호텔과 어떻게 차별화될 것인가도 숙제이기도 하다. 1박에 30만원 이상인 경우가 될 것이고 이 경우 수수료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 한옥 스테이 서비스도 더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한옥스테이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많은 500여개의 한옥을 확보하고 객실 2000여개와 계약을 마치고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Same host, same room, low price. 코자자가 지향하는 경쟁력의 포인트다. 이것이 과연 소비자들과 Host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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