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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04 한국의 스타트업-(233)42컴퍼니 허승 대표

한국에 캐시슬라이드가 있다면 인도에는 슬라이드가 있다! 스마트폰의 화면 잠금 서비스는 확실히 매력적인 비즈니스다. 일단 여기를 장악할 수 있으면,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수익모델을 붙이기 좋다. 한국에선 이미 NBT의 캐시슬라이드가 이 시장을 장악했는데, 머나먼 인도 시장까지 나가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 업체가 있다. 슬라이드라는 서비스를 출시한 42컴퍼니다. 이 회사의 창업멤버들은 나에게도 상당히 익숙한, 이 코너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울트라캡숑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서울대 컴공과+울트라캡숑팀이 다시 뭉쳤다

42컴퍼니의 ‘42’는 무슨 뜻일까. 42컴퍼니 창업멤버들에 따르면 이렇다. “영국의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게 있어요. 영국에서는 영화로도 제작되고, 널리 알려졌는데 여기서 이런 게 나옵니다.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컴퓨터에 물었습니다. 컴퓨터는 ‘42’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밑도 끝도 없지만, 어쨌든 그런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뭔가 있는 것 같다. 이 팀이 뭔가 궁극적인 것을 찾는지, 이미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들 역시 이런 미스테리한 성향을 지향하는 듯하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회사명을 42컴퍼니라고 지었다.


 허승 대표를 비롯해 이성원, 김규덕 등 이 회사의 주요 창업 멤버들은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다. 창업멤버 8명 중 허승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멤버는 울트라캡숑을 창업했던, 창업 경험자들이다. 이들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와플스튜디오라는 동아리에서 활동을 같이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42컴퍼니 창업멤버들. 오른쪽끝에 우뚝 서 있는 인물이 허승 대표.>


 허승, 이성원 두 사람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04학번 동기동창이다. 김규덕은 같은 학교 07학번. 2011년 설립됐던 울트라캡숑은 클래스메이트, 너말니친 등의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2014년 여름 카카오에 인수됐다. 이성원 김규덕 등이 권도혁 대표 등과 함께 울트라캡숑을 창업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허승은 대학을 졸업하고 안랩에 입사해 약 3년 동안 착실하게(?)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


 울트라캡숑이 카카오에 인수되고 난 뒤에도 이들이 다시 창업에 나선 것은 역시나 이들의 못 말리는 끼 때문 아닐까. 카카오에 들어가고 나서도 이들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다음에는 뭘 해볼까라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에 목말라하던 이들에게 뜻밖의 기회가 오게 된다.


Emerging market의 기회

저희 팀에는 비밀병기가 있어요.”

 대화 도중 이들이 불쑥 던진 말이다. 비밀병기가 창업의 동기를 제공했다. 비밀병기는 현재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이들의 창업을 외부에서 돕고 있고 언제든 합류할 수 있는 인물이란 뜻인 것 같다.


 하여간 이 비밀병기가 인도에서 회사 행사차 나갔다가 이벤트를 하던 중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통신비 부담이 커요. 그쪽 소득 수준에 비해서요. 그렇다보니 스마트폰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나 앱에 대한 반응이 아주 뜨거웠죠.”


 이 소식을 듣고 직접 인도까지 날아가 실상을 확인한 이들. 뭐든 확실하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인도 시장의 잠재력과 열기에 놀란 이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뿌옇게 안개가 낀 것 같은 도시. 공기 오염이 심하고 빈부 격차가 대단히 큰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한편에서는 통신비 부담에 힘들어하면서도 다들 스마트폰에 달려들고 있고 우버가 대단히 잘 작동하고 있는 나라였죠. 뭐가 될 것 같았어요.”


 작년 4월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명은 앞서 설명한 42컴퍼니. 안랩에 있던 허승이 합류해 대표를 맡았다. 통신비 부담 때문에 힘들어하는 인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리워드 앱을 만들기로 일찌감치 정했다. 한국의 캐시슬라이드도 하고 있는, 스마트폰 잠금앱 서비스였다. 서비스명은 슬라이드. 앱을 깔면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이들이 설정한 각종 콘텐츠, 광고 등이 뜬다. 앱을 쓰면서 열심히 화면을 밀면, 조금씩 보상이 주어진다.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현금이 쌓이는 것이다.


인도 화면잠금 서비스 1위 된다

이렇게 쌓인 현금을 통신사 대리점 등에 가서 보여주면 통신비로 충당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선불결제폰을 써요. 사용요금을 미리 충전을 한 다음에 폰을 쓰는 방식이죠. 슬라이드를 쓰면서 보상액이 충분히 누적되면 이 보상액으로 선불결제폰의 사용료를 충전하는 데 쓰는 겁니다.”


 작년말 서비스를 출시했고, 6개월도 안돼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사용자 수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빠르면 올 연말께 1000만 다운로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은 이들에게 매우 우호적이다. 지난해 22000만명에 달했던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내년에는 320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년에 1억명이 늘어나는 엄청난 곳이다. 물론 대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대단히 크고 아직 네트워크 인프라가 열악해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는데 한계는 있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도 어느 순간에 한계에 닥치지 않을까. 이들도 그런 현실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곳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에 각각 3명의 현지인을 창업팀에 합류시켰다. 현지에도 법인을 설립하고 슬랙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서비스를 조율하고 있다.


 그래도 현지 사정을 그때 그때 즉각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결국엔 이르면 가을께 인도로 건너가 서비스를 직접 관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인도는 13억 인구 중 8억명이 청년입니다. 성장성이 엄청 납니다. 한국에서 이미 일상화된 것들이 여기선 시작 단계인 것도 많구요. 결국은 일부는 한국에 남고 일부는 인도에 넘어가서 서비스를 챙겨야할 것 같아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면 인도의 국민앱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그 시장에 정착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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