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시지온을 알게 됐을 때 이 회사 사장은 김범진 대표였다. 그게 벌써 2011년의 일이다. 3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공동 창업자였던 김미균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범진 대표가 군에 입대하면서 함께 창업했던 김미균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댓글을 통해 인터넷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청년다운 패기와 꿈으로 시작됐던 이 회사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꿋꿋하게 성장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처음 접했을 때 대학생들의 벤처같은 느낌마저 강하게 났지만 이제는 어엿한 기업으로 커나가고 있다.  

 시즌2는 보통 시즌1에서 다뤘던 스토리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지만, 시지온에서는 약간 다르게 전개를 해 나가려고 한다. 시즌1과 주인공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지온을 만든 또 다른 창업자의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이 회사의 스토리가 완성이 됐기 때문이다. ‘시지온 시즌2’는 이 회사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다시 시작된다. 

◆커뮤니케이션이 좋을 뿐

김미균 대표의 어릴 적 꿈은 아나운서가 되는 것. 그의 이런 꿈은 어릴적부터 방송 활동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우연챦은 기회에 시작됐지만 반복되면서 자신의 미래를 규정하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김미균 대표에게 방송 일이 그랬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꿈이 좌절됐다. 방송 일이 좋아 2005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는데, 대학교 1학년때 우연히 자신의 턱뼈가 마모되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방송을 위해선 제대로된 발음을 하는 게 중요한데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부분에서 할 수가 없게 된 상황이 온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함묵증을 앓기도 했다. 실어증이 말을 못하게 되는 것이라면 함묵증은 스스로 말을 하지 않는 것.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뜻이다. 

 “대학에 들어가고 한참 좋아야 할 시절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어요. 그러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어요. ‘나는 왜 아나운서가 되려고 했던 것일까.’”

 이 때는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의 시기. 뜻하지 않은 병으로 인해 자신의 직업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나는 왜 이 분야에서 직업을 택하려고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그냥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 좋아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러다가 알게 됐죠. 난 그저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고 그쪽 분야의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그 일을 하는데 반드시 아나운서일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났어요. 그랬더니 마음이 가벼워졌죠.” 

 마음을 고쳐먹자 함묵증도 사라졌다. 학교로 돌아온 그는 자원봉사단 활동, SK텔레콤 인턴십 등 외부 활동을 하며 연세대리더스클럽이라는 동아리를 갔다가 김범진을 만나게 된다. 취업을 하던 창업을 하던 직업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 시대적 상황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게 두 사람의 경우가 그랬다. 두 사람이 연세대 리더스클럽에서 활동을 하던 당시 한국 사회는 어느때보다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었다. 김미균, 김범진 두 사람은 자살 이슈와 이를 둘러싼 댓글의 사회적 문제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댓글 문제는 캠페인으로 안된다

“왜 멀쩡한 사람들이 온라인에만 가면 싸울까요.”

궁금하긴 하다. 왜 그럴까. 그의 말이 이어졌다.

“왜 중도는 사라지고, 극단적인 찬반 의견만 남게 될까요.”

중도 의견은 굳이 올릴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만한 정성을 기울일 유인이 없을 터. 로그인의 장벽도 한가지 원인이 될 수 있겠다. 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는데 어떤 사안에 대해 분노가 치솟는 등 극단적인 감정이 들어야 로그인이라는 힘든(?) 과정을 감내하고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에서는 집단행동의 원칙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어쨌든 김미균 김범진 두 사람의 결론은 악성 댓글의 문제는 결코 캠페인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알겠다. 캠페인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할까. “기술과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김미균 대표의 설명. 김미균이 기획을 맡고 김범진이 개발을 맡았다. 경희대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다 연세대 화공과 06학번으로 온 김범진은 프로그램도 짤 줄 알았다. 

 다분히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이 일을 어떻게 사업화할 수 있을까. NGO가 하면 후원을 받아야 해서 결국 캠페인성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 정부기관이 하면 정체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이들의 결론은, 어렵더라도 기업이 해야 한다는 것.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쟎아요. 그런데 우리는 처음에 그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돈을 어떻게 벌어야할지에 대한 대책도, 물론 없었죠.”

 2007년에 창업은 했지만, 이러다보니 처음엔 사회적기업 성격이 강했다. 2010년까지는 수익모델이라곤 전혀 없이 버텼다. 이들이 만든 라이브리(LiveRe) 시스템의 가치는 댓글의 네트워크화에 있다. 라이브리는 댓글을 기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연동시킨 시스템. 댓글과 SNS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시지온이 특정 포털이나 블로그,언론사 닷컴 사이트 등과 제휴를 맺고 자신들의 플랫폼을 해당 사이트에 구축하면 이런 사이트에 들어오는 네티즌들은 라이브리라는 댓글 플랫폼을 이용해 댓글을 달게 된다. 로그인이 필요하지만 라이브리에 따로 로그인할 필요는 없다.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예를 들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사용할 수 있다. 몇개의 하나의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들어가서 작성하면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SNS에 내가 쓴 댓글이 그대로 전송된다.

 이렇게 되면 댓글이 그냥 날아가버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 특정 기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SNS에 연결된 내가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런 방식이 댓글의 사회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댓글을 달 때 내가 아는 사람이 내가 단 댓글을 본다면 좀 더 이성(?)을 갖고 글을 달게 될 것이라는 것. 댓글이 배설이 아니라 소통의 도구가 되면 캠페인을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정상적인 대화의 모습을 띄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었다. 이들의 생각이 맞았는지는 좀 더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런 과정 속에서 이들의 사업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다음달 라이브리뷰 출시

댓글과 SNS의 반응에 민감한 곳은 많겠지만, 특히 심한 곳은 쇼핑 및 유통업체들, 그리고 언론사들, 브랜드가 중요한 대기업 등일 것이다. 평판에 민감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들도 댓글을 중시여긴다. 언론사들은 특히 직접적인 당사자다. 사람들이 어떤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서이고 기사에 대한 댓글에서 사람들의 반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지온의 라이브리는 언론사들과 하나씩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2011년에만 해도 걸음마 단계였는데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언론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검색하든, 언론사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든, 뉴스를 보고 댓글을 달기 위해 로그인을 하면 라이브리 시스템에 들어가게 된다. 시지온은 SNS의 반응과 댓글에 민감한 기업체들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매년 갱신되는 이 계약이 시지온의 주된 수익모델이다.

 댓글의 네트워크화를 꾀하면서, 당연한 일이지만 댓글에 대한 엄청난 DB가 축적되고 있다. 댓글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는지, 국내에서 이를 가장 잘 아는 회사가 있다면 시지온이 아닐까. 네이버에서도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글이 뭔지, 댓글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분석하는 시스템은 마련되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쉽게 말해, 시지온은 한국의 언론사 뉴스 댓글을 모조리 갖고 있는 유일한 회사인 것이다. 

 “언론사들이 노출시키는 뉴스와 사람들이 클릭을 많이 한 뉴스, 그리고 댓글을 많이 단 뉴스가 상당 부분 겹치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우린 항상 댓글 데이터를 보기 때문에 이걸 알수 있죠. ”

 “어떤 뉴스에 댓글이 많이 붙나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극적인 뉴스에 물론 많이 붙지만, 결국은 심층 보도를 할수록 댓글이 많이 달려요. 댓글을 분석하면 신뢰할만한 콘텐츠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지온은 이런 경험과 축적된 DB에 분석을 덧붙인 라이브리뷰(LiveReview) 앱을 다음달 출시한다. 모바일 앱으로 출시되는 이 앱은 댓글이 많거나 댓글 반응이 좋은 뉴스 등을 따로 보여준다. 시지온은 댓글 내용의 분석 등을 위해 트리움과 제휴를 맺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 정도만 갖고도 앞으로 할 게 많을 것 같은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 수익모델이나 비즈니스 확장 계획은 아직 고민중이란다.

 “지금까지는 투자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해 왔는데요, 이제 투자를 받아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중이에요. 해외 진출도 때가 왔고, 국내에서도 댓글DB를 활용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때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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