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9개월 전 처음 만났을 때는 회사 이름이 ‘스픽케어’(Speakcare)였다. 당시 스픽케어 서비스가 나온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직원은 10명이 채 안됐다. 시간이 흘러 이 회사는 크게 변화했다. 흔히들 이름 빼고 다 바뀌었다고 하는데, 이 회사는 이름까지 바뀌었다! 생존을 걱정하던 스타트업에서 매출 100억원을 바라보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스터디맥스.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처음 만났던 부부창업자이자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심여린 대표와 이비호 부사장의 사업 여정을 3년하고도 3개월만에 다시 쓴다. 한국의 스타트업 20회에서 다뤘던 그 이후의 스토리다.  마침, 스터디맥스의 초보자용 영어말하기 교육 서비스 스피킹맥스의 일 매출이 1억원을 돌파한 날, 이들을 만났다. 

◆투자받기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2010년 9월, 당시 스픽케어를 찾아갔을 때는 서비스가 출시된 지 6개월이 지나 조금씩 이용자 수가 늘어나던 시기.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성장세를 말하긴 이른 시점이었다. 

 스픽케어 서비스가 나오던 시점, 장병규 대표가 설립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3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었고 회원 수가 늘고 있어 두 사람은 회사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비호 부사장은 2000년대 초반 이투스를 창업한 경험이 있기에 스타트업의 성장과 자금 융통에 어느 정도 지식과 노하우도 있는 상태였다.

 “사실 투자 받기가 그렇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경험도 있었던 데다 엔젤투자를 잘 받았고 사업 계획이나 성장성 등에서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봤거든요.” 이비호 부사장의 설명.

 그런데 이게 왠걸? 투자를 받기 위해 VC(벤처캐피털)들을 차례로 만났지만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당시 스픽케어는 새로운 서비스 스피킹맥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한 투자와 스픽케어를 성장시키기 위한 마케팅을 위해 돈이 필요했다. 본엔젤스에게서 받은 자금과 심여린 이비호 두 사람이 넣은 자금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

 급한 마음에 VC란 VC는 다 만났고 회사의 미래 전략인 스피킹맥스의 태브릿PC 버전 샘플까지 들고 다니며 VC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심지어 “당신들이 그리고 있는 그런 시장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혹평까지 감수해야 했다. 

 2011년이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일단 자금줄이 말라 붙으면서 새로운 직원을 뽑을 여력도 없었고, 기존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우려되는 나날이 지속됐다. 2011년 3월에는 결국 회사 재정이 마이너스 1억원까지 내려갔다.

 “꾸준히,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과정이 있었네요.”

 나의 이런 말에 이비호 부사장이 이제는 차분해진 어투로 설명했다. 

 “뭐랄까. 좀 생소하게 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희 교육 서비스가 인터랙티브 방식인데, 기존에 흔하게 보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쟎아요. 게다가 당시 수익이 나고 있었던 상황도 아니었고, 매출은 있었지만 향후 매출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을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구원의 손길은 본엔젤스에서 왔다. 본엔젤스와 지인들, 그리고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의 보증대출 등을 합해 10억원을 약간 웃도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11년 여름께 실탄을 마련한 이들은 때마침 출시된 신규 서비스, 스피킹맥스 마케팅에 전력투구했다.

<심여린 대표(왼쪽)와 이비호 부사장. 2010년에 촬영한 사진이니, 벌써 3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김봉간님께서 찍어주신 건데, 내가 갖고 있는 사진 중 가장 두 사람의 분위기가 잘 담겨 있(다고 내가 생각하)는 컷.>

◆2012년, 흑자전환과 도약

처음에 이들이 스픽케어를 출시했던 건 발음을 포함해 말하는 것을 교정해주고, 바르게 말할 수 있게 가르쳐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미국 등 원어민들의 도움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다보니 중요한 것을 알게 됐다. 교정을 받으려면, 일단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영어 스피킹 초보자들이 말할 수 있도록, 그 시작을 도와주고 이끌어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 스피킹맥스. 

 처음 얼마동안은 반응이 느리게 나타났지만 곧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이 늘기 시작했다. 다른 영어교육업체들의 서비스와 달리 미국, 영국 등 영어 원어민들이 사는 현지에 가서 직접 영상을 촬영해오고,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영상만 보고 있어도 외국에서 배우는 느낌을 주는 게 영어공부에 목마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힘겨웠던 2011년이 지나고 2012년이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스피킹맥스 매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네오플럭스에서 15억원을 투자해 자금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때마침 월단위로 BEP(손익분기점)를 돌파한 것. 이제 자체적으로 벌어서 투자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회사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에 접어든 것이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이들은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사명을 변경하기로 한 것. “회사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스픽케어라는 이름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어 스피킹 분야 말고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텐데 그러기 위해선 좀 더 포괄적인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한거죠.”

 2013년 4월, 스픽케어는 스터디맥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교육과 관련된 사업 분야 확장을 꾀하는 동시에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2012년 63억원에 이어 2013년 7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3년에는 20%에 가까운 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년 뒤 기업공개(IPO)한다!

이 시점에서 상장에 대한 궁금증이 안 생길 수 없다. 

“곧 상장을 할 것 같다”고 말하자, “올해는 아니다”고 심 대표가 말했다.

심 대표는 “올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 20억원 이상을 내고, 내년에 매출 150억원 영업이익 30억원 이상을 달성한 뒤 2016년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피킹맥스의 뒤를 이을 신규 서비스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있다. 일단 올 9월께 초등학생들을 겨냥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 가을부터 준비를 시작해 1년 동안 콘텐츠 작업을 한다. 이투스 시절부터 교육 관련 사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이 부사장은 콘텐츠가 완벽하게 준비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처음에 스피킹맥스를 출시하면서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0대 초중반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쓰더라구요. 시장을 섣불리 예측하는 것은 힘들죠. 그런 시장에서 살기 위해선 콘텐츠가 받쳐 줘야죠.”

수학교육도 이들이 도전해보고 싶은 사업. 이 부사장은 "사실 수학 교육이 정말 중요한데, 이공계 출신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수학 교육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이걸 한번 바꿔 보고 싶은 마음이 있죠. 쉽진 않겠지만, 계속 구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2010년 사업을 본격화한 지 벌써 4년이 훌쩍 넘었다. 그 동안 가장 감사한 일이 뭐였는지를 묻자, 심 대표는 “함께 창업한 양희봉 상무, 창업 직후 합류한 초기 멤버들이 회사의 여러가지 어려움과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항상 자기 몫 이상의 일을 해 낸 것”이라며 “이게 스터디맥스의 가장 큰 힘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NHN에 다니던 아내가 회사를 나와 스타트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부부가 함께 회사를 경영하기로 했을 때 이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정말 힘든 일이 많은데, 그래서 2년 정도 하다가 힘들다고 안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내심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너무 잘해서 좀 놀랐죠. 하하.” 이비호 부사장이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 이상으로 믿었기에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여린 듯 보이지만 당차고 씩씩한 심여린 대표와 과묵하고 듬직한 이비호 부사장.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참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조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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