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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04 한국의 스타트업-(252)당근마켓 김용현 김재현 대표 5

처음에 당근마켓이란 서비스명을 들었을 땐, 농수산물을 거래하는 장터인가 싶었다. 그런데 당근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당근이 아니라 당신의 근처란 의미의 당근이란다. 이름 참 잘 지었다. 그러면서 당근 본래 단어의 이미지도 쓸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당근마켓은 한국에서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동네 주민들간의 일상적인 중고물품 거래 장터를 표방하고 있다. 내가 쓰지 않지만 버리긴 아까운 그런 물건들이 누구나 집에 가득 있을 터인데 그런 물건들을 집 근처 주민들에게 싸게 판매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씽크리얼즈를 창업했다가 카카오에 매각했던 김재현 대표가 당근마켓으로 생애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생애 두 번째 창업


김재현 대표가 전태연, 김현학, 김태년 등 3명의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씽크리얼즈를 창업한 건 2010년 초. 이후 2년반만인 20126월 씽크리얼즈를 카카오에 매각하고 나서 그는 창업멤버들과 함께 카카오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된다.


 카카오에서 카카오플레이스팀에 들어간 그는 여기서 김용현 팀장을 만나게 된다. 당시 김용현 팀장이 팀을 이끌었는데 김 팀장의 경우 전혀 개발 분야의 백그라운드가 없었지만 엔지니어로 계속 생활해 온 김재현 대표와 죽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두 사람은 수시로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용현 대표는 대학때 경제학을 전공하고 삼성물산에 4년 정도 다니다가 네이버에 들어갔다. 네이버에서 4년 정도 일한 뒤 카카오로 이직했다가 카카오 플레이스 등 사업을 기획했고 김재현 대표와 만난 것이다. 김용현 대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창업을 생각해 온 인물이지만 어느 분야에서 해야할지에 대한 막연함과 비개발자로서 개발 분야를 해결해야한다는 점 때문에 우선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쪽으로 해 왔다고 한다.


 두 사람에겐 2015년이 분기점이 됐다. 먼저 김용현 대표가 카카오를 나왔다. 그는 그냥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름에 김재현 대표가 회사를 나왔다. 씽크리얼즈에 함께 있었고, 카카오에서도 같이 일했던 에드(전무익)의 영향이 컸다. “에드가 지역 장터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얘길 했어요. 그러면서 일이 시작됐죠.”


 김재현 김용현 두 사람이 계속해서 지역과 관련된 일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도 이런 일을 시작하는데 밑바탕이 된 것 같다.


 “카카오에 들어가고 나서 사내 장터가 활성화돼 있는 것을 봤어요. 사내 장터에서 거래되는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많고, 만족도도 높은 걸 보면서 처음엔 회사 한 곳에서만 하지 말고 회사들을 모아서 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더군요.”


 정작 아이디어를 냈던 에드는 제주도 카카오 본사로 발령이 나서 갔고 김재현 김용현 두 사람이 이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엔 판교장터로 시작했다. NHN엔터, 카카오 등 판교 지역에 있는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물건을 사고 팔 수 있게 한 것이 판교장터의 개념이었다. 20156월 회사를 퇴사한 그는 바로 그 다음 달인 20157월 판교장터를 열었다.


<당근마켓 창업멤버들. 앞쪽 당근색 후드티를 입은 이들이 김재현(왼쪽), 김용현 공동 대표. 뒷줄은 왼쪽부터 정창훈(아이폰 개발) 정우람(안드로이드 개발) 박선영(서버 개발) 전무익(R&D) 권예슬(디자인총괄). 사진은 동행한 케이큐브벤처스 이채영 팀장께서 수고해주셨다.>


당신 근처의 마켓


판교장터에 대한 호응은 높았다.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지나치면서 알 법한 사람들끼리 쓰던 물건을 사고 팔다보니 서로 필요로 하는 물건을 상대방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괜챦은 반응을 접한 김재현 김용현 두 사람은 이 장터를 확대한 방안을 논의한다.


 “가산디지털밸리로 확대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 동네를 가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하면 너무 제한적인 것 같았습니다. 꼭 기업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구요.”


 판교장터는 인증을 각자 자기 회사의 이메일 아이디로 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이 하버드대학교 이메일 아이디로 인증을 했던 것처럼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만 거래가 가능하게 하려면 이메일 인증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회사 이메일을 쓸 정도 회사면 상당한 규모가 있는 회사이고, 이런 회사가 얼마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시장을 넓히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들은 지역 장터로 눈을 돌리게 된다. 굳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지역에 있는 주부, 직장인, 학생 등 모두를 끌어들이자고 한 것.


 이런 논의 과정을 거쳐 2015년말 당근마켓이 문을 열었다. 여러 가지 이름을 놓고 고민했지만 결국 개발자인 박선영씨의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당신 근처의 마켓을 줄여서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지역 중고 물품 거래 장터를 표방하고 있다. 최대 반경 7km 안쪽의 동네로 거래가 제한된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사는 행정구역상 을 중심으로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것이다. 앱을 깔고 등록을 하면 지역 인증을 하게 된다. GPS로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임이 확인되면 내가 사는 지역의 동네 사람들이 올려놓은 상품을 볼 수 있다.


 거래는 만나서 이뤄진다. 굳이 택배를 쓸 필요 없이 만나서 직접 물건을 주고 받는 것이다. 가까운 지역에 살기 때문에 만나서 물건을 팔고 현금을 받는 것. 한 번 거래를 한 사람과 다시 거래를 하는 경우가 10% 이상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비스가 출시된 지 1년 정도 됐는데 어느덧 월 사용자 수가 10만명을 넘겼다.


지역주민들과 거래하는 따뜻한 장터


당근마켓의 가격은 기본적으로는 판매자가 올리지만 가격 흥정을 할 수도 있다. 판매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까지 수익모델은 없는 상황. 거래가 이뤄져도 수수료 등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년말 케이큐브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향후 추가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것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다보니 업자들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쇼핑몰이 생긴 셈이다. 그래서 이런 사업자들을 걸러내는 것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


 “사업자 중에 일반 판매자로 가장하고 물건을 올리는 사례들이 있어요. 기존에 회원들간 물품 중고거래를 진행했던 카페들을 봐도 이런 비슷한 문제들이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해 운영진들이 직접 일일이 게시물을 체크하고 강퇴시키는 등의 방법을 썼죠.”


 하지만 당근마켓은 IT 기업이고 개발자가 전체 직원의 60%가 넘는 기술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이 아닌 좀 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업자들이 올린 게시물을 분류하는 머신러닝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은 한국판 크레이그리스트와 같은 것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문이 생겼다. “한국엔 왜 지금까지 크레이그리스트같은 게 없었을까.”


 “카페들이 해 오긴 했어요. 하지만 기업화되지 못한 거죠. 각 분야별이나 지역별 예를 들어 자동차 동호회, 분당맘 모임 이런 식으로 지역이나 기호분야별 모임들이 온라인에 만들어져 있고 이런 카페를 통해 회원들간 중고품 거래가 이뤄지긴 했습니다. 각 직장별로 만들어진 장터도 있었구요. 하지만 분산돼 있었고 이를 규모를 키우고 지역별 장터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김재현 대표는 과거 씽크리얼즈 시절에도 쿠폰모아와 같이 커머스 관련 사업을 했었다. 카카오 시절 3년을 거쳐 그가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커머스였다. 좀 더 따뜻한, 지역 기반의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온라인 장터를 만들 수 있을까. 서비스가 성장하더라도 기존의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들과는 다른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는 김재현 대표.


 “한국도 그런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싸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따뜻한 장터를 만들어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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