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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2 한국의 스타트업-(179)하루하나 정성민 대표

소비자 입장에서 쇼핑할 때 중요한 것은 역시 '정보'다. 가격 정보,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각종 이벤트나 행사에 대한 정보 등등. 그러다보니 쇼핑 분야에서는 항상 제품을 직접 팔고 사는 거래와 물류, 유통 못지 않게 정보를 모아 보여주고 비교하는 사업도 번창해왔다. 하루하나 정성민 대표는 쇼핑은 DB와 마케팅 싸움이라는 생각을 갖고, 직접적인 거래보다는 메타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을 주로 해 왔다. 시장을 먼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시장 선도자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그가 이번에는 모바일 분야의 라이브홈쇼핑을 들고 나왔다. 

10년 간의 대기업생활 끝에 첫 창업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90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정성민 대표. 그는 막연하게 창업에 대한 동경을 가진 채 한동안 평범한 직장생활을 해 왔다고 한다. 졸업하고 몇몇 기업을 거쳐 SK에너지에 들어간 그. 때는 2002년이었다. 이른바 굴뚝 기업에 들어갔지만 그가 소속된 파트는 인탠저블사업부. 그야말로 뭐라 설명하기 힘든, 무형의 사업을 담당했다는 뜻인데, 손에 잡히고 눈에 훤히 보이는 일을 주로 하는 전통 산업체에서 그런 분야의 일을 했다는 것은 신규사업 발굴을 했다는 뜻이다.

에너지 회사에서 무슨 신규사업을 발굴했을까. 대표적인 게 엔카닷컴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감이 온다. 회사의 기존 사업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온갖 시도를 했을 것 같다. 그 덕에 그는 IT(정보기술) 분야에서 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젠가 이런 것을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대기업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회사에서 정한 사업상의 순위, 중요도 등에서 밀리면 썩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그냥 묻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까웠죠. 정말. 아이디어만 갖고 사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보고서로만 남기고 그냥 끝나는 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심해졌죠.”

결과적으로 수많은 아이디어 기획을 하고 이것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현실화하고픈 욕구가 들었다는 것. 특히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쇼핑 분야였다. 그 자신이 쇼핑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가능성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수많은 사업 아이템이 있겠지만 저는 게임, 광고, 그리고 커머스 이렇게 세 가지를 핵심으로 봤어요. 여전히 진화하고 있고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 이 중에서 제가 도전해볼 만한 분야로 커머스를 택한 거죠.”

2009. 대기업 직원이었던 정성민은 회사를 나와 자신의 첫 벤처기업을 차렸다. 하루하나의 탄생이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

그가 하루하나를 창업하는데 동기부여를 한 것은 그가 회사를 나오기 2년 전 쯤 등장한 원어데이라는 쇼핑몰이었다. “하루에 한 가지 물건만 집중적으로 판매한다는 컨셉이었죠. 시장이 될 거라고 봤어요. 아직 초창기여서 경쟁은 심하지 않았고, 직접 그런 사이트를 만드는게 아니라 메타사이트를 만들면 시장 안착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본 거죠.”

그의 생각대로 초기 시장은 순항했다. 순식간에 하루에 한 가지만 파는 쇼핑몰 수십개가 등장했다. 급성장에 아찔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생각보다 시장이 더 커지질 않은 거였다. 시장이 커지질 않으니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했고 비용 절감도 쉽지 않았다.

하루에 한 가지만 판다는 컨셉이 처음부터 시장이 확 커지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 같아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시장을 확대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을 터. 하지만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내부 이슈가 많아져 그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는 대응이 빨랐다. 하루에 한 가지만 파는 개념으로는 안된다 싶은 그때 소셜커머스가 주목을 받자 소셜커머스 메타 사이트로 변신을 시도했다. 2010년 여름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소셜커머스의 원조격이 하루 한 가지만 파는 원어데이와 같은 쇼핑몰이었기에 변신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남보다 빨리 치고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심지어 이제 모바일쇼핑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남보다 한 발 앞서 움직였다.

“20103월에 하루하나 앱을 런칭했어요. 그리고 바로 전체 앱 순위 7위까지 오르기도 했죠. 사실 2009년말에 하루 한 가지 쇼핑몰로는 답이 안 나온다고 판단했어요. 빨리 움직인 편이죠. ”

적시에 움직인 덕에 2010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전성기를 달렸다. 하루하나의 뒤를 이어 쿠차, 쿠폰모아 등 소셜커머스 메타사이트들이 나왔지만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시장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메타사이트란 경쟁하는 서비스업체들이 많아야 반사이익을 많이 누릴 수 있다. 각 소셜커머스 서비스들을 한데 모여서 보여주려면 업체들이 많을수록 좋은데 티몬, 쿠팡, 위메프 등 빅3를 중심으로 시장이 정리되면서 메타사이트 분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대응도 제때 하지 못했다. 개발 문제도 컸다. 정 대표는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2011년을 기점으로 안드로이드마켓이 시장을 휩쓴 것이다. 아이폰 앱스토어에 최적화된 개발 인재만 보유하고 있던 하루하나는 뒤늦게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충원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보다 늦게 들어온 후발주자들이 오히려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하루하나는 그들에게 고객을 빼앗겼다. 한때 1위를 달렸던 하루하나 앱은 순식간에 3위로 추락했다.

모바일 홈쇼핑, 아직 기회는 있다!

한때 10명 가까이 불었던 직원은 다시 3명으로 줄었다. 풀타임 직원으로 하면 그와 핵심개발자인 CTO 두 명만 달랑 남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모바일에서 다시 기회를 봤다. 모바일에서도 일반적인 소셜커머스가 아닌 홈쇼핑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란 게 그의 예측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3000억원대에 불과헀던 모바일쇼핑 시장 규모는 20116000억원, 201217000억원 등 급성장하고 있다. 2013년에는 4조원에 육박했고 2014년 올해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홈쇼핑 시장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홈쇼핑업체인 GS샵의 경우만 봐도 PC, TV, 카탈로그 매출 등은 대부분 정체되거나 감소추세에 있는데 비해 모바일쇼핑 분야의 매출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20배가 넘게 거래가 늘었다.

원래 정 대표는 20124월 하루하나 모바일 앱에 처음 모바일홈쇼핑 서비스를 넣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당시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고객군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셜커머스는 20,30대가 위주인 반면 홈쇼핑은 30, 40, 50대가 주 소비자층이고 대부분 여성이다. 특히 여성의 비중이 80%는 웃돈다.

그는 이런 여성 유저들을 타깃으로 한 라이브홈쇼핑 서비스 앱을 올 3월 출시했다. 6개 홈쇼핑사의 상품을 모두 모아서 보여주고 구매까지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그리고 물론 이 홈쇼핑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다.

그가 라이브홈쇼핑 앱을 출시할 당시 시장 상황은 이제까지와 사뭇 달랐다. 그는 항상 먼저 움직이는 쪽이었다. 언제나 시장의 움직임을 남보다 조금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인 셈이다. 아니 단순히 인지가 빠른 게 아니라 행동에 옮기는 것이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인지만 먼저 하는 사람이나 조직이야 수두룩할 것이다. 그들이 인지를 했는지 못했는지를 우리는 행동에 옮겨졌을 때 알 수 있는데 행동이 빠른 사람이나 조직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이런 사람이나 조직이 시장을 선점하곤 한다.

그런데 그의 경우 그러질 못했다. 그가 실컷 시행착오를 하는 동안 후발주자들이 과실을 따갔다. 이번엔 그가 거꾸로 후발주자가 됐다. 라이브홈쇼핑 서비스를 올 3월 출시했지만 경쟁서비스인 홈쇼핑모아는 지난해 3, SK에서 하는 티쇼핑도 지난해 출시된 바 있다. 그래도 경쟁자들보다 늦게 나왔지만 9개월여만에 다운로드 10만명을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2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성민 대표는 항상 메타사이트를 추구해왔다. 직접 쇼핑 서비스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고 그는 쇼핑 그 자체보다는 사실상 마케팅비즈니스인 메타서비스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메타서비스는 사실 DB사업이에요. 마케팅이 중요하죠. 보다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냥 수많은 사이트로 가는 게이트웨이에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플랫폼으로 가고 싶습니다. 커머스분야의 광고 플랫폼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기에도 메타사이트가 더 매력적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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