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때마다 화두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다.그 화두는 꼭 취재의 화두만은 아니다.10년 먼저 태어나 세상을 살아본 선배로서,성공한 한 인간으로서 던지는 인생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벤처들을 만나고 겪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본 벤처인으로서 창업에 대한 화두이기도 하다.유독 나에게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라면 벤처인이나 이 업계에 있는 이들에게 여러가지 화두를 던질 수 있을 듯 하다.작년 이맘때 문 대표는 ‘혹독한 금융위기의 시절에도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을 했었다.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문 대표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2010년이 갈 길을 재촉하는,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어느 날 문 대표를 만나러 청담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올해 벤처 창업 열기에 대해 문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통계를 보면 올해 벤처 창업 숫자가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숫자는 숫자일 뿐입니다.”(하하)

 어쨋든 숫자상으로 올해는 2000년 이후 IT분야의 창업이 가장 많은 한 해였다.그러면 2000년과 2010년의 차이는 뭘까.한국과 미국에서 이 시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문 대표는 나와 만나기 전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질문을 받고 이런 문제를 고민해 봤다고 한다.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질문이다.

 “올해 미국에서는 소셜이라는 영역에서 버블적 양상마저 나타났습니다.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그런게 안보이는 걸까요.한국은 아직 회복이 안된 것인가,아니면 버블에서 자유로운 것인가.유독 한국 시장만 차분하고 이성적인가? 웹 2.0 화두는 뜨다 말았고 소셜 화두는 제대로 아직 실행조차 못되고 있습니다.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왜 일까요?”

 질문을 던지러 왔다가 질문을 받게 됐다.
 “그래도 올해 한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한 박자 늦긴 했지만요.”
 “맞습니다.개별 스타트업들의 각개약진,고군분투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그런데 거기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정돈되서 보이는 게 없습니다.생태계를 이끌어갈 흐름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국엔 아직 벤처생태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화두는 생태계구나.그의 말을 들으면서 직감했다.
 “한국의 벤처 산업에서는 생태계가 붕괴됐습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예 형성되지도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아카데미+기업+금융시스템+법률+회계+언론...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이런 실리콘밸리식 조합이 한국에서는 나타나질 못했습니다.”

 맞는 말이다.하나의 신생 기업이 시작할 때 법률,회계,금융 등 각 부분에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런 움직임이 한국에서는 없다.
 “언론의 모습만 봐도 사실 알 수 있습니다.벤처나 스타트업 담당 기자의 숫자나 그들의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 등의 현실이 어떻습니까.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관련 취재 부서가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언론은 한 사회의 거울이니 그것만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죠”

 그의 이런 지적에도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는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지다가 말았습니다.2000대 초반 버블붕괴 때문이었죠.정부가 주도해서 이렇게까지 벤처를 지원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별로 찾아보기 힘들죠.그나마 그것때문에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질 뻔 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생태계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의 벤처 버블은 혹독했습니다.2000년 버블의 가장 뼈 아픈 점은 젊은이들에게서 꿈을 빼앗았다는 점일 겁니다.그 뒤로 직업의 안정성이 젊은이들이 졸업을 할 때 최고의 가치가 됐습니다.이 사회에서 도전 정신이 사라진 거죠.”

 한국에서 벤처생태계가 결국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는 뭘까.답을 내긴 어렵다.그는 이에 대해 “생태계는 결코 관 주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세계 어디를 봐도 산업의 생태계를 관 주도로 만든 곳은 없습니다.한국도 2000년에 이미 이 경험을 했습니다.정부가 그렇게 지원을 했지만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았죠.”

 “‘아이를 망치려면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면 된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이런 말은 사실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기업을 망치려면 정부가 기업에게 돈을 주면 됩니다.정부가 무턱대고 지원하면 공돈이 생겼다는 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모럴해저드에 대한 댓가를 치룬 셈이죠.”
 벤처캐피탈(VC)이 돈 잘 버는 것을 보여줘야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이 분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VC가 돈을 잘 벌려면 당연히 창업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투자할 만한 절대적인 대상이 없으면 이게 힘들어진다.결국 문제는 다시 창업하는 사람들이 없다.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3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회사가 있다고 칩시다.300개의 투자할 회사가 있으면 10억씩 투자해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소신투자도 할 수 있구요.하지만 투자할 회사가 3-4개 밖에 없다고 하면 한 회사당 투자 금액이 커집니다.그러면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죠.소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이 회사가 돈을 벌 회사인지부터 따져볼 수 밖에 없습니다.이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진정한 소셜커머스는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그렇다고 VC가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는 법.그래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인큐베이션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중단됐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결국 운영의 문제였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기획을 하고 있다.
 좀 비관적인 이야기가 이어진 것 같다.하지만 문 대표나 나나 한국의 벤처 생태계,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올해 화두가 됐던 소셜커머스에 대해 여담 삼아 잠깐 물었다.
 “지금 한창 주가가 오르고 업체들이 몰리는 소셜커머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지금 국내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나 그루폰 방식은 소셜커머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그냥 공동 구매죠.거기엔 사실 별로 소셜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그쵸.현재로선 이건 그냥 집단 구매에 의한 할인일 뿐이죠.소셜도 뭣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럼 소셜커머스의 모습은 어떤 게 될까요?”

 “제 생각엔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소셜커머스라고 생각합니다.개인화된 경험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실현하는 거죠.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에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요구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구매에 나서거나 비용을 부담하고 구매에서 협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소셜커머스에 가까울 겁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화해야
 “2000년과 2010년 10년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뭔지 아십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전수되지 못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다는 것 아닐까요”
 “제 생각엔 꼭 성공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성공이든 실패든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경험의 사회화,사회적 자산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는 이런 의문을 계속 갖고 있습니다.왜 한국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 숨어 지내는가.”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인터넷 벤처에서도 성공하신 분들은 예외없이 모두 숨어(?) 지내고 있다.이해진 NHN 의장이 그렇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그러하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그렇다.이재웅 다음 창업자도 마찬가지고 네오위즈를 만든 나성균 창업자도 그러하다.

 이들이 꼭 문자적으로 은둔한다는 것이 아니다.만나기도 힘들고 이들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듣기도 힘들다는 뜻이다.문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기자들만 이분들을 만나기 힘든 줄 알았는데) 업계 안에 있든 밖에 있든,투자자든 피투자자든 이들의 경험을 전수받을 수가 없다.결국 우리는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자산화하지 못하고 있다.물론 이들만의 탓은 아니다.이들이 숨어 지낼 수 밖에 없는 어떤 현실이 있을 것이다.언론의 과대 포장이나 사냥몰이식 취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범수(NHN창업자),장병규(네오위즈 첫눈 창업자),권도균(이니시스 창업자) 등 벤처 1세대들이 엔젤투자를 진행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후배들을 만나고 다니며 창업을 독려하고 직접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인들이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후배들을 이끌어준 것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최초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분들이 엔젤투자한다고 스타트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역시나 무수한 실패를 경험할 겁니다.하지만 그러면서 투자와 창업,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집니다.벤처 생태계 형성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겁니다.”

 

▶문규학 대표는...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1988년 고려대를 졸업한 뒤 삼보컴퓨터에서 인력개발팀,회장실,전략기획팀 등에서 일했다.1990년대 초반 당시 삼보컴퓨터가 무선호출기(삐삐0 사업권을 획득,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할 때 태스크포스팀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문 대표는 1996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필라델피아에 있는 드렉셀(Drexel) 대학에서 MBA 마케팅 과정을 전공하던 중 일본 소프트뱅크가 벤처투자를 위해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창업투자회사인 미국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벤처스(SBTV)에 입사하게 된다.
 1998년 귀국한 문 대표는 소프트뱅크미디어 대표 겸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을 맡았으며 2002년부터 소프트뱅크코리아ㆍ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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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 간 세계 인터넷 업계는 ‘웹2.0’ 열기에 휩싸였다.그런데 국내에서는 “웹2.0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터넷 업계가 침체돼 있다.투자도 부진하고 획기적인 서비스도 없다.

 인터넷 순위조사기업 알렉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0대 웹사이트 중 4개가,30대 웹사이트 중 14개가 웹2.0 사이트이다.반면 한국에서는 10대 웹사이트 중에는 웹2.0 사이트가 하나도 없다.30대 웹사이트까지 뒤져야 3개가 나올 뿐이다.웹2.0이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뭘까.한때 ‘인터넷 강국’이란 말까지 들었는데 왜 이렇게 침체됐을까.각계 전문가 5명이 모여 한국 웹2.0의 현황과 문제점,대책 등에 관해 토론했다.토론에서 오간 얘기들을 간략히 정리해 봤다.

오른쪽부터 박병우 팀장,김태우 블로거,문규학 대표,김창원 대표,이경전 교수,임원기 기자

<토론회 참석자>(가나다순)
김창원 태터앤컴퍼니 공동대표
김태우 전업 블로거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박병우 문화관광부 뉴미디어팀장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임원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 기자=당초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께 웹 2.0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토론회를 한번 갖자는 말씀을 드렸는데,이렇게 빠른 답변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만나뵙기 힘든 각 계의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주신 것 만으로 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초 말씀드린 대로 오늘 자리는 웹2.0의 한국적 현실을 짚어보고자 만들어졌습니다.한국의 웹2.0이 처한 현실은 어떤가? 왜 우리는 주변에서 웹2.0을 말만 많이 들을 뿐 구체적인 기업활동을 보기 힘든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이 외국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대책은 없을까?
 이런 다양한 주제를 논하기에 시간이 짧을 수 있겠지만,기탄없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자리를 마련하는 부탁을 드려놓고선,사회까지 맡아달라고 부탁드려 죄송합니다.문 대표님,부탁합니다.

 

▷문 대표=우선 도대체 웹2.0이란 무엇일까 정의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정의를 내리는 데 있어서는 역시 교수님이 최고죠.이 교수님 좀 부탁드립니다.

 

▷이 교수=솔직히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은데요.제가 볼 때 가장 간략한 정의는 최근 몇 년간에 걸쳐 발생한 웹의 환경 변화와 방향성을 웹2.0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웹이 구조화됐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구조화된 웹입니다.참여,공유,개방을 보통 키워드로 말합니다.

 

▷문 대표=개념 정의하는 것이 아주 어렵습니다.관점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웹이 변화된 것을 그러면 웹2.0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태우씨께서는 1.0과 2.0이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지요.

 

▷김태우-웹의 구조 자체는 본래 분산화되고 민주적인 것이 많았습니다.이게 웹의 원래 성격이었는데 웹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기존의 미디어의 성격을 많이 닮아가게 됐습니다.그러던 것이 2004년을 넘어서면서 일반인들이 만들어가는 웹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겁니다.이것을 사람들은 웹2.0이라고 부릅니다.

 

▷문 대표=200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세계 강국’으로 통했습니다.초고속인터넷 보급율이나 인터넷 이용자수에서 세계 1위였죠.그런데 2004년을 기점으로 주도권을 상실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초고속인터넷에서 일본이 추월하기 시작했고,미국과 유럽은 웹2.0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습니다.인터넷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매출이 적어도 100억원은 돼야 합니다.그런데 한국 웹2.0 기업 중에는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 대표=저는 매출보다 웹2.0은 남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웹 사용 형태를 바꿨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봅니다.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네이버 뉴스,다음 카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즉 웹2.0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도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행태가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겁니다.이것이 한국 인터넷 산업과 웹2.0의 한계이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 팀장=수년 전 많은 사람들이 문화부로 찾아와서 ‘웹 기반의 서비스’에 관해 묻곤 했습니다.그들 중에는 웹2.0 초기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도 많았고 지금 생각해봐도 혁신적인 서비스들도 있었습니다.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니 창업에 성공한 이가 거의 없습니다.창업을 포기했거나 창업했지만 실패한 거죠.대부분 대기업 관리자로 들어간 이가 많았습니다.


▷문 대표=제가 지난해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설득해보려고 했던거죠.벤처를 한 번 해보라고.그런데 체험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요즘 젊은이들은 고등학생 시절 ‘닷컴 버블’이 꺼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가족이나 친지가 벤처를 했다가 망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그러다 보니 진로를 정할 때 무엇보다 안정성을 따지는 성향이 강합니다.벤처 창업 하겠다고 하면 정신나간 사람 취급받는 게 현실이죠.지금 한국에는 웹2.0 벤처 정신이 없습니다.


▷임 기자=한국과 미국의 웹2.0기업들이 현황이 어떻게 다른가요? 이를테면 한국은 몇 개인데,미국은 몇 개 라던가..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문 대표=제가 볼 때는 30여개 기업 정도? 그 정도가 웹2.0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미국에서는 상위 15위의 벤처캐피탈이(2300개 중에) 투자한 웹2.0기업이 164개입니다.기업 하나당 150억원 이상 투자했죠.그런데 한국에서는 전체 웹2.0기업을 통털어서 30-40개 밖에 안됩니다.


▷이 교수=미국에서 인터넷 업체인 구글이 새로운 강자로 뜨면서 웹2.0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웹2.0을 잘 모릅니다.네티즌들도 웹2.0 시대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한국 네티즌들은 아직도 포털식 일방주의적 서비스에 익숙해 있습니다.

▷문 대표=웹은 해당 국가의 문화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쓸 만한 가치와 정보를 인터넷에 얼마나 축적해 놓았느냐가 중요한 거죠.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많은 정보를 축적했습니다.그것이 공유와 개방이란 새로운 추세와 만나면서 웹2.0을 탄생시켰습니다.한국은 정보 축적이 매우 미흡한 것 같습니다.그래서 (지식검색을 내건) 네이버가 성공하지 않았을까.없으니깐 만든 거죠.


▷이 교수=웹2.0에서 참여·공유·개방은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입니다.구글은 참여·공유·개방이라고 포장했지만 이를 통해 자기네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투자를 하고,돈이 있어야 웹2.0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또 창업자와 벤처캐피탈이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박 팀장=우리나라 웹2.0은 콘텐츠가 약합니다.문 대표 지적대로 지식 축적이 미흡하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가 쉽지 않은 거죠.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표현해야 웹2.0이 대중화된다고 생각합니다.지식을 제대로 축적하려면 유저(사용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미 과거 PC 교육 등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웹2.0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이런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기자=웹2.0의 활용에 있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그런데 한국은 웹2.0의 확산과 전파,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블로그의 모습에서도 외국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태우=미국에서 웹2.0이 확산된 데는 블로거들의 힘이 컸습니다.쓸 만한 지식은 나이든 분들이 축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웹이 활성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블로거들의 평균 연령이 한국은 30대 초·중반인 반면 미국은 50대거든요.콘텐츠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웹2.0 벤처의 영역 자체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산업군에 웹2.0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미디어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는 거죠.헬스케어 같은 분야에도 얼마든지 웹2.0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학계의 블로그 활용 모습도 사뭇 다릅니다.미국에서는 학계 블로그가 활발합니다.한국과 많이 다른 점이죠.미국의 교수 중에는 자신의 책을 온라인에 공개한 사람도 있습니다.The wealth of Networks라는 책을 갖고 만든 블로그가 있습니다.뱅클러 교수의 700페이지 책으로 만든 이 블로그에는 수만명이 참여해 책의 내용의 강의를 만들어갑니다.저는 900명 정도가 회원으로 있는 블로그를 그냥 운영하고 있는데 이 교수는 강의 자체를 위키피디아 형태로 참여를 내세워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김 대표=사실 웹2.0에 대해 논할 땐 실리콘밸리냐 아니냐로 구분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한국은 여전히 잘하고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다만 실리콘밸리엔 많이 뒤져있죠.실리콘밸리를 제외하곤 어느 곳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김태우=맞습니다.실리콘밸리의 웹2.0에 대한 엄청난 기술적,개념적 진보에 좀 기가 질려있긴 하죠.거기서는 금융공학적 기법마저 동원하고 있습니다.수익모델도 잡혀 있죠.그거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멀었지만,사용자들 개개인의 모습에선 결코 뒤쳐지지 않습니다.


▷문 대표=건강한 위기의식,긴장감,이런 것이 우리 인터넷 업계에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웹 생태계를 복원하고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우리나라 웹2.0이나 ‘블로고스피어’는 아주 외롭다는 느낌이 듭니다.자신들만의 ‘섬’에 빠져 있다고 보여집니다.블로고스피어에 있는 네티즌들에게 배를 나눠주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게 할 필요성이 절실합니다.여기 계신 분들이 그런 역할의 일부를 담당해야 할 것도 같습니다.오늘 토론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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