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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27 한국의 스타트업-(187)웨이웨어러블 문종수 대표

요즘 국내 산업 중 최대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뷰티(Beauty)’ 아닐까.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이는 것도, 국내 면세점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한국의 경쟁력이 있는 뷰티산업에 대해 세계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때문 아닐까.

설사 한국 뷰티 산업의 경쟁력이 조금 쇠퇴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앞으로 미용이나 피부건강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소득수준 향상과 고령화,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 등의 추세에 힘입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다만 이 분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문제가 관건인 것 같다.

화장품 사업은 미용이나 피부건강을 지키거나 돋보이게 하는 쪽이다. 앞으로 성장하겠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반면 내 자신의 피부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명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분야는 아직 화장품만큼 활발하게 발달된 분야가 아니다. 여기에 어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화장품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청년이지만, 피부 측정과 피부건강 관리 시장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웨이웨어러블 문종수 대표가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일곱번째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사업가 기질을 타고난 청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04학번으로 입학한 학생 문종수는 좀 별났다. 삼성SDS에서 인턴 경험을 잠깐 했고 이후 군대를 가려고 했는데 시기가 잘 안 맞아서 약 1년간 시간이 비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냥 학교를 조용히 다니다가 군대를 가도 될텐데, 그렇게 서둘러서 학교 과정을 끝마칠 필요도 없었고 흔히들 하는 과외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이 장사.’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은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분당선 미금역 근처 황금상권이라 판단되는 곳에 적당한 건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다니던 중 뜻밖에 아주 좋은 위치의 건물 목좋은 1층 자리가 권리금도 없이 나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뭔가 분명 이유가 있을터. 알아보니 이곳에서 사업하는 사람들마다 망해서 나간 사연이 있었다. 개의치 않고 돈 적게 들어서 좋네 하고 덜컥 계약을 하고 그 자리를 받은 문종수.

뭘 해야 할지도 막막했지만 친구를 불러 도움을 요청하니 냉장고를 하나 들고 왔다. 그렇게 해서 그의 편의점 사업이 시작됐다. (그의 편의점 창업기에는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여기서 그것이 본류가 아닌만큼 간략하게 넘어가려고 한다.)

지자체에서 담배 판매 허가를 받고 아무것도 없는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담배회사들이 판매대 등을 설치해주고 갔다. 처음엔 친구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는 스스로도 놀랄만큼 수완을 발휘해 편의점을 운영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소속되는 대신 작지만 독립 브랜드의 편의점을 낸 그는 끼워팔기와 할인을 적절히 배합하고 시간대와 손님에 맞는 판매전략을 구사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냥 장사일 뿐이라고 그는 말했지만, 그에게는 확실히 사업가 기질이 있었다. 결국 군에 입대하기 전 그는 상당한 권리금을 받고 편의점을 넘길 수 있었다.

준비없이 시작했던 첫 창업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학생 문종수는 장사가 아닌 사업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삼성SDS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IT(정보기술) 분야에 눈뜬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2011년 겨울 친구와 함께 창업했다. 당시 그는 헬스케어를 아이템으로 삼았다. 의료정보 등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다양한 운동을 하쟎아요. 그 운동을 스스로 보면서 따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 거였어요. 요가 동작이나 헬스트레이닝 동작을 전문 강사 등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다보면 건강관리가 되겠다, 뭐 이런 거였죠.”

서비스명은 디자인유어바디(Design your body)’. 시장 자체는 잘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많을 터. 수준 높은 동영상이 DB(데이터베이스)화되도록 했고 유료 결제 방식도 도입했다. 23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매출이 오르는 듯 했다가 정체됐다. 사용자들도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왜 그랬을까.

외국 사용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서비스의 잦은 에러 때문에 사용자들이 불편했죠. 예를 들어 영어로 서비스하는 페이지에서 가끔씩 뜨는 안내 팝업 창에는 한글로 적혀있는 그런 식이었어요. 무슨 소리인줄 모르니까 불편하고, 불만이 생기는 거죠. 이런 사례들이 좀 있었어요. 그랬더니 사용자들이 확 줄어들더군요.”

해외 사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외국의 유명 피트니스 강사와 계약도 체결하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그리고 실제 상당한 콘텐츠를 확보했지만) 서비스단의 이런 에러와 오류가 겹치자 고객의 마음을 붙들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때 일부 고객이 언급했던 것인데, 정말 잊을 수가 없었던 지적이 있었어요. 뭔가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은 그런 서비스 같다는 지적. 맞는 말이었어요. 준비를 제대로 하질 못했어요. 서비스의 본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 셈이었죠.”

디자인유어바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웨이웨어러블 창업멤버들. 왼쪽에서 세번째가 문종수 대표.>

영역을 좁혀라

그래도 그는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디자인유어바디를 기획했을 때의 당초 생각은 건강관리를 해주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정작 전문가들이 만든 콘텐츠만 나열했지 관리는 못해줬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사람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 특히 이왕이면 건강에 관심이 많고, 실제 관련 활동도 많이 하는 여성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서비스를 기획했어요. 기획안을 들고 이스라엘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죠. 이때가 대 전환점이 됐어요.”

20149월 문 대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되는 DLD 컨퍼런스에 참가하게 된다. 이에 앞서 현지에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와 만나는 시간도 있었다. 이 기간이 3주 정도 됐다고 한다. “3주 동안 아이디어를 들고 가서 발표도 하고 토론도 했어요. 이때 엄청 깨졌죠. 하하.”

왜 깨졌을까. “저희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광범위했거든요. 여성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모든 서비스를 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터무니없었겠어요. 난타를 당했죠.”

맞는 말이다.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그 와중에 그는 한 가지를 발견했다. 피부관리에 대해 설명할 때 누구나 관심을 보였다는 것. 심지어 피부관리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서 서비스를 다시 설명하자 이런 서비스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서비스 기획안을 전면 수정한 문 대표는 결국 3주 과정이 끝난 후 펼쳐진 DLD 컨퍼런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친구이자 피부과 의사인 오가나 원장(초이스피부과의원)의 자문을 받았다. 피부관리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은 뭘까. 우선 피부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관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시중에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나 관련 제품은 많아도 내 피부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뿐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이 어떤지를 파악하게 해 주는 제품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항상 들고다니면서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주변 환경을 진단할 수 있다면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항상 휴대할 수 있는 피부측정+관리기를 만들어보자! 그러려면 피부과의사의 합류가 필수적이었다. 오가나 원장이 합류하면서 경영자+엔지니어+의사+마케터+기획자 등으로 구성된 창업팀이 완성됐다.

Personal skin care companion

여성의 삶의 길에서 여성을 응원하고 여성의 삶을 도와준다는 거창한 의미를 가진 웨이웨어러블(way wearable)이라는 회사명이 도출됐다. 첫 번째 상품명도 웨이(WAY).

본래 웨이는 스마트워치 형태로 고안됐다. 하지만 패션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생각해볼 때, 스마트워치로 할 경우 본연의 기능보다 시계로서의 기능이나 패션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결국 여성 화장품처럼 휴대하고 다니는 모양으로 기획했다.

웨이는 미니 도넛처럼 보이지만 피부 진단, 전력 컨트롤, 센서 등 각종 기술이 융합돼 있는 IT기기다. 특히 피부 진단 기술이 웨이의 핵심이다. 웨이는 피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류를 흘려보내 피부 위 유분과 각질부터 표피, 진피까지 다 체크한다. 사용자가 웨이를 얼굴에 가져다 대기만 해도 유분, 수분의 양 등 피부의 다양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웨이는 각종 센서로 자외선 지수, 습도 등 각종 주변 환경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한다. 주위 공기가 건조할 경우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 등 이용자가 있는 환경에 적합한 피부 관리 팁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피부에는 바르는 화장품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이란 게 문 대표의 설명.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맞지 않는 화장품 탓인지 주위 환경 탓인지 알지 못한 채 화장품과 피부과 약에만 의존하던 여성들에게 새로운 관리법이 열리는 셈이다.

웨이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전용 앱을 통해 수시로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사용자는 이것을 보면서 주위 환경과 자신의 피부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문 대표는 향후 수집한 피부 정보를 분석해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개발할 게획이다. 여성의 피부 고민이 데이터로 축적될 경우 보다 더 개인의 피부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화장품을 추천할 정도로 화장품도 개인화될 수 있다는 게 문 대표의 생각. 물론 피부과병원이나 화장품 브랜드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문 대표는 웨이를 지난 12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www.igg.me/at/HelloWAY)’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목표 모금액은 5만 달러였는데 27일 현재 이미 목표금액을 초과달성, 111%를 모금한 상태다. 얼리버드 가격 89달러, 기본 가격 99달러에 기초 화장품 큐레이션 박스를 제공하며 10월부터 배송이 시작된다. 크라우드펀딩을 하기 전 이미 스파크랩스 등으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문 대표에게 회사의 지향점을 물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즉각 나왔다. “영화 빅히어로를 보셨나요? 영화에 등장하는 힐링로봇 베이맥스가 주인공에게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죠. ‘your personal healthcare companion’이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는 아 저거다!’ 하고 무릎을 쳤어요. 우리 회사와 서비스는 당신의 피부관리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your personal skin care compa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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