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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3 유리감옥-니콜라스 카

유리감옥-니콜라스 카

책 다시보기 2015. 1. 3. 20:59 Posted by wonkis


내비게이션이 인도해주는 대로 길을 찾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어느 날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찾아가 본 적이 있었다. 찾아가는 길이 복잡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 차례 찾아갔던 길인데,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과거엔 네비게이션 없이도 잘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항상 다니는 길도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힘들어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아니더라도 이런 류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은 많다. 인터넷이 안되는 곳에서 심심함을 달랠 방법이 없어 괴로웠다던가, 심지어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하다가 손글씨로 뭔가를 작성해야 할 때 글이 잘 써지질 않아 당황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으며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 내가 너무 기술에만 의존하고 살아왔구나.’ 하지만 이런 잠깐의 생각은 그저 스쳐지나갈 뿐. 현대인의 삶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개발과 자동화가 주는 편리함에 심취해 다시 기술의 발전을 찬양하는 삶으로 돌아가버린다. 
 ‘유리감옥’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느꼈던 막연한 걱정이 전혀 근거없는 두려움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을 지냈고,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빅 스위치’ 등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저자는 일관되게 기술발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파고든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저자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급격한 기술 발전의 시대에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우리가 이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그저 스크린의 피조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경고다. “과거의 기계는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지만, 오늘날 기계는 인간의 뇌를 대체했다”는 그의 주장은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는 유리감옥에서 이보다 더 광범위한 범위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발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우선 그는 일자리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 과거 기계의 등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경제적 안정을 주고 부를 확대시키며 인류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 확인됐다. 이것이 불과 얼마전까지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성장과 고용에 대한 통계지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저명인사의 발언을 거론하며 오늘날 이 두려움이 현실이 될 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즉 제조업과 물류에서 일상적인 육체노동이 기계와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이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처리 분야에서는 컴퓨터들로 이뤄진 네트워크가 일반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카는 “사라진 일자리들은 대부분 고임금 산업의 일자리들인 반면.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들은 대부분 저임금 산업의 일자리들이다”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자동화에 대한 의존이 인간의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주장이 계속된다. 따분한 일상의 일들을 기계에 많이 맡길수록 인간이 창조적인 행위를 하고 사유를 할 것이란 게 이른바 기술유토피아주의자들의 주장. 하지만 그는 ‘실제로 정말 그런가?’라고 반문한다.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한 비행기 조종사들의 잦은 실수, 무인자동차가 가져올 끔찍한 사고 등을 열거하며 저자는 “자동화는 우리를 행위자에서 관찰자로 전락시킨다”라고 일갈한다. 아울러 “진짜 지식을 얻기 위해선 까다로운 일과 오랫동안 씨름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구글 검색이 진화될수록 검색창에 입력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게을러지고 무성의해진다는 예시는 자동화에 의존해 점점 나태해지는 우리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기술의 진보나 이의 유용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기술 발전의 시대에 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존재의 의미를 잃지 않고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는 결국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자동화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해 주지만, 우리가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그리고 자동화의 달콤함에 너무 취해 돌아보지 않는다면,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대표되는 ‘유리감옥’에 갇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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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2014년 8월29일(금)자,  아래 글은 2014년 10월18일(금)자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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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자동화에 대한 분별없는 의존은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사라지고 중요한 일은 컴퓨터가 모두 하면서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채 지루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최근 신작 ‘유리감옥’을 펴낸 니콜라스 카는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단호한 어조로 IT(정보기술) 발전에 의해 가속화되는 자동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가져올 재앙을 경고했다. 그는 특히 무비판적으로 기술발전과 자동화에 심취하는 것을 우려했다.  “삶의 의미와 진정한 인간관계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필요한 법인데 이는 자동화에선 찾을 수 없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니콜라스 카 = 사진 조아니 사이먼>

▷기술발전에 대한 예찬이 주류인 요즘 유독 자동화에 대해 꾸준하게 비판을 하고 있는데.  
“내 생각에 우리는 우리를 타락으로 이끌 수 있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심취한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내 자신의 재능과 세상과의 연대를 훼손해왔음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워왔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새로운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인다. 이런 기술로 인해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삶의 즐거움에 방해가 되곤 한다. 사실 우리는 도전에 직면했을 때 힘들게 그것을 극복해 내는 과정에서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 그런데 기술은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책에서 경고한 유리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기술이 우리의 삶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쓰는 기술에 대해 보다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대응하는게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삶의 가능성을 좁히는 것이 아닌 넓히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책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우리의 직업이 기계와 자동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동화로 인해 더 많은 직업이 만들어질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에 기계로 인한 자동화가 손으로 하는 작업 일부에 국한돼 있었을 때 파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직업을 창조해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에 있어선 전혀 다른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훨씬 더 넓은 방대한 직업들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전문적인 직업, 지식집약적인 직업, 분석적인 일, 심지어 결단이 필요한 일도 들어있다.”

▷책을 읽다보면 인류의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의 미래는 결국 기계에 종속되는 것 아닌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컴퓨터의 힘을 보다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덜 부유하고 더 지루한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지루한 삶이 인류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책에서 강조한 인간중심의 기술이란 것은 무엇인가.

“오늘날 엔지니어들은 기술중심의 자동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우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 뒤 모든 가능한 일을 컴퓨터로 옮겨버린다. 뭐가 됐든 남겨진 것들이 인간이 할 일이 된다. 이런 접근방식은 인간을 점점 기계에 종속시키게 된다. 인간 중심의 자동화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는 사람들이 익숙한 것, 잘 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창조성, 비판적인 사고, 논리적 사고, 신선한 발상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컴퓨터로 하여금 사람을 돕게 한다.”

▷자동화에 오랫동안 적응되면 사람이 언젠가 로봇처럼 감정이나 느낌을 상실하고 오로지 효율성만 추구하게 될까.
 “내 생각에 효율성을 너무 중시하다보면 우리가 쉽게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평가절하할 위험성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결국 점점 로봇처럼 될 수 있다.”

▷자동화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그렇다. 소셜미디어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나 친밀한 관계마저도 자동화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유대감이란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필요한 법인데 이는 자동화된 시스템에서는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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