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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8 한국의 스타트업-(114)엔에프랩 나세준 대표 2

초(超)긍정의 힘! 엔에프랩 창업자 나세준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직관적으로 느낀 것은 어디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긍정적 마인드였다. 이렇게 정리를 한 건 동행한 꼬날님이었지만, 전적으로 동감했다. 창업을 하고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낙천적인 성격만큼 큰 도움이 되는 건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낙천적인 성격은 천성인 경우가 많았다. 나세준 대표 역시 그랬을까. 짧은 만남에 다 알 수는 없는 법. 하지만 그의 경우 천성 못지 않게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의 낙천적인 성격을 더욱 강화시킨 것 같았다. 시간이 충분치 않아 그의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었다.  

◆35년간의 남다른 삶

그는 두 살때 브라질 상파울로로 이민을 갔다. 그때가 1975년이었다. 그리고 그는 2009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35년의 시간을 그는 브라질,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보냈다. 

 1970년대 중반 한국은 철저한 개발도상국이었다. 나 역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어린 시절이지만 사진이나 기록으로만 추정해도 당시 한국은 무척이나 못 사는 나라였다. 이 엄중한 시기에 브라질로 이민을 갔으니 그의 부모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사건이나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물론 그 스토리는 듣지 못했다. 그 옛날 이민을 갔으니 브라질에서의 삶이 매우 고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으로 넘어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엔 끼니를 해결하는 게 큰 일이었죠. 실제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숱하게 있었구요. 맥도날드 햄버거는 정말 그땐 비싼 음식이었어요.” 담담하게 말했지만 타향에서 재정적인 문제로 겪을 어려움은 왠만큼 다 겪은 것 같았다. 

 미국 대학에서 Biochemistry를 전공으로 한 그는 결혼을 한 뒤 아내와 둘이서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직업도 없는 상태였다. 우선 직장을 구하는 게 순서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는 아무 대책없이 무작정 영국으로 날아갔다. “그냥 영국에 가보고 싶었어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곳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어차피 영어를 쓰면 되니까, 언어 문제도 없구요.”

 영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안돼 그는 Akamai사에 입사했다.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분야의 글로벌 업체인 Akamai에 들어가면서 그는 처음에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가 얼마 안 있어 비즈니스 쪽으로 전환했다. “상품 기획부터 영업, 마케팅까지 여러가지 일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 Akamai도 벤처기업이었고 막 성장하고 있던 회사였어요. 새로 개척해야 할 일들이 많았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보다 비즈니스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Akamai 본사가 있는 미국 보스톤으로 돌아오고 얼마 후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Akamai가 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싱가포르에 아시아 총괄 지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런데 그는 가족들과 상의 끝에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회사에 통보를 하게 된다. 이왕 아시아 지역에서 일할 거면 조국인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업무도 하고 자녀들에게 한국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이 요구를 수용하면서 그는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2009년. 한국을 떠난지 서른다섯해째가 되던 때였다. 그는 2-3년 정도 한국에서 일을 한 뒤 다시 보스톤으로 돌아오리라 생각을 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의 인생은 다시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예기치 않은 변화

Akamai 한국 지사를 set up하는 일을 맡은 나세준 대표. CDN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 관련 협조를 위해 다양한 회사들을 방문하던 중 이문수를 만나게 된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중이었던 대학생 이문수는 병역특례로 군복무를 대신하다가 아이디어가 생겨 P2P 방식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한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개발 능력이 있었던 그는 CDN쪽 분야의 사업도 조금씩 하다가 나세준 대표를 만난 것이었다.

 “깜짝 놀랐죠. 이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팀을 만나다니요. ” 이들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나세준 대표. 하지만 CDN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것 보다 다른 분야에서 한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CDN은 이미 Akamai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강력한 업체가 있는데 그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 필요가 없죠.”

 이문수와 뜻이 통한 나 대표는 2010년에는 더욱 자주 만나 빅데이터에 대해 토론을 했다. 반도체에 무어의 법칙이 있다면 빅데이터에도 그런 법칙이 있다는 게 나 대표가 내린 결론. 즉 1년마다 빅데이터가 2배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데이터는 어마어마하게 커지는게 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었다. 

 사실 그가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CDN 분야의 사업을 하는 Akamai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대용량 콘텐츠를 네트워크에서 효율적으로 분배, 전송하는 것을 계속 해오면서 데이터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모바일이 되면서 이런 양상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도 분명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빅데이터 시대가 곧 온다고 봤을 때 지금의 시장이 너무나 초기 단계라서 뛰어들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사실 이런 사실을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실력있는 개발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 분야에서 믿고 함께 고민할 사람이 없었다면 생각을 이토록 발전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2011년 나 대표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변경, 한국에서 이문수와 함께 창업을 하기로 했다. 이문수가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던 스타트업을 엔에프랩으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확장했다. 

◆빅데이터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Peloton’을 만들기 위해 지난 1년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빅데이터 분석의 어려움은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Peloton은 이런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그래서 데이터만 입력하면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나 대표는 “peloton은 하둡에코시스템과 같은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Peloton은 기업이 구축한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것도 가능하고 모든 데이터 유형에 대한 실시간 분석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복잡한 기능을 익힐 필요없이 쉽게 쓸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엔에프랩은 3월 7일 Peloton을 출시했다. 현재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기업들에게 빅데이터분석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 “빅데이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비슷한 얘기만 꺼내도 손사래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거 필요없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고객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인터넷이나 SNS에서 어떤 반응이나 분석이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알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다 그렇다고 대답해요. 빅데이터를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를 통해 얻는 효용이 얼마나 큰가를 알리는 게 우선 당면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나세준 대표에게 왜 창업을 했는지 물었다. 외국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그는 한국에서의 삶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아직도 한글로 글을 쓰는 것은 서툴다고 하니 오죽하랴! 그런 그가 한국에 남는 것을 택하고, 원래 몸담고 있었던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그것도 창업이라는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불편한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뜻한다.

 “돈이 없어본 경험은 숱하게 했죠. 그래도 다 살아지더라구요. 그리고 돈이 없을 때 힘들기는 하지만 그것때문에 후회를 하지는 않아요. 돈이 없는 것보다 도전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게 되는 것, 그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

 결국 빅데이터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먼저 그의 인생을 바꾼 셈이 됐다. 한번 그런 확신이 드는 순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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