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캐시슬라이드가 있다면 인도에는 슬라이드가 있다! 스마트폰의 화면 잠금 서비스는 확실히 매력적인 비즈니스다. 일단 여기를 장악할 수 있으면,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수익모델을 붙이기 좋다. 한국에선 이미 NBT의 캐시슬라이드가 이 시장을 장악했는데, 머나먼 인도 시장까지 나가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 업체가 있다. 슬라이드라는 서비스를 출시한 42컴퍼니다. 이 회사의 창업멤버들은 나에게도 상당히 익숙한, 이 코너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울트라캡숑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서울대 컴공과+울트라캡숑팀이 다시 뭉쳤다

42컴퍼니의 ‘42’는 무슨 뜻일까. 42컴퍼니 창업멤버들에 따르면 이렇다. “영국의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게 있어요. 영국에서는 영화로도 제작되고, 널리 알려졌는데 여기서 이런 게 나옵니다.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컴퓨터에 물었습니다. 컴퓨터는 ‘42’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밑도 끝도 없지만, 어쨌든 그런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뭔가 있는 것 같다. 이 팀이 뭔가 궁극적인 것을 찾는지, 이미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들 역시 이런 미스테리한 성향을 지향하는 듯하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회사명을 42컴퍼니라고 지었다.


 허승 대표를 비롯해 이성원, 김규덕 등 이 회사의 주요 창업 멤버들은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다. 창업멤버 8명 중 허승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멤버는 울트라캡숑을 창업했던, 창업 경험자들이다. 이들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와플스튜디오라는 동아리에서 활동을 같이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42컴퍼니 창업멤버들. 오른쪽끝에 우뚝 서 있는 인물이 허승 대표.>


 허승, 이성원 두 사람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04학번 동기동창이다. 김규덕은 같은 학교 07학번. 2011년 설립됐던 울트라캡숑은 클래스메이트, 너말니친 등의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2014년 여름 카카오에 인수됐다. 이성원 김규덕 등이 권도혁 대표 등과 함께 울트라캡숑을 창업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허승은 대학을 졸업하고 안랩에 입사해 약 3년 동안 착실하게(?)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


 울트라캡숑이 카카오에 인수되고 난 뒤에도 이들이 다시 창업에 나선 것은 역시나 이들의 못 말리는 끼 때문 아닐까. 카카오에 들어가고 나서도 이들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다음에는 뭘 해볼까라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에 목말라하던 이들에게 뜻밖의 기회가 오게 된다.


Emerging market의 기회

저희 팀에는 비밀병기가 있어요.”

 대화 도중 이들이 불쑥 던진 말이다. 비밀병기가 창업의 동기를 제공했다. 비밀병기는 현재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이들의 창업을 외부에서 돕고 있고 언제든 합류할 수 있는 인물이란 뜻인 것 같다.


 하여간 이 비밀병기가 인도에서 회사 행사차 나갔다가 이벤트를 하던 중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통신비 부담이 커요. 그쪽 소득 수준에 비해서요. 그렇다보니 스마트폰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나 앱에 대한 반응이 아주 뜨거웠죠.”


 이 소식을 듣고 직접 인도까지 날아가 실상을 확인한 이들. 뭐든 확실하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인도 시장의 잠재력과 열기에 놀란 이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뿌옇게 안개가 낀 것 같은 도시. 공기 오염이 심하고 빈부 격차가 대단히 큰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한편에서는 통신비 부담에 힘들어하면서도 다들 스마트폰에 달려들고 있고 우버가 대단히 잘 작동하고 있는 나라였죠. 뭐가 될 것 같았어요.”


 작년 4월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명은 앞서 설명한 42컴퍼니. 안랩에 있던 허승이 합류해 대표를 맡았다. 통신비 부담 때문에 힘들어하는 인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리워드 앱을 만들기로 일찌감치 정했다. 한국의 캐시슬라이드도 하고 있는, 스마트폰 잠금앱 서비스였다. 서비스명은 슬라이드. 앱을 깔면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이들이 설정한 각종 콘텐츠, 광고 등이 뜬다. 앱을 쓰면서 열심히 화면을 밀면, 조금씩 보상이 주어진다.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현금이 쌓이는 것이다.


인도 화면잠금 서비스 1위 된다

이렇게 쌓인 현금을 통신사 대리점 등에 가서 보여주면 통신비로 충당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선불결제폰을 써요. 사용요금을 미리 충전을 한 다음에 폰을 쓰는 방식이죠. 슬라이드를 쓰면서 보상액이 충분히 누적되면 이 보상액으로 선불결제폰의 사용료를 충전하는 데 쓰는 겁니다.”


 작년말 서비스를 출시했고, 6개월도 안돼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사용자 수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빠르면 올 연말께 1000만 다운로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은 이들에게 매우 우호적이다. 지난해 22000만명에 달했던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내년에는 320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년에 1억명이 늘어나는 엄청난 곳이다. 물론 대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대단히 크고 아직 네트워크 인프라가 열악해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는데 한계는 있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도 어느 순간에 한계에 닥치지 않을까. 이들도 그런 현실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곳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에 각각 3명의 현지인을 창업팀에 합류시켰다. 현지에도 법인을 설립하고 슬랙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서비스를 조율하고 있다.


 그래도 현지 사정을 그때 그때 즉각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결국엔 이르면 가을께 인도로 건너가 서비스를 직접 관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인도는 13억 인구 중 8억명이 청년입니다. 성장성이 엄청 납니다. 한국에서 이미 일상화된 것들이 여기선 시작 단계인 것도 많구요. 결국은 일부는 한국에 남고 일부는 인도에 넘어가서 서비스를 챙겨야할 것 같아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면 인도의 국민앱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그 시장에 정착해야죠.”

 

by won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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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혼자서 주도하는 경우는 요즘 매우 찾기 힘들다. 모바일 시대엔 1인 창업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일 뿐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역할 분담을 잘 한 공동 창업이 일반적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함께 창업을 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 결혼하기 위해 자기 짝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만났을 때 아주 잘 맞는 공동창업자들의 조합을 보면 주위에서 이런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아 부럽다” 모바일 시대의 인맥관리서비스 ‘예티’(Yeati)를 개발한 이지웍스는 창업자들의 적절한 조합에 시간이 필요했던 회사였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였다. 

◆창업에 이르는 험난한 길

이성원 공동 대표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Kendall College of Art&Design Ferris State University(FSU)를 2000년에 입학해 2005년 졸업했다. 전공은 산업디자인. 국내에서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입학하느라 좀 늦어졌다. 미국에서 학부를 마칠 무렵 그는 미니어처 제작 사업을 했다. 자신도 생각지 못했지만 교수의 조언을 듣고 사업을 시작해 제법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6월 한국에 들어오면서 대기업을 선택했다. LG산전에 입사한 그는 안양연구소 R&D센터에서 일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의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서툴고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미국에서 자신의 뜻대로 사업을 하던 시절의 기억이 계속 떠올라서였을까. 그는 2010년 3월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증강현실(AR)기법을 이용한 서비스를 대기업 공모전에 제출해 당선됐다. 2011년 KT가 주최하는 아키텍트에 선정돼 인큐베이팅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다. 당시 그가 만들었던 것은 박물관에서 AR 기술로 유적이나 전시물에 비추면 전시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 이야기들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인큐베이팅센터에서 그는 공동창업자를 만났다. 팀 이름도 이지디자인웍스라고 지었다. 주변 도움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누렸다. 문제는 그 이후 불거졌다. 자리를 잡아갈 시점에 공동 창업자와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팀을 깰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갑자기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노력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헛되게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는 자책도 했구요. ”

  8개월. 길다면 길지만 남들이 듣기엔 별로 길어보이지 않은 기간의 시행착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이성원 대표에게는 이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

◆헤드헌터와 디자이너의 만남

이성원 대표가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고 있을 무렵,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창업을 고민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신유정 대표는 HR파트너스, 커리어케어, 시너지파트너스 등 헤드헌팅업체에서 경력을 쌓아오면서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인맥관리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12년간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 ‘구직자의 매력과 재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모바일이 점점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구인구직 분야에서는 모바일에 맞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거든요. 헤드헌터 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쪽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됐죠.”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신유정 대표는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었다. 연세대 법학과 93학번인 신 대표에게는 엔지니어가 필요했다. 이성원, 신유정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딱 맞았다. 

 2011년 이지웍스의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신유정 대표의 주선으로 세계적 헤드헌터 기업인 하이드릭앤드스트러글스의 윤경희 부회장을 만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윤 부회장은 구체적인 서비스 기획안이나 다름없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윤 부회장께서 ‘딱딱한 이력서를 보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 한눈에 들어오는 프로필을 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들이 갖고 있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윤 부회장은 즉석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서비스 기획안과 유사한 내용을 적어주셨는데, ‘이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만남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했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올 2월에 정식 법인을 출범했지만 이들 못지 않은 훌륭한 CTO(최고기술책임자)가 필요했다. 사업의 진척과 구인난으로 힘들 때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이 멘토 역할을 해 줬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처럼, CTO와의 만남도 불현듯 찾아왔다. 

“신기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안 풀렸었는데 일이 어느 순간부터는 해결되기 시작하더군요. 아침에 고민하던 일이 오후에 갑자기 해결되기도 했죠. CTO를 만난 일도 그랬어요. 스타트업 위크앤드에 참석했을 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물론 있었죠. 하지만 거기거 아이폰 최고 개발자로 손꼽히는 박동기씨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박동기씨가 CTO로 합류하면서 이지웍스는 날개를 단 듯하다. 실력있는 개발자는 IT분야 벤처기업에 있어서 첫 손에 꼽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Next LinkedIn

이렇듯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개발된 ‘예티’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신유정 대표는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링크트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서비스라는 것에 단순 모바일이라고 설명하고 넘어갈 수 없는 많은 차별화 포인트가 존재한다. 

 링크트인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구인자나 구직자가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트워크가 광범위하다는 것도 장점. 하지만 웹 기반의 서비스이고 모바일에서는 불편하다는 단점도 분명 있다. “사람을 처음 만나자마자 ‘이력서 좀 볼 수 있나요’라고 할 수는 없쟎아요.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과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서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매칭 서비스가 있으면 좀 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까요” 신유정 대표의 설명이다. 

 예티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사진과 동영상, 문서 등을 앱에 올려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방식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본인의 ‘재능 키워드’를 적을 수 있는 칸이 있고,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이 키워드 밑에 평가를 달 수 있어 구인자에게 정성평가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기업 등 구인자는 월 1만원의 사용료를 내면 원하는 ‘키워드’를 가진 사람들을 검색해 연락할 수 있다.

 링크트인과 다른 점은 ‘이미지’를 통해 본인을 표현할 수 있고 ‘재능 키워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이런 확실한 포인트가 어필해서일까. 6월에 열린 ‘비론치(beLaunch) 경진대회’와 ‘나는 글로벌 벤처다(나벤처) 콘테스트’에서 각각 우승과 동상을 수상했다. 

 특히 비론치 경진대회는 퀄컴이 주관했다. 퀄컴의 큐프라이즈를 수상하면서 퀄컴의 투자를 받는 회사가 됐다. 무엇보다 이들을 기쁘게 한 것은 퀄컴에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이들에게 내린 평가다. 퀄컴은 이들을  ‘Next LinkedIn’ 서비스라고 평가하며 수상을 결정했다.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이 한마디가 명확하게 표현했다. 용기백배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이들은 예티를 오프라인에서 창업자 버전으로 확대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글스타포럼이라는 네트워크 모임이 그것이다. 연세대학교에 재학중이거나 연세대학교 출신들의 벤처기업인들이 주축이 되서 만든 모임이다. 하지만 꼭 특정 대학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 김범진 시지온 대표, 김도훈 트리움 대표, 한상엽 위즈덤 대표, 신유정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등 쟁쟁한 인물들이 이글스타포럼에 합류했다. 물론 이지웍스의 고문인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이 여전히 이글스타포럼에서도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성원 대표는 “예티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리고 만들었다”며 “전세계의 모바일 세대라면 누구나 예티를 통해서 직장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는 그런 서비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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