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지털 10년이 시작된다'

 이번에 빌 게이츠 회장이 와서 한 이 한마디는 그가 했기에 특별하게 들린다고 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난 그의 이런 선언성 발표를 들으면서 가슴이 뛰었다.

 새로운 디지털 10년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누가 주도하고 어떤 제품과 문화가 만들어질까? 그의 말에 가슴이 뛴 이유는 이런 호기심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제시한 미래 디지털 세상의 밑그림 중 음성 인식과 펜 부분이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장세영 페이지온 사장이나 안상일 레비서치 사장 등 젊은 벤처 사장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왔던 새로운 디지털 10년의 핵심 역시 빌 게이츠 회장이 말했던 음성 인식 기술이었다.좀 더 범위를 넓히자면 '인공 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가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나 봤던 인공 지능이 현실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디지털이 인류 생활에 있어서 정보 처리 속도 증가와 편리함 증대,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 가능한 환경 조성 등에 맞춰져 있었다면 새로운 디지털 10년은 인간의 의도를 파악하고 알아서 움직이는 인공 지능적인 환경이다.

 음성 인식은 가장 초보적인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오히려 더 나아가 눈빛이나 끄덕거림,간단히 제스처,심지어 생각의 변화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지금으로서는 좀 멀어 보이긴 하지만..

 이미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는 인공 지능 검색과 같은 것도 새로운 디지털 10년을 이끌어갈 신조류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이제는 단순히 빠르고 편리하게 검색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검색 결과를 지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디지털은 그대로 생활이 될 것 같다.편리함을 위한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우리의 생활이 된다는 것이다.인터넷이 정보를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 생각과 감성이 담기고 나의 오프라인 하루와 중첩되며 일상 생활이 벌어지는 삶 자체가 되어가듯 말이다.

 빌 게이츠 회장이 말한 태블릿 부분도 나는 최근 부쩍 공감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닌텐도를 하면서 느낀 건데,터치스크린이나 태블릿이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점점 익숙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다.

 불편하다고 불만을 많이 제기하지만(나 역시 그랬고) 지금 닌텐도DS나 터치스크린 방식 전자사전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초중등 학생들을 보면 불과 3-4년 안에 펜 인식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보편적인 정보 접근 방식이 될 것 같다.심지어 번호 입력이나 대량의 문자 입력 같은 부분에서도 그렇다.아직 펜 인식 부분은 아주 초기 단계이지만 지금 적응하기 시작한 초중고등학생들이 점점 디지털 10년의 주요 소비 세대로 부각하면서 변화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을 해 본다.

 터치하는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보편화되면 학습 방식이나 정보 접근 방식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으리란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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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영 페이지온 사장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즉각 이런 대답이 나온다.“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기술들을 현실화시키는 것”
 여자친구와 만나 차를 타고 같이 가면 분위기에 맞춰서 알아서 음악이 흘러나오고,데이트하기 좋은 식당으로 차가 안내해주는 그런 놀라운 인공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그의 꿈이란다.

 국내에 얼마 되지 않는 기술 벤처기업인 페이지온은 2005년 5월22일 설립돼 계속해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왔다.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98학번인 장세영 사장(28세)이 재학중이던 시절 같은 학교 동창들을 중심으로 조직해 만든 회사다.하지만 항상 돈이 문제였다.특히 설립 후 1년이 지난 뒤부터 문제가 심각해졌다.(NHN재팬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항상 사업을 시작한 뒤 1년뒤에 본격적인 어려움이 찾아오는 것 같다.자본금이 떨어질 시점이다.)

 처음에 5000만원으로 시작한 뒤 3억원까지 늘렸지만 계속 직원은 늘어나고 작년 하반기부터 자금이 딸리기 시작했다.“항상 일은 많고 사람은 적기 때문에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한번은 직원들 3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누구 한 명은 돈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식당에 앉았는데,아무도 음식값을 계산할 돈이 없다는 걸 알게됐다.탈탈 털었지만 2000원도 채 나오지 않아서 힘없이 식당에서 나왔던 일이 있다.결국 그날은 야근도 못하고 본의 아니게 다들 집으로 일찍 들어갔다.난 집에 가서 라면으로 때웠는데,다른 직원들은 그날 어찌했는지 모르겠다.”
 장 사장이 웃으며 한 말이지만 초기 사업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목 같았다.월급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던 적이 꽤 있었기 때문에 돈이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요즘엔 얼굴이 활짝 피었다.코스닥 상장사인 디브이에스에 인수되고 디브이에스가 최근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자금력이 생겼기 때문이다.장 사장은 “항상 돈이 문제였는데 요즘엔 좀 할만해졌네요”라고 말한다.
 그는 내비게이션 등 자동차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디브이에스와 힘을 합쳐 내년 상반기께 사람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출시할 예정이다.그래서 우선 선보인 것이 아이봇 이라는 인공 지능 에이전트다.‘아이봇’이라는 명칭은 인공지능의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로봇을 뜻하는 ‘봇’을 합성하여 사용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그는 ‘아이봇’을 쇼핑몰,내비게이션,홈 네트워킹,UCC  등에서 사용자를 안내하는 통합적인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술로 활용할 계획이다.

 페이지온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현재 전자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음성 인식보다 크게 진화된 것이다.현재 내비게이션 제품 등에 쓰이는 기술은 단순히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그와 부합되는 결과물을 화면에 띄워주는 수준.하지만 페이지온이 개발중인 기술은 음성을 인식한 뒤 자연어처리 과정을 거쳐 추론해서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한다.에어컨을 예를 들면 현재 기술에서는 ‘온도 높여’,‘온도 낮춰’ 등과 같은 직접적인 명령어만 인식하지만 페이지온이 개발중인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면 ‘춥다’라는 말을 듣고 에어컨이 이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추리를 한다.‘추우니깐 온도를 높여야 겠다’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
 장세영 사장은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실상 모든 종류의 전자 제품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내비게이션에 이 기술을 적용한 뒤 음성 코드만 넣으면 사람과 대화도 가능해진다.즉 ‘데이트하기 좋은 카페가 어딨지?’라고 말하면 내비게이션이 주변 정보 중에서 카페를 선별해 찾아준다.기술이 더 발달하면 카페별로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해 준다.사용자가 이중 하나를 선택하면 여기에 맞춰 길안내를 해주는 방식이다.

 장세영 사장은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주인공이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 분위기에 맞춰서 알아서 음악이 나오고,좋은 장소로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길안내를 해주는 기술이 아주 먼 일이 아니다”며 “영화에서나 봤던 꿈의 기술이 내년부터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지온은 우선 자체적으로 운영중인 UCC 동영상 사이트 맥스피디(
www.maxpd.com)에서 인공지능 로봇 ‘아이봇’을 적용한다.‘아이봇’은 사용자가 맥스피디에서 조회한 동영상 내역을 자체적으로 분석,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아이봇’은 인공지능 기술에 따른 아이큐 개념을 도입,사용자와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지능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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