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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3 한국의 스타트업-(30)크레이지피쉬 허진호 대표

인터넷 업계에서 유일하게 ‘회장님’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인터넷기업협회 허진호 회장이다.그는 왠지 회장님이라는 칭호가 더 어울린다.네오위즈인터넷 대표로 재직시에도 그냥 ‘회장님’이라 불렸다.2003년부터 인터넷기업협회장을 8년째 맡아 오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가 업계에서 가진 존재의 무게감때문이다.
<허진호 대표가 분당 사무실에서 크레이지피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꼬날>

 그런 그가 2010년 게임회사를 차렸다.이름도 특이하다.크레이지피쉬.2007년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를 맡게 된 뒤로 3년 가까이 창업과 거리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그 기간에도 계속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어 여러가지를 구상했던 것 같다.그리고 그가 택한 것은 게임이라는,그의 창업 인생에서 처음으로 택한 장르였다.그는 왜 다시 창업을 했을까.

◆한국 인터넷벤처의 살아있는 역사
 허진호 대표의 창업스토리를 쓰려면 사실 한국에서 인터넷산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그리고 그 과정을 들으면 그가 왜 회장님으로 불리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1990년 3월 24일.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SALab(시스템아키텍처 랩)에서 한국 인터넷의 대부 전길남 교수를 중심으로 역사적인 이벤트가 진행됐다.그때 국내 최초로 미국 하와이대학의 인터넷망과 국내의 56Kbps 전용회선을 연결하는 시도를 했다.그 전까지는 2400bps모뎀으로 국제 전화를 통해 인터넷 이메일을 이용하는 수준이었지만 전용회선이 개통되면서 이메일-뉴스그룹-고퍼-텔넷-FTP(파일전송프로토콜) 등 그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그 때의 주역들이 전길남 교수와 허진호 대표를 비롯한 당시 박사과정 학생들이었다.

 허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4년 하반기에 아이네트라는 회사를 설립해 국내 최초의 민간 ISP(인터넷 접속서비스)사업을 시작한다.국내 인터넷산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IMF직후 아이네트를 PSI넷에 매각한 허 대표는 그 뒤 아이월드네트워킹이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폰이라는 회사의 대표를 거쳐 2007년부터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를 맡았다.
 그는 한동안 창업을 하지 않았다.그러다 2008년부터 다시 창업의 의지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뭐가 그를 움직였을까.

◆회장님이 소셜게임이 꽂히다
 2008년 가을, 허 대표는 소셜게임업체 징가의 마피아워라는 게임을 접하고 한동안 그것에 꽂혀서 살았다고 한다.“저는 게임을 그렇게 오랫동안 하질 않았는데 소셜게임은 몰두하게 되는 걸 알게 되고 놀랐습니다.소셜게임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그래서 2009년 봄부터 소셜게임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소셜게임을 네오위즈인터넷 내부에서 해 보려고 했다.자신이 대표로 있으니 그 안에서 조직을 가동해서 해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즈음부터 네오위즈인터넷 회사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그는 따로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마침 소셜게임을 해 보고 싶다는 후배가 찾아와서 허 대표는 2009년 소셜게임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은 지분 투자만 하는 형식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소셜게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처음엔 팜빌같은 게임을 만들려고 했어요.그런데 게임이 너무 무겁게 개발되는 것 같더라구요.야구를 주제로 만들려고 했던 게임도 잘 안됐습니다.소셜게임은 가볍게 빨리빨리 나와야 하는데 과거 온라인게임 만들던 멤버들로는 어려웠습니다.그래서 제가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세번째 창업,크레이지피쉬
 허 대표는 결국 작년 4월 회사를 자신이 직접 경영하기로 하고 회사의 성격도 바꿨다.개발사가 아닌 퍼블리싱사로 전환한 것이다.그렇게 해서 세상에 알려진 회사가 크레이지피쉬.그로서는 세번째 창업인 셈이다.

 크레이지피쉬는 지난해 10월 소셜게임 ‘해피팜(Happy Farm)’을 ‘고고!농장’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페이스북 기반의 소셜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당시 이 게임이 처음이었다.

 해피팜은 중국의 소셜게임 전문 개발사 파이브 미닛(Five Minutes)이 2008년 11월 출시한 게임으로 농장게임의 효시로 꼽힌다.미국 및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일일 최대 사용자수 2300만명,월 최대 사용자 수 8000만명에 달했다.크레이지피쉬는 해피팜을 국내 사용자 정서에 맞게 현지화했다.

 허 대표는 올해 다양한 장르의 소셜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소셜게임을 유치해서 국내 사용자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페이스북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맞고 게임을 설 전에 내놓을 계획이다.1월말에는 네이트 앱스토에도 소셜 게임을 런칭할 예정이다.3월말까지 네이트와 네이버 앱스토어에 2-3개의 게임을 선보이고,페이스북에는 3-4개 정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왜 국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할까? 아직은 시장이 너무 작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유저가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올 연말에 1000만명은 된다는게 많은 전문 기관들의 예측입니다.저 역시 지금 증가하는 속도로 보면 충분히 그렇다고 보구요.페이스북 유저가 그 정도 증가하면 오히려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수도 있습니다.일단 우리가 제일 잘 아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승부를 본 뒤 해외 진출은 그 뒤에 할 생각입니다.”

◆게이트키퍼의 시대는 끝났다
 그가 소셜게임을 하려는 이유는 뜻밖에도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거나 게임 비즈니스때문이 아니었다.그는 최종적으로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징가가 소셜게임업체라고 하지만 결국 플랫폼 업체로 갈 겁니다.그냥 게임 콘텐츠만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니라 그것을 플랫폼화해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거죠.페이스북도 플랫폼업체입니다.징가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라는 것만 다른 거죠.크레이지피쉬 역시 플랫폼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그래야 광고 및 유저 기반을 가지고 갈 수 있거든요.”

 어느덧 20년 가까이 인터넷산업에 몸담고 있는 그는 (1990년 인터넷 개통부터 시작하면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 시점이 쉽게 만나기 힘든 또 한번의 물결(Wave)이 오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지금 키워드는 모바일과 소셜입니다.누군가 여기에서 기회를 잡을 겁니다.우리는 이 물결에서 플랫폼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그는 모바일과 소셜이 새로운 물결이 되는 시대는 포털이 주도했던 시기와 전혀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모바일과 소셜의 전초전을 보여주는 페이스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이 회사는 결코 야후나 네이버 같은 게이트키퍼(Gate Keeper)가 아닙니다.그냥 장을 만들어놓고 누구나 와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만들죠.사람들도 연결해주고 놀게도 해 주고 서비스도 하게 합니다.이제 게이트키퍼의 시대는 끝났습니다.모바일과 소셜의 시대에는 이것이 좀 더 분명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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