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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31 한국의 스타트업-(207)홈클 전주훈 대표 1

서울에서만, 하루에 (공식적으로) 7만여 건의 가사도우미 구인계약이 체결된다고 한다. 계약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냥 하루 가사도우미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비공식적으로, 즉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사도우미 구인은 이의 몇 배가 되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니, 오늘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가사도우미를 찾고 있을 것이다.

영세한 용역업체들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는 전혀 없다. 전국으로 따지면 분명 수조원대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겠지만, 수천 수만개의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지역별로 파편화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시장의 강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마진도 박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홈클 창업자 전주훈 대표는 이런 시장에 뛰어들어 IT를 활용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가사도우미 시장에서 무엇을 본 걸까. 그리고 어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사업이 너무 하고 싶었던 청년

전주훈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02학번이다. 그런데 졸업을 한 뒤 종합상사 세 군데에만 지원서를 냈다. 특이하다.

전공이 적성에 안 맞았어요. 저는 계속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학교에 가고 나서 그 생각이 더 굳어졌죠. 다만 부모님이 바로 사업을 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셨어요. 사회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하신거죠.”
전공 수업 성적은 나빴지만 틈만 나면 가서 들었던 경영학과 수업은 성적이 좋았다. 결국 졸업하고 대우인터내셔널에 취직했다. 그런데 여길 가서 그의 특이한(?) 전공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맡게 된다.

제 전공이 미생물학과라고 하니 부장께서 곡물 트레이딩을 하면 딱 되겠네 이러면서 그쪽 분야로 보내셨어요. 그래서 내심 쌀 이런 거를 거래하는 곳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웬걸. 고기(육류)를 트레이딩하는 그런 곳으로 간 거에요.”

고기를 트레이딩한다. 육류를 거래하는 곳인가?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런 것이 아니라 육류업자들이 갖고 있는 고기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업무였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사실 처음 들어봤다. “그때는 마장동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어요. 고기 업자분들이 그쪽에 모여 계시거든요.”

하여간 일은 제대로 배운 것 같다. 심지어 식육 관련 학교도 다녔단다. 거기서 도축업자들의 고기 칼질법도 배웠다. 수많은 식당과 사업자들에게 고기를 공급하면서 여러 사람도 알게 됐다. 그러다 어느날 아예 식당을 한번 운영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마침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동기가 있어서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나와 레스토랑을 경영하게 된다. 그가 대우인터내셔널에 들어간 지 2년도 안된 시점이었다.

저는 정말 사업이 하고 싶었어요. 아마 그런 생각을 계속 했기 때문에 결국 사업의 길로 뛰어든 것 같아요. 은행에서 처음에 7000만원을 빌려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간도 컸죠? 하하. 그런데 6개월도 안되서 벌어서 다 갚았어요. 그만큼 장사가 잘 됐죠. 그리고나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역시 내가 사업을 잘 하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죠.”

그는 은행에서 대출을 더 많이 받았다. 다른 레스토랑을 또 하나 오픈했다. 그런데 이번엔 쫄딱 망했다. 사업은 잘 됐는데 소스를 만들어서 판매하려고 일을 벌인 것이 패착이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잘 되고 있던 레스토랑마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일을 모두 접어야 했다.

<논현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홈클 전주훈 대표. 뒤에 청소를 안하면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는 글이 쓰여진 포스터가 붙어있다.>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기회

레스토랑을 시작하고 불과 2년여만에 너무 엄청난 일들을 겪은 그는 사업을 모두 그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2013년 한해는 그냥 놀았어요. 힘들기도 했고, 좀 쉬고 싶었죠.”

그는 우연히 모 자동차회사의 이벤트에 응모를 했다가 덜컥 유럽투어에 당첨이 됐다. 이탈리아에 910일짜리 일주 여행을 가게 된다. 그리고 유럽 여행지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제가 레스토랑 사업을 하다가 다 망해서 여행이나 왔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다음엔 호텔이나 리조트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하는 일에 투자를 하시겠다고 하더라구요

포부는 당찼지만, 호텔이나 객실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게 흠. 사업을 정리하면서 남은 돈을 다 끌어모아 오피스텔을 임대하는 일을 했다. 그냥 임대를 하면 객실업무를 배울 수가 없다. 그래서 에어비앤비에 Host로 등록을 했다. 여기서 완전히 다른 사업 아이템이 생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만.

에어비앤비에 호스트 등록을 하고 관광객을 받았어요. 객실업무를 해보려고 시작한 일이니까 청소를 직접 해 봤어요. 어휴. 그런데 청소가 정말 너무 힘들더군요.”

그는 다른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도 물어봤다. 다들 공통점이 청소가 너무 힘들다는 거였다. 그럼 그 청소를 대신 해주는 사업을 하면 잘 되지 않을까. 여행지에서 만난 그 투자자도 전 대표의 이런 얘기를 듣고 기꺼이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201410월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을 대상으로 청소 업무를 따내 사업을 시작했다. 비공식적으로 홈클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되려면 객실에 가서 청소를 해 주실 수 있는 분, 가사도우미를 섭외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이 수급과 서비스 품질이 잘 나와야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빨리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확실히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는 게 편하다. 하지만 그는 그 방법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판단은 맞다.

그런데 일용 노동을 공급하는 가사도우미 분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분들을 관리하는 게 그에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찌 해야 할지를 몰랐다. , ‘가사도우미 관리 노하우가 그에겐 없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잠깐만 생각해봐도, 보통 일이 아닐 듯 싶었다. 사업이 제대로 되려면 균질한 청소 상태 유지가 절대적이었다. 고객의 욕구를 만족할 만한 수준의 청소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려면 가사도우미들에 대한 교육과 수급 관리가 필수적. 교육과 훈련을 반복하고,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 주면서도 고객이 만족하는지를 끊임없이 체크하면서 서비스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이건 정말 전문가의 영역이 아닐까.

악전고투하던 그의 고민이 풀린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인터파크홈스토리 창업 초기 멤버인 인력관리 전문가가 전격적으로 올 8월말에 홈클에 합류한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에어비앤비 클리닝 업무를 주로 하던 홈클은 서비스 영역을 일반 가정집을 대상으로 한 가사도우미 시장으로 확대하게 된다. 진짜 큰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Hospitality가 천직

홈클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가사도우미를 제공한다. 베이비시터 등 다른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 분야만 일단 한다. 집 평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15평 이하는 45000원이고 이후 점점 가격이 오른다.

홈클은 직접 50여명의 가사도우미들과 계약을 체결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이들이 고객의 주문에 따라 서울 전역을 커버한다. 고객 수가 늘면서 당연히 가사도우미 숫자도 늘리고 서비스 영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홈클 매니저(가사도우미)는 기본적으로 설거지, 싱크대 청소, 세탁, 욕실관리, 바닥청소, 먼지제거, 쓰레기 배출 등 청소의 기본 프로세스를 충실히 따른다. 여기에 집중 청소를 요청하면 침구 및 커튼 세탁, 냉장고 청소, 창틀 및 베란다 물청소, 옷 정리정돈 등도 같이 하게 된다.

진짜 중요한 점은 홈클이 일을 해 나가는 방식이다. 전주훈 대표는 소비자들이 기존 가사도우미를 쓰면서 가장 불편해하는 점이 뭔지를 알아봤더니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줬으면 좋겠는데 거실만 청소하고 갔다던가,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장소는 치워놓고, 정작 치웠으면 하는 곳은 안 치울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가사도우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상호간에 소통이 잘 안되서 생신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홈클은 홈클리모컨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기록으로 남겨놓을 수 있게 하고 홈클 매니저는 어떤 일을 요청 대로 처리했다는 피드백을 남긴다. 만약 고객이 이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매니저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우면 회사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도 만들었다.

홈클은 이런 모든 서비스를 앱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고, 앱으로 연결을 해주니 사용자에게 보다 편리한 측면이 있다.

향후 홈클은 지역 확장과 서비스 품질 제고와 함께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사실 청소 말고도 집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온갖 자잘한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옷이나 구두 수선, 택배, 쓰레기 처리, 우편물이나 공과금 처리 등등. 집에서 해야 하는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는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사실 전주훈 대표는 본래 호텔 비즈니스를 하려다가 청소 분야의 사업을 하게 됐다. 그에게 아직도 호텔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언젠가 반드시 리조트, 호텔 등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답이 나왔다. 왜 그는 리조트업을 하고 싶을까.

예전에 레스토랑을 운영했다고 했었죠? 그걸 하면서 정말 바쁘고 그랬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저는 사람을 맞이하고, 환대하고, 접객하는 그런 일이 너무 좋습니다. 힘이 나요. 그런 일을 할 때 기쁘고 걱정이 사라집니다. Hospitality 업무가 선천적으로 맞는 것 같아요. 레스토랑 일도 그렇고, 지금 청소도 그렇고, 다 그런 분야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언젠가 리조트 사업도 해야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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