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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9 한국의 스타트업-(117)위버스마인드 정성은 대표 1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뭔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자신의 색깔을 낸 창업을 더 하고 싶다. 그게 진짜 승부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에 있는 열정이나 아이디어가 이대로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너무 젊은 나이에 선배나 친구들과 함께 창업을 했을 때 이런 경우가 있다. 아마 아블라컴퍼니의 노정석 사장이나 스터디맥스의 이비호 부사장이 여기에 해당될 듯 하다. 위버스마인드를 창업한 정성은 대표도 비슷한 케이스다. 두번째 회사는 훨씬 좋은 조건에서 시작됐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스타트업이라고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회사를 크게 성장시킨, ‘이인혜 학습기’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진 워드스케치를 만든 회사 위버스마인드 정성은 대표를 만났다. 

◆반도체 설계하다 창업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 진학한 정성은 대표. 때마침 1996년 서울대 최초의 벤처창업동아리를 만들고 대학원에 1년 먼저 입학한 송병준 대표와 죽이 맞아 2000년 1월 게임빌을 창업하게 된다. 당시 서울대 창업보육센터 6층에 만들어진 이 회사에 그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바로 옆에는 이투스를 창업한 이비호 등의 멤버가 있었고 그 밖에도 창업을 하는 사름들이 제법 있었죠. 그 당시 분위기가 그랬어요.” 

 원래 그는 대학원에서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연구를 했다. 반도체 관련 연구를 하다가 게임 회사를 창업하다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법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빌은 처음부터 게임을 한 회사는 아니었다. 원래 이름은 ‘Feat the netizen’의 준말격인 ‘피티즌’이었다. 채팅이나 길드를 서비스하고 게임랭킹을 알려주고 주식거래도 도와주는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온라인에서 하면 화제가 되고, 하루가 다르게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던 그런 시기였다. 

 이런 환경에서 이들은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다. 모바일이 반드시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그 쪽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뭐랄까. 너무나 먼 미래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어요. 과연 모바일이 온라인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런 시대가 올까. 2000년부터 이런 생각을 했었죠.”

 성공의 길은 느리지만 조금씩, 분명하게 열렸다. 너무나 멀게 느껴지던 모바일 세상이 다가오면서 게임빌의 사정도 좋아졌다. 하지만 게임빌에서 게임사업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었던 정성은 대표는 게임이 아닌 다른 길을 꿈꾸고 있었다. 

 “게임 사업을 오래 하다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이 만큼 했으니 이제 좀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뭘 하기 전에 내공을 좀 쌓자는 생각에 공부를 하려고 했죠.”

 유학을 가려고 마음을 먹은 그를 붙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경험을 그대로 살려서 사업을 같이 하자는 대학 후배들이었다.  

◆‘What’ 보다는 ‘How’가 중요하다

후배들이 하려고 했던 사업은 교육 분야. 마침 그가 고민하고 있던 한 영역과 겹쳤다. 사람들이 그토록 영어공부를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는 뭔가?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아직도 영어 때문에 고민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다 이왕이면 게임 분야에서의 경험을 살려보고 싶었던 정 대표. 그렇다고 게임을 매개로 교육을 하는 이른바 지러닝(G-Learning)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게임적인 요소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 정도만 담고 싶었어요. 잘못하면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억지로 외우는 것이 아닌 머리속에 베를 짜듯 기억을 형성하게 해 주는 그런 학습을 지향, 회사 이름을 위버스마인드라고 짓고 2009년 2월 창업을 했다. 그로선 두 번째 창업이었지만 이번에는 그가 온전히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로서의 창업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아이템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한다. 무엇(What)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하느냐가 진짜 문제라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how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별 볼 일 없는 사업이 될 수 있고 평범한 아이디어도 대박이 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는 고민은 그림을 보면 자연스럽게 연상을 하게 되는 사람들의 본능을 활용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이것은 어릴때부터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든 단어를 더 외워보려고 노력했던 정성은 대표와 창업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는 해결책이기도 하다. 물론 무슨 거창한 이론적인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단어든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보면 해당 단어와 연결되는 추리가 발생하고, 그걸 이해하게 되면 머리 속에 각인돼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이 위버스마인드와 정성은 대표가 착안한 영어 단어 암기의 ‘왕도’였다. 

 “느낌이 강력해 사람들이 이름을 듣는 순간 한번에 기억하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자고 직원들이 모여 격렬하게 토론을 했어요. 그래서 뇌새김이라는 브랜드가 나왔습니다.”

 그의 말처럼 느낌이 강렬하다. 어떤 단어도 그림으로 표현해 단어를 뇌에다 새기듯 암기하게 도와주는 뇌새김 브랜드의 첫 작품은 2009년 11월, 세상에 나왔다.

◆시작하면 1등을 하자

첫 작품 ‘워드스케치’는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컨셉트를 그대로 이름으로 지었다. 8만개의 영어 단어를 모두 손수 일일이 그리고 하드웨어까지 직접 설계할 정도로 전 직원이 매달려 작업을 했다. 물론 정 대표 본인이 먼저 팔을 걷어 붙였다. 

 그는 시작할 때부터 1등을 노리고 했다고 한다. “워드스케치에만 처음에 개발하며서 30억원을 투자했어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나?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완전 신생 벤처에, 아무리 자기 회사라지만 투자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물론 그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확신만으로 많은 돈을 넣은 것은 아니었다. “1000만원을 투자하면 사람들한테 1000원에 팔 수 밖에 없는 그런 앱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1등을 할 수 없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 그래서 1등을 하자. 그런 당위성? 그런 걸로 투자를 했죠.”

 영어 공부하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사람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줘서일까. 다행히 제품은 나오자마자 순조롭게 팔려나갔다. 이인혜씨를 모델로 내세운 것도 주효했다. 돈을 써서 만든 만큼 온라인을 중심으로 광고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이인혜 학습기라는 이름으로 알려지면서 히트를 쳤다.

 하지만 내내 잘 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위버스마인드의 사업 모델 자체가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저희 사업은 앱을 올려놓는게 아니라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을 직접 만든 단말기에 얹어서 파는 구조거든요. 단말기를 잘 만들어야 하고, 유통망을 갖춰야 하고, 재고를 관리해야 하고, 이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잘 판 뒤, AS까지 해줘야 하는 등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많았죠.”

 그에게서 잠깐 동안 들은 에피소드만 해도 족히 십여가지는 됐다. 우선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일도 간단치 않았다. 간신히 제품을 만들어줄 곳을 찾고 나니 이 업체들이 제때 물건을 안 대 주거나 갑자기 잠적해버리는 일도 생겼다. 유통망이 없다보니 유통을 확보하려다 온갖 수모도 당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그는 계속 길을 찾으며 3년을 버텼다. 어느새 올해는 창업 4년차.

◆올해 매출 200억원 넘을 듯

 워드스케치가 히트를 치면서 2011년 65억원의 매출을, 2012년엔 매출 100억원을 찍었다. 처음에 워드스케치를 만들면서 그는 영어 단어 암기에만 사업을 국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워드스케치를 토크와 토익 스피킹으로 확장하는 게 첫번째 목표. 이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토익스피킹을 출시하면서 최근엔 태블릿PC 수준의 단말기도 업그레이드해 출시했다.

 뇌새김 토익스피킹은 토익스피킹을 준비하는 학습자들이 취업에 필요한 목표 레벨을 단기간에 마스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학습자가 2주에서 2개월의 원하는 학습 기간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커리큘럼을 제공, 단기간 내에 토익스피킹을 마스터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존 학원, 온라인 강의의 학습 방식과 차별화되는 점은 말하기 연습을 하면 이를 인식해 발음, 억양, 강세까지 바로 원어민과 비교를 해준다는 점. 

 두번째 목표는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 현재는 전용 단말기 위주로 판매를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PC에서도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물론 이는 보다 대중적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다. 세번째는 시장을 확장하는 것. 국내 시장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 나가는 것도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목표다. 이미 작년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위버스마인드는 올 1분기 매출 5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 200억원은 너끈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어를 비롯해 여러 나라 말을 학습하는 프로그램을 서비스 내에 포함시켰습니다.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과 필요성은 어느 나라에 사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요. 준비가 되면, 더 큰 시장이 있는 해외로 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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