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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06 한국의 스타트업-(163)엔트리움 정세영 대표

한국은 스마트폰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들이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과 소재까지 다 만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재 분야는 상당수가 일본에서 건너온다. 한국 스마트폰의 약진 뒤에서 일본의 수많은 소재·부품 분야 중소기업들이 웃고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소재 분야를 일본 등 타국 기업들이 장악해버린다면 현재 한국이 누리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자의 위치도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자본은 국적이 없다지만, 이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졌을 때 국내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소재, 부품 분야의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해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대기업들을 위해서도 좋다. 하지만 이건 누가 강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발업체들과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트리움은 이런 분야에 도전한 벤처기업이다. 대표이사가 관련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쌓았고, 시장을 확신하고 기술력으로 도전해 승부를 걸려고 하는 회사다. 오랜만에 약품 냄새가 배어나오는, 실험도구가 즐비한 연구소 타입의 스타트업을 찾아갔다.

◆새로운 회사가 세상을 바꾸는 꿈

서울대학교 융합기술원에 자리잡고 있는 엔트리움에 갔더니 자켓에 넥타이까지 갖춰 맨 정세영 대표가 맞아준다. 얼핏 대기업 연구소의 연구원처럼 보였는데, 그는 창업하기 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연구원으로 오래 근무를 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91학번인 정 대표 역시 어느날 갑자기 창업을 생각하진 않았다. 남몰래 창업에 동경을 갖고 있었던 그의 대학 시절 이메일 첫 아이디가 snuven. 서울대(SNU)와 벤처(Venture)의 결합이다. 언젠가 벤처기업을 창 업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고 한다. 

 “너무 멋져 보였어요. 새로운 회사가 만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가 세상을 바꾸는 것을 저도 언젠가 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창업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고, 그때를 준비하자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뜻은 있어도 일단 뭘 배워야 뭐든 할 수 있는 법. 학교를 마치고 박사과정까지 한 그는 삼성전자에 취직을 하게 된다. 전공 분야가 있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근무를 하게 된 정세영 대표. 그가 주로 일을 한 분야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분야였다. 

 여기서는 아이폰 A7 등 삼성의 모바일 AP 칩셋을 만들고 있었다. 삼성이 만들어 전 세계 휴대폰 업체들에게 판매하는 그런 사업이다. 그는 결국 발열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걸 알게 됐다.

 “스마트폰에서 칩셋이 구동하면서 많이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을 최대한 빨리 밖으로 배출하는 게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발열을 제어하지 못하면 폰의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거든요. 아무리 성능좋은 칩셋을 만들어도 발열이 효과적으로 제어되지 않으면 칩의 성능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발열 문제에 심취하게 된 그는 TIM방열소재로 창업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특허도 3개나 출원을 했고 10년간 다녔던 삼성전자에서 독립할 채비도 갖췄다. 2012년 2월이었다.

◆방열 신소재 개발에 도전

대학시절부터 생각했던 창업에 드디어 나서게 된 정세영 대표. 그가 창업 아이템으로 고려했던 TIM방열 소재는 모바일 AP 칩셋과 방열판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AP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열이 방열판에 전달되면 스마트폰 본체까지 뜨거워지는 게 느껴지죠? 열이 잘 배출되면 본체가 뜨거워지는 현상이 완화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AP의 열이 방열판에 전달되고 이것이 스마트폰 케이스 배출구를 통해 잘 빠져나가게 하는 것인데 중간에 쓰이는 접착제에서 열이 배출되지 못하고 기기 내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죠.”

 즉 TIM방열소재는 AP와 방열판 사이에 쓰이는 접착제에 들어가는 방열소재인 셈이다. 방열접착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기존 제품에 비해 3배 이상 열 전도율을 높였다. 

 그런데 그는 이 소재를 첫 사업 아이템으로 하지는 않았다. 이 소재 개발의 경우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거쳐야 할 검증과정도 많았기 때문이다. 초기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을 했다가 자리잡지 못할 경우의 리스크를 우려한 그는 바로 다른 아이템을 찾았다. TIM방열소재 사업 전 내공을 기르면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만한 시장이라는 게 그의 판단. 그가 택한 첫 아이템은 디스플레이를 터치했을 때 발생하는 전기를 액정화면 뒤에 있는 메모리칩으로 연결해주는 접착소재. 

 정 대표는 이것을 직접 교보재(?)를 들고 와서 열성적으로 설명해줬다. 그의 말을 듣기 전엔 스마트폰 액정과 액정 뒤에 있는 각종 칩이 어떻게 연결돼있을까에 대해 사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것을 연결하는데 접착제가 쓰이고 이 접착제에 어떤 소재가 활용되느냐에 따라 열 및 전기 전도율이 달라진다니!

 그는 우선 접착소재에 쓰이는 도전성 입자의 시제품을 만들고 국내 모 대기업의 관련회사에 제출,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 8월에는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발됐고(그의 표현에 따르면 나이제한을 가까스로 통과해 문을 닫고 들어갔다고 한다) 이듬해인 2013년 1월에는 IGM 창업기업가 사관학교 1기에 선발됐다.

 시제품을 만들고, 1차 고객군도 확보한 그는 2013년 2월 법인 엔트리움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개발 및 판매에 착수했다. 엔트리움(Ntrium)의 N은 나노(Nano)를 뜻하고, 트리움(Trium)은 그리스 신화를 각색한 영화에서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가 하늘을 나는 말 페가수스를 타고 무적의 크로노스를 무찌를 때 썼던 창을 뜻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나노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기업이 되겠다는 염원을 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품소재 세계 1위 된다

엔트리움이 보유한 핵심기술은 세 가지. 나노입자 제조기술, 입자 코팅 기술, 입자 분산 기술 등이 그것이다. 이 기술은 고방열 고접착성 Nano Ag 접착제를 개발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엔트리움의 첫 사업인 도전성 입자 분야는 일본 기업 2개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90%를 점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야에 뛰어들다니, 너무 무모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정 대표는 자신감이 있었다. 직접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도 했다. 시제품끼리의 비교에서는 엔트리움의 도전성 입자가 오히려 더 나은 품질을 보여줬다. “입자를 같은 크기로 만들고, 똑같은 두께로 코팅을 한 다음에 입자를 균등하게 분포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열이 똑같이 전도가 되고 에러가 발생하지 않거든요.”

 자체 비교에서는 엔트리움이 만든 입자가 더 우수했다. 물론 반복적인 작업 속에서 계속해서 균일한 제품을 만들어야 진짜 승부를 가릴 수 있다. 그리고 진짜 승자는 실제 제품에 적용됐을 때 고객의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 승부에서 이기려면 물론 기술력이 있어야 하지만, 자금력과 함께 인재가 뒷받침되야 한다. 고객사 확보는 필수다. 2012년초 시작할 당시엔 혼자였지만 2012년 여름무렵 2명의 인턴사원을 뽑으면서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외국계 기업과 삼성전기 등에서 16년의 경력을 가진 고교 시절 친구 김효진 이사(영업담당)와 삼성전자 등에서 경력을 쌓은 대학 과 선배 박주욱 부사장, 재무와 전반적인 운영을 맡은 강미라 책임 등이 합류하면서 경영진이 완성됐다. 여기에 6명의 순수 R&D(연구개발) 인력을 충원했고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원, 재료공학부와 협업을 통해 연구개발이 진행됐다. 

 아직 첫 매출은 나오지 않았다. 올 하반기께 매출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후엔 그에게 당초 창업을 결심하게 했던 TIM방열소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대표이사 본인의 투자금액과 엔젤투자, 정부 지원금 등이 주된 자금원천이었다. 그는 2012년 8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발된 것을 자신의 창업과정에서 결정적 계기로 꼽았다. 이후 중소기업청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약 10억원 가량의 자금이 확보되면서 지금까지 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삼성을 다니면서 10년간 겪었던 경험이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은 기술개발 못지 않게 고객사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고객사는 단순히 제품을 사는 상대방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해 주고 소재 개발 과정에 협력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사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소재를 얼마든지 골라서 쓸 수 있거든요. 친절하게 이러이러한 점이 문제니까 이런 점을 더 개선해줬으면 좋겠다라는 피드백을 일부러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만드는 업체를 골라서 납품을 받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고객사와 신뢰, 협력 관계가 잘 돼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관계가 중요한거죠.”

 그가 삼성에서 구축한 인맥과 경험은 매우 유용했다. 그래서 더욱 그가 대기업을 나와 창업한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나오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많이 배웠죠. 하지만 제가 관심있는 것과 회사가 하려고 하는 게 꼭 일치하는 게 아니죠. 나는 이런 것을 더 하고 싶은데 이 사업이 앞으로 회사에서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런 게 싫었어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아서 나온 셈이죠.”

 그는 무엇을 지향하고 있을까. 도전성 입자 분야 뿐 아니라 TIM 방열소재 등 관련된 소재 분야로 시장을 넓히면 수조원대 시장이 펼쳐진다. “소재 분야에서만 1년에 대일무역에서 16조원의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죠. 한국의 기업이 이 분야에서 성장해간다면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본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구글이 있다면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엔트리움이 있다. 이런 회사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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