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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01 한국의 스타트업-(116)가지스튜디오 황재호 대표 1

독특한 취향이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예를 들어 특정 연도에 생산된 특정 브랜드의 모형자동차만 수집한다든가, 희귀한 앵무새에만 관심을 보인다든가 하는)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얼마나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다수 군중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나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떨어질까. 바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은 질문이지만 여러 사례들을 생각해보면 답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가 기획하기도 쉽고, 서비스를 만들기도 한결 수월하겠지만 경쟁이 치열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특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시작은 어렵지만 경쟁은 덜 할 수 있다. 대신 시장의 사이즈는 좀 제한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논리는 어디까지나 추정에 근거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아주 특수한 집단만을 상대로 시작했지만, 서비스 자체가 범용화될  소지가 많았기에 확장이 됐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역시 그런 하드코어 게임을 즐기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지만, 시장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자칫 불가지론에 빠질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앞에 늘어놓은 이유는 이번에 소개할 가지스튜디오란 회사가 하는 서비스의 성격 때문이다. 특별한 취미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목표는 저 멀리 더 큰 시장을 향하고 있는 이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게임을 좋아한 소년

가지스튜디오의 창업자 황재호 대표는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건너가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잠깐 있다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황 대표의 아버지는 처음에 그를 한국인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른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하필이면 이 학교는 외국인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는, 순 일본인들만 다니는 학교였다. 그는 이 학교가 개교한 이래 최초의 외국인 학생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외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겐 게임이 친구였다. 게임 덕분에 오히려 일본에서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다. “처음 1년 동안은 너무 힘들고 외로웠죠. 어렸을 때지만 똑똑히 기억이 날 정도에요. 그래서 게임이 제 친구가 됐죠. ”

 일본에서 4년간의 생활과 그때 한 경험은 소년 황재호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이 소년의 소원은 자연스럽게 ‘닌텐도에 입사하는 것’이 됐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한국외대 중국어과 재학중 넥슨 대학생 인턴십에 참가했던 2005년에도 그의 이런 생각은 여전했다. “한국 게임에 대해선 별로 생각을 안해봤어요. 일본에선 콘솔게임이 대부분이었고 저 역시 그런 문화를 좋아했기에 온라인게임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질 않았죠. 게다가 당시만 해도 온라인게임이 아직 콘솔게임의 퀄러티에 크게 못 미치던 때였거든요.”

 넥슨은 당시 대학생 인턴십에 참가한 학생들을 몽땅 중국 상하이로 보내줬다. 통이 크다. 그리고 거기서 대학생 황재호는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의 게임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겠구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그대로 넥슨에 남아 있기로 했다. 

 넥슨에서 그는 주로 해외 사업 기획 일을 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마비노기 영웅전 등의 타이틀이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화하기 위한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중국 진출 당시 개발자인 최민호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물론, 그 당시엔 그럴 줄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미국에서 모바일에 눈뜨다

그가 맡았던 사업마다 성과가 좋게 나왔다. 덕분에 그는 빠르게 승진을 했고 2009년엔 넥슨아메리카에서 일하게 됐다. 그가 넥슨코리아에 있으면서 해외 사업을 기획하던 시절은 넥슨의 해외 사업이 일취월장, 성장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넥슨아메리카에 와서 본 현실은 조금 달랐다. 물론 여전히 넥슨은 해외에서 잘하고 있었지만 미국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그때 이미 미국에서는 아이폰이 나오고 모바일로 시장이 넘어가는 게 확연히 느껴졌어요. 우리가 만드는 온라인게임의 수준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PC앞에 앉지를 않는데 이를 극복할 방법이 묘연한거죠. 이미 사람들은 PC를 떠나고 있었고, 그걸 보면서 이제 모바일에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꿈틀댔죠.”

 미국에서 모바일 시장이 열리는 것을 본 황재호 대표. 그런데 그는 창업할 생각은 하질 못했다. “‘게임빌이나 컴투스에 입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게임은 아니었고, 그걸 누구에게 보여주고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최민호씨랑 메신저로 얘길 하다가 우연히 그 아이디어를 얘기했어요. 그런데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걸로 창업하자고 하면서 덜컥 회사를 그만두네요. 엉결에 저도 회사 나와서 같이 창업했죠”

 뭘 보여줬길래, 어떤 아이디어를 얘기했길래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창업을 하게 만들었을까. 그때 황 대표가 생각했던 게 바로 지금 가지스튜디오가 시작한 특화된 형태의 SNS, 지빗이었다. 게임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아마 온라인게임을 하려면 넥슨에서 하는 게 나았으리라. 이들은 게임이 아닌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게임회사에서 계속 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계기는 자신의 생활에서 나온다. 황재호 대표의 경우 핀터레스트가 영감을 줬다. “미국에 있을 때 핀터레스트가 한창 유행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쓰기엔 불편하더라구요. 우선 주로 여성들이 쓴다는 점도 있었고, 나의 매니아틱한 관심사를 쏟아붓기엔 좀 적절치 않은 SNS였어요. ”

 처음엔 ‘30대, 40대 남성들을 위한 SNS가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황재호, 최민호 두 사람은 2012년 6월7일, 자본금 1억원으로 역삼동에 가지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가지스튜디오는 채소인 가지, 나뭇가지의 가지 두 뜻을 모두 갖고 있다. 채소 중 유일하게 벌레를 먹지않는다는 가지의 건강함을 닮고, 뻗어나가는 가지처럼 왕성하게 활동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가지스튜디오 창업 멤버들. 왼쪽부터 최민호 CTO, 황재호 대표, 정기엽 팀장, 최진우 팀장.>

◆키덜트를 위한, 관심 기반 SNS

가지스튜디오의 첫번째 프로젝트, ‘지빗(ZIBIT)’은 이른바 괴짜(Geek)들과 키덜트(Kidult)들을 위한 정보 및 사진공유 모바일 플랫폼이다. 핀터레스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듯, 사진을 공유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나누게 해 준다. 

 연식이 오래된 희귀한 자동차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은 시간만 나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책을 찾고, 자기와 관심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그런 차를 수집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발품을 팔아가며 돌아다닌다. 지빗에 들어오면 기본적으로는 PC기반 웹서비스에서 활성화됐던 동호회나 카페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큰 차이점이 있다면 사진이나 글을 수시로 올릴 수 있고(모바일 기반이니까), 등록하기도 쉽고, 사람을 만나기가 보다 수월하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뽐내거나 자랑하고 싶은 분야가 있쟎아요. 그게 자신의 취미활동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부담없이 그렇게 하죠. 하지만 막상 그런 공간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지빗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황 대표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지빗의 개념은 쉽게 이해가 간다. 다만 처음엔 특정 취미를 겨냥해 만들었지만 사람에게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관심사가 있다고 본다면 의외로 아주 대중적인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앱으로 나오는 이 서비스의 분위기는 역시 사용자들에 의해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아주 독특한 취미로만 장식이 된다면 보다 평범한 취미를 가진 이들을 끌어오기는 어려울 수 있다. 

 황 대표는 키덜트 시장 규모를 확인하고 이 사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한국에는 약 5000개의 취미 관련 동호회가 있고, 1000만명의 동호인이 있으며 5000억원 규모의 키덜트 시장이 있다”며 “일본에는 무려 6조원의 키덜트 시장이 있고 한국도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사람들이 모일만한 플랫폼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스튜디오는 지빗을 4월중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용, 그리고 웹 버전으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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