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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5 한국의 스타트업-(113)크리쳇 이훈규 대표 8

여기 한 명의 ‘괴짜’가 있다. 어릴 때는 스스로 불량청소년이었다고 하고, 예술에 심취하다가 화가, 작곡가의 삶을 살던 중 어느날 기업가로 변신했다. 겉보기엔 언뜻 평범해보이기까지 한 청년이지만 가슴 속엔 남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끼와 거침없는 용기가 있다. 예술을 지향하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발견한 그는 어쩌면 비즈니스에도 꽤나 재능이 있는 인물일 지 모른다. 아직 언론에 기사 한 줄 나간 적이 없는 업체, 크리쳇를 설립한 이훈규 대표를 만났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크리쳇의 창업자 이훈규 대표. 본인의 말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운동도 좋아하고, 트럼펫도 잘 다루고, 피아노도 칠 줄 알고, 그림도 잘 그리고, 등등. 하여간 (그의 표현에 따르면) ‘공부를 빼고는 모든 것에 흥미를 보이고, 재밌게 즐기면서’ 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뭘 해야할지 고민을 했다고도 한다. 개인적인 기호만 따지면 음악을 더 좋아했지만 대학은 미대를 들어갔는데 그 이유가 한 여인때문이었다. 동갑내기 그녀와 결혼을 꿈꿨던 그는 그녀의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좀 더 자신있는 미술을 택했다. 하지만 질풍노도 그 시기의 인생이란 역시 알 수 없는 법. 홍대 미대 97학번으로 보란듯이 합격했지만 그는 그녀와 헤어지고 좀 더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학교 수업이나 대학 교육 과정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학 입학한 그 다음해 군에 입대한 그는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부는 금관악기병으로 복무를 했다. 그의 그림 그리는 재능을 눈여겨 본 사단장의 배려로 부대 내에 작업실이 만들어졌고 낮에는 금관악기병으로, 밤에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처럼 미술과 음악에 빠져 지냈던 그의 본격적인 기행이 시작되는 것은 제대후부터. 제대했다고 갑자기 학업에 흥미가 붙을리 만무하다. 학교에 복귀하는 것은 까맣게 잊고 그는 바닷가에서 바지락칼국수 장사를 하면서 밤낚시를 즐기고 그림 그리는 것에 몰두하면서 1년을 보냈다. 서울에 돌아왔지만 이번엔 재즈에 심취했다. ‘듀플렉스’라는 재즈밴드에 들어가 리더로 활동했고 ‘잠을 자서 뭐하냐’는 생각에 매일 술을 마시고 잠은 일주일에 한번 몰아서 자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몸에 탈이 안 날수가 없다. 위벽에 생긴 구멍으로 몸속 피가 빠져나가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실려왔다. 무려 한 달 동안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그의 인생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여섯살이나 연상인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이다. “아내를 만나고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학교에 돌아가기로 했죠. 처음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게 됐는데, 재밌더군요.”

◆미디어에 눈뜬 아티스트

 복귀 직후 그는 첫 개인전 ‘공존의 무대’를 열었다. 2003년 복학해 2006년 학부를 졸업하고 2008년 홍익대 대학원 판화과 석사과정을 졸업할 때까지 착실하게 미술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개인전을 세차례 열었고 전시된 그림을 판매하는 일도 했다. 음악도 작사작곡에도 참여했다. 박진주의 싱글앨범이자 영화 두개의 달 삽입곡인  ‘너에게 화가 나’가 그가 작사한 곡이었다. 이 밖에도 환경부 등 정부나 공공기관의 공익 CM 뮤직을 다수 작곡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음악과 미술 작품활동을 하면서 그의 심경에 다시 변화가 찾아왔다.

“개인전을 하면서 제가 만든 작품을 팔게 되는 일도 있었죠. 달리 다른 생계 수단이 없었던 시절에 그림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애지중지 만든 작품을 돈을 받고 파는 것에 대해 굉장한 회의가 찾아오더군요. 가격을 놓고 흥정하는 것도 싫어졌어요. 차라리 확실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어요. 그 전엔 사업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말이죠.”

 비즈니스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작정한 판화미술가 이훈규.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사업화하는지에 대해 감이 없었던 그는 일단 2009년 KGIT(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교)에 들어가 사업화할 수 있는 뉴미디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 일은 미디어제작 분야 연구원. 영상 예술과 음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단편영화 ‘하늘고래’ 등 3편의 영상을 연출·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사업아이디어를 얻으러 KGIT에 들어갔는데, 영화를 제작하면서 영상제작 업종의 열악한 환경을 새삼 알게 됐다고 한다. “영화 한 편을 만들던, CF 한편을 찍던, 영상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 스탭들이 정말 고생을 하거든요. 게다가 리스크는 크고 수익은 낮은(High risk, low return) 그런 일입니다. 그런데 고생하는 일 대부분은 기술을 통해 대부분 아주 쉽게 처리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죠.”

 그래서 그는 ‘영상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다짐하고 2010년 크리쳇(Cre-CHET)을 설립했다. KGIT에서 그의 사업에 자금을 좀 보태줬고 사무실도 빌려줬다. 때마침 서울시 청년창업 프로젝트에도 선정돼 지원을 받고 출발했다.

<크리쳇의 임직원들. 왼쪽 두번째 장풍 날리는 이가 이훈규 대표>

◆‘누구나 쉽게 만드는 CF’

크리쳇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저예산 영상제작 솔루션 사업’. 영상을 쉽게 편집·제작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 놓으면 누구나 이를 이용해 (번거로운 작업 절차 없이) 손쉽게 CF나 소개 영상 등을 만들 수 있다. 그의 이런 생각을 사업화하기 위해 재즈밴드 시절 친구들, 영화제작 현장에서 알게 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각각 음악과 영상, 프로그램의 전문가들이다. 

 이렇게 해서 작년에 EzCF 솔루션이 출시됐다. 누구나 CF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다. 중소기업청의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엔 친구들과 지인들이 투입됐지만 2011년말에는 직원들도 채용했다. CF를 쉽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솔루션이지만 이 솔루션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크리쳇과 이훈규 대표 자신이다. 공공기관이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CF를 대신 만들어준다’고 홍보하며 영업을 다닌 결과, 작년 한 해 동안에만 250개 클라이언트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크리쳇이 만든 솔루션이 쉐이커미디어 등 다른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른 점은 소프트웨어보다 영상 템플릿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소프트웨어는 해외에서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분야 전문성이 있는 업체의 것을 쓰겠다는 것이다. EzCF는 대신 전문적이고 풍성한 영상 템플릿에 신경썼다. CF를 만들 때 양질의 영상 샘플과 그것을 활용해 얼마나 쉽고 빠르게 CF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상 샘플은 오랜 시간의 노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영상 제작 경험이 있고 음악가, 미술가로 인생을 살아온 이훈규 대표 본인의 의지와 재능이 빛을 발해야 하는 분야다. 그래서 그는 영상 템플릿을 만드는 게 가장 공을 많이 들인다. 직접 영상을 찍으러 나가기도 한다. 영상을 만들어본 그가 배운 것은 좋은 CF나 동영상을 찍기 위해선 고품질의 영상이 필수적이라는 것. 이 대표는 “우리 회사가 이렇게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가 아니라 실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얼마나 쉽게 빠르게 양질의 CF를 만들 수 있느냐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zCF를 활용하면 일주일에 걸쳐서 만들어야 하는 동영상이나 CF를 하루나 이틀만에 만들 수 있다는 게 이훈규 대표의 설명.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면서 카피를 정해 올리고고, 영상 및 배경화면 샘플 중에 선택에서 클릭을 하다보면 최적의 음악까지 추천을 받아 CF를 만들 수 있다. 크리쳇의 수익은 현재까지는 중소기업이나 공공기관의 CF 등을 대신 만들어주면서 생기고 있다. 작년엔 사업 초기라 주로 간단한 CF를 만드는게 주력했지만 올해는 고급 영상과 고가의 CF를 만드는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PC에서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모바일 앱으로 개발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어디서나 소상공인들도 쉽게 저렴하게 고급 CF를 제작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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