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rocks 이창수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업 코너에서 한번 다뤘던 인물이다. 서른한번째 이야기인 아블라컴퍼니 노정석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다루면서 그의 이름이 언급됐고, 사진도 함께 찍어 올렸다. (http://limwonki.com/414 참고)그는 아블라컴퍼니를 노정석 대표와 함께 창업했고 회사 이름도 직접 지었지만 아블라컴퍼니 스토리를 쓸 당시 주인공은 노정석 대표였다. 세월이 흘러 아블라컴퍼니는 중대한 변화를 겪게 됐고,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창수 대표가 됐다. 

 이 대표를 만나러 간 사무실에는 노정석 대표도 함께 있었다.(5rocks 사무실은 아블라컴퍼니와 같은 곳에 있다. 왜?) 5rocks는 아블라컴퍼니가 분할되면서 나온 회사고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하는 신규 법인으로 새출발을 시작한다. 노정석 대표는 “아블라컴퍼니가 기업분할을 하면서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며 “언론에는 최초로 공개하는 것(웃음)”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계속되다보니 이제 이런 사례도 나온다. 애초에 소개했던 회사가 기업분할을 하면서 둘로 나뉘고 각각 다른 사업을 하게 되는 첫 사례인 것 같다. 아블라컴퍼니는 왜 회사를 나누게 됐을까. 5rocks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이 대표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파프리카랩과 아블라컴퍼니

그에게 5rocks는 세번째 창업. 하지만 그가 대표이사를 맡게 된 건 처음인 것 같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97학번인 그는 SK텔레콤에서 그 유명한 윤송이 상무와 함께 일했다.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SK텔레콤에 스카웃되면서 ‘천재소녀’로 불리기도 했던 윤 상무와 함께 그가 담당했던 업무는 일종의 지능형 홈로봇 개발. KT에서 2011년 키봇을 출시하고 홈로봇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했었는데, SK텔레콤에서도 그와 유사한 사업을 일찌감치 준비했던 것이다. 

 윤송이 상무는 당시 1㎜ 서비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했었고 그는 차세대 로봇팀에 배속돼 있었다. 아쉽게도 그가 개발에 참여했던 홈로봇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만 윤 상무와 함께 일했던 경험은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엔지니어 세계에서도 유난히 기획력이 뛰어나고 PM으로서 놀라운 자질을 보이고 있는 것에 이때의 경험이 일조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대기업 SK텔레콤에서의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7년 이 대표는 회사를 나와 김동신 등과 함께 파프리카랩을 창업하게 된다. 그로선 첫 창업이었다. 첫 창업에 시행착오를 느껴서일까, 그는 이듬해 파프리카랩을 나와 일본으로 건너가 게임온에서 일을 했다.

 그가 일본에 가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는 사연이 있다. 카이스트 재학 시절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갔다온 경험이 있기 때문. 당시 일본어는 한 마디도 못했던 대학생 이창수였지만, ‘영어로 대부분의 수업을 하고 영어로 살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말만 믿고(?) 일본 동경공업대학에 갔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영어 수업은 고사하고 일본어를 하지 못하면 단 하루도 지내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마음이 맞을 것 같은 일본 학생 한 명에게 제안을 했어요. 내가 영어를 가르쳐 줄테니, 일본어를 가르쳐 달라고요.” 다행히 이 전략은 통했다. 첫 학기가 지나고 바로 그 다음 학기에 그는 일본어로 수업을 들으면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전략이 통한 것도 있지만, 언어적 감각도 있고 노력도 상당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여간 일본 게임온에서 잘 지내고 있던 그에게 2009년 어느날 카이스트 선배이자 SK텔레콤에서 같이 일했던 노정석 구글 PM이 같이 창업을 하자고 연락을 했다. 별 망설임없이 수락한 그는 ‘아블라컴퍼니’라는 회사 이름 작명도 직접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Lean Startup

이창수 대표가 창업 멤버로 두번째로 참여한 회사인 아블라컴퍼니. 그는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아블라컴퍼니는 철저하게 일반 소비자들이 쓸 수 있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테이블K, 포잉, 불레틴, 픽쏘 등의 서비스를 만들면서 그는 사업의 단계별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성취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그의 생각은 에릭 리스가 저술한 린스타트업이라는 책의 기본 주제와 접목하게 된다. 때마침 개발자로 일하던 그에게 뜻밖의 번역 기회가 오게 된다. 

 언어적인 능력도 뛰어난 그는 번역작업을 하면서 책 속에 소개된 린스타트업에 그야말로 푹 빠져들어갔다. 이 책은 창업을 해서 사업의 성공을 이루는 것은 개인의 특출난 역량이나 마법과도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재현 가능한 과학적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가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극도로 제한된 자원으로 출발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오히려 이런 가설에 근거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단계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포잉과 불레틴 등을 만들면서 린스타트업을 직접 적용해봤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단계별로 꼭 해야하는 과제를 달성하고,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이 우리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범용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은 일종의 모바일 게임 솔루션. 특히 ‘Monetization solution’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포잉을 만들면서 저희가 필요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했어요. 그 중에서도 사용자들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했죠. 그냥 20대가 결제를 많이 한다더라 정도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연령대, 성별 사용자의 시간대별, 직업별 결제나 이용 실적이 필요한거든요. 이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록 서비스에 반영해 완성도를 높이고 그러면서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는 겁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벤처기업에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실제로 그가 실험적으로 시작한 솔루션에 대해 벤처기업 사장님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할 것 같은데, 따로 만들어주면 안될까?’ 이런 반응이 많았다. 무엇보다 린스타트업의 정신을 구현하려고 했던 이 대표는 포잉 등을 만들면서 이 솔루션을 직접 적용했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

◆게임비즈니스를 위한 intelligence layer

여기서 잠깐. 회사 이름을 왜 5rocks라고 지었는지 궁금했다. 이 대표에게 물었다. 그의 설명이 재밌다. “오락스라고 읽으면 답이 보일까요? 오락, 즉 게임이 저희 회사의 주요 테마거든요. 게임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라는 뜻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게임플랫폼이라. 언뜻 와닿지 않는다. 게임 플레이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게임 운영 및 고객 분석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시 좀 전의 대화로 돌아가보자. 린스타트업과 게임 플랫폼과, Monetization solution, 그리고 5rocks 간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들 사이에 얽힌 상관관계에서 나온 답이 5rocks의 회사 분할인 것 같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 리소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적인 플랫폼이 필요하고 이를 포잉 등의 개발 과정에 직접 적용해보면서 확신이 든 이들이 이 기술적인 플랫폼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회사, 5rocks를 만든 것이다. 아블라컴퍼니의 기존 사업, 즉 포잉 등 서비스업은 별도 법인이 수행하게 된다. 

 이 대표가 지향하는 것은 ‘게임비즈니스를 위한 intelligence layer’. 말이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쉽게 말해 모바일게임 사업자 또는 개발자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 즉 언제 어떤 고객들이 어떻게 게임을 이용하고 이들의 반응은 어떠하며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 이를 통해 게임이 더욱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되고 품질이 개선되고 가장 적절한 방향으로 마케팅과 광고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다. 고객을 정확히 알아야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즉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은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모바일이 나오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어느때보다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문화에 기반을 둔 서비스나 콘텐츠로는 세계화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는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 즉 문화를 타지 않고 스타트업은 누구나 필요한 그런 B2B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결정을 한 거죠. 분석과 운영은 우리가 할 테니 서비스나 콘텐츠 업체들은 본연의 업무만 잘 하면 되게끔 하는 거죠. 이는 궁극적으로 광고나 마케팅 툴과도 연결돼 성장성이 클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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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랩 김동신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8년 12월께였다.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한 비즈스파크(Biz Spark)에서 만난 그는 당시 ‘Faceworthy'(http://faceworthy.com)라는 웹서비스를 하고 있었다.인터넷에 얼짱들이 자신의 사진 등을 올리고 소셜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그 후로 1년반쯤 지난 다시 만난 그는 사뭇 다른 사업을 하고 있었다.소셜네트워크에 천착해 있다는 점에선 전혀 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것은 요즘 뜨고 있다는 ‘소셜게임’이었다.이미 지난해 봄 일본 앱스토어에 ‘이성을 사로잡는 당신의 지성2000’(異性を落とすあなたの知性2000)이라는 퀴즈 게임을 선보여 일주일만에 일본 앱스토어 전체 6위,게임 부분 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 몰이를 하기도 했다.처음 봤을 때 4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의 회사 직원도 어느덧 16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당시 매출 고민을 하고 있었던 파프리카랩은 어엿하게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로 자라나 있었다.

-소셜게임으로 주력이 바뀐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아마 웹서비스를 하고 있던 시절인 것 같다. 그 뒤에 모바일전자상거래 쪽에 관심을 가졌다가 지금은 소셜게임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특정 아이템에서 승부를 보기 보다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 사업을 하고 있다.과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월급을 못 주면 죄를 짓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게 됐다.2007년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1년반동안 투자를 받지 못해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다.그런 시기를 겪으면서 우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 아이템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인가
 “맞다.나는 좋은 회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물질적 행복과 정신적 행복을 함께 주고 싶다.그게 기업이 할 일이 아닌가 싶다.사업을 하는 것도 내 인생의 보배같은 사람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게임을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게임회사에 근무한 적도 있고,계속해서 게임의 나아갈 바에 대한 고민을 해 왔다.게임은 중독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지만,폐인을 만들지 않는 그런 게임이 없을까 고민해왔다.희노애락에서 ‘노’가 없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은 꿈도 있다”

얘기를 하다보니 주제가 게임으로 들어왔다.김동신 대표는 프로게이머 출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2000년대초반 칸에 소속된,그것도 제법 유명한 선수였다.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게이머라..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특이하다.지금도 처음 만났을 때 선입관인지는 몰라도 잘 생긴 프로게이머를 연상케 하는 외모다.대화를 나누다 그가 게이머 출신이란 점이 화제로 올랐다.그에게 왜 잘 나가던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었냐고 묻자,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게임을 계속 하다보니 손목이 아파서요”
 게이머 생활은 접었지만 그는 그 뒤로도 게임과의 인연을 끊지 않았다.한국멀티넷이라는 회사에서 병특으로 근무를 하다가 2002년 8월 엔씨소프트로 입사를 해서 게임 관련 개발일을 계속했다.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게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게임 개발자와 유저 간에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는 생각을 했다.개발자는 자신의 관성대로 계속 고난이도의 게임을 만들고 유저가 그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유저들은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그러다보면 과거의 유저들만 붙잡고 있는 좁은 시장이 되는 것이다.닌텐도가 그 약점을 처음으로 간파한 것이고 지금의 소셜게임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소셜 게임이 뜨고 있는데 앞으로의 전망을 듣고 싶다
 과거 소셜게임에서는 접근성이 가장 중요했다.얼마나 빨리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를 통해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질 것 같다.사람들이 과거 MMO에서 느꼈던 것 처럼 처음에는 네트워크 자체에 열광하지만 결국 콘텐츠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소셜 게임 말고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또 있나
 “개인적으로 전자상거래에 무척 관심이 많다.”

-한국이 소셜 게임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데,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싸이월드에게 기회가 있었다.싸이월드도 미니홈피가 뜨던 시절 Zoo Keeper와 같은 미니게임을 미니홈피에 실험적으로 운영하면서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그런데 웹 표준 문제와 네트워크 내에서의 활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활성화시키지 못했다.하지만 아직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한국엔 여전히 강력한 SNS가 있고 게임 분야에서 숱한 경험을 거친 인재들이 있다.”

       (역삼역 부근 파프리카랩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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