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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28 한국의 스타트업-(118)헤이브레드 유민주 대표

최근 경제민주화, 일감몰아주기, 동네 상권 살리기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업종이 있다. 바로 ‘빵집’이다. 아니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빵을 많이 먹었다고 빵집이 이렇게 계속 거론되는걸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빵집은 여러 이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빵집 문제는 두 가지. 우선 특정 브랜드의 빵집(제과점)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문제가 하나 있고, 재벌 2,3세들이 제과점 관련업을 하면서 계열 호텔이나 회사를 통해 편하게(?) 사업을 영위한다는 문제가 또 하나 있었다. 공통적인 결과는 동네 빵집이 죽는다는 것. 동네 빵집이 고사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빵을 선택하지 못하게 되겠지만, 그에 앞서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인 동네 빵집들이 문을 닫게돼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가계부채도 심화되는 게 더 큰 문제다. 즉 아주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동네 상권 문제에서 빵집이 (의외로) 굉장히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헤이브레드는 이 문제를 약간 다르게 접근했다. 재벌 2세들의 빵집을 못하게 막는 차원이 아니라 동네 빵집 중 경쟁력이 있는데 제품을 판매하고 마케팅하는 경로를 확보하지 못한 이들을 도와주는 게 핵심이라는 것. (물론 헤이브레드에 그런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젊은 사장이, 정부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섰다. 

◆티몬 창업자들과의 만남

헤이브레드 유민주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주립대에서 금융공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던 중 뉴욕에 있는 친구로부터 창업을 고민하는 한 청년을 소개받았다. 이 청년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곧 한국으로 가는데 함께 창업할 만한 사람을 소개시켜달라”고 유 대표에게 부탁했다. 당시 학생신분이었지만 유 대표는 창업 1번지인 카이스트 졸업생이었고 반면 이 청년은 외국에서 오랫동안 학교를 다녀 한국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태였다.

 그 부탁을 받자마자 대학시절 룸메이트로 동고동락했던 권기현 이사와 김동현 이사가 떠올랐다는 유 대표.  두 사람은 대학 초년부터 창업을 꿈꾸며 수입 오디오 판매, 영어 교육 사업 등 다양한 경험을 해 왔다. 유 대표가 연락을 하던 시점에도 이들은 ‘지금은 모바일 시대’라며 KAIST 기숙사 방에서 둘이 머리를 맞대고 모바일 앱을 만들고 있었다. 

 2010년 1월15일, 유 대표의 소개로 만난 5명의 청년들은 티켓몬스터를 창업했고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만남부터 1년간 그들을 지켜본 유 대표는 혼자서만 알기엔 아까운 이야기라는 생각에 창업기 출간을 티몬 측에 제안했고 11개월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티몬이 간다’를 출간했다. 

 책을 쓰면서 그의 삶은 ‘혁명적으로’ 달라졌다. 책을 집필하던 기간에 유 대표는 하이닉스반도체에 근무하고 있었다. 군 복무를 위해 병역특례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이 창업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창업에 대해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던 그의 생각도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갖고는 사업이 안되는 법. 그에게는 냉정하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도움을 줄 만한 이들이 필요했다. 그 기회를 그는 기다리지 않았다.

◆빵 배달하는 남자

고수의 도움을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프라이머’를 찾아갔다.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이재웅 다음 공동창업자,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 등이 만든 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프라이머 엔턴십에 참여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맛으로 소문난 동네 빵을 수도권 전역으로 배달하겠다’는 것.

 그가 느닷업이 빵을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학창 시절 프랑스에서 지낼 기회가 있었다. 그때 유럽의 맛있고 싼 빵을 그야말로 ‘실컷’ 먹어본 그는 그런 문화에 금새 익숙해졌다. 한국에 들어온 그가 아쉬웠던 것은 이런 맛있고 좋은 빵을 한국에서는 거의 맛볼 수 없었다는 것. “한국에서도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정말 맛있고 품질 좋은 빵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만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알릴지에 대해선 좀 더 고민이 필요했죠.”

 티몬의 창업스토리를 보면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그 중에서도 엄선된 좋은 빵을 사람들에게 배달하자고 마음먹었다. 아이디어는 심플했지만 구체화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서비스야 온라인에서 소비자들과 만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좋은 빵을 확보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즉 이를 위해선 영업이 중요했고 공급자와의 신뢰, 그리고 신선한 빵을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 배달하는 능력이 필수였다. 

 프라이머에서 창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습득한 유 대표에게 어느날 카이스트 동아리 후배인 유원상 씨가 전화를 걸었다. 그가 쓴 ‘티몬이 간다’를 읽고 창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가 유 대표의 창업 준비 소식을 듣고 연락했다는 거였다. 2012년 9월, 유민주, 유원상은 티몬 창업자인 김동현, 권기현과 함께 합숙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좋은 빵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은 서울의 각 동네의 맛있기로 소문난 베이커리를 한곳 한 곳 찾아 다니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우선 경력, 재료, 추천 이 세가지를 기준으로 좋은 빵집을 선정했다. “예전 동네빵집들과 달리 요즘엔 유명 과자점에서 제빵 경력을 쌓거나 해외에서 제대로 빵을 배운 분들이 제법 있더라구요. 이처럼 경력이 받쳐주는 분들 가운데 재료를 엄선해서 쓰고, 주변 동네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빵집을 우선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온라인에서 구매하여 집으로 배달 받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확신이더라구요.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는 것에 대해 끝까지 자기 생각을 믿고 사람들을 설득했죠. 자신의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사업을 제대로 시작도 못해볼 겁니다”

 2012년 10월, 헤이브레드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건강한 아침식사’ 큐레이션

신사동에 위치한 헤이브레드 사무실은 항상 점심 무렵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침에 만들어진 신선한 빵이 이 시간에 헤이브레드 사무실에 오면 이때부터 직원들이 달려들어 빵을 포장하고 배송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헤이브레드를 방문하면 수많은 빵이 쌓여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이 빵들은 오후 간식을 원하는 사람, 야참으로 먹고 싶어하는 사람, 아침 대용으로 빵을 찾는 이들에게 시간대별로 맞추서 배달이 된다. “산타가 빵을 놓고 간 것 같다고 좋아하는 사람, 맛있는 빵집 찾아 헤멜 필요 없어 좋다고 하는 고객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어요. 그 덕에 힘을 냈죠.”

 헤이브레드는 서비스를 시작한지 5개월간 월평균 52%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빵을 배달한다는 것은 몇 가지 리스크도 안고 있다. 일단 빵을 먹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빵을 먹을 것인가의 문제(여기는 유럽이 아니다), 수요 공급 예측이 쉽지 않다는 문제, 빵 종류의 다양화에 대한 문제(항상 비슷한 종류의 빵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금새 질리는 사람도 있다) 등등.

 유 대표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목표는 빵이 전부가 아니다. 맛있기로 소문난 동네 빵을 모두 배달하는 것은 1차적인 목표. 생과일주스, 목장우유, 샐러드, 과일 등 다양한 신선식품들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아침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아침식사 큐레이션 서비스. 

 아직은 빵의 특성상 정기 배달보다는 그때 그때 구매하는 이들이 대부분. 하지만 동네빵집들에게 더 효과적인 판매채널 역할을 하기 위해서 정기배달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그가 당초 생각했던, 진정으로 실력있는 동네 빵집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고 자신도 살 수 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직원들에게 좋은 빵을 아침식사로 제공하려는 기업들의 문의도 제법 있더라구요. 카카오, D camp, NHN 등에 일종의 B2B로 빵을 아침마다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할 예정입니다. 입소문이 나면 개인들에 대한 서비스도 확대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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