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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09 한국의 스타트업-(184)닷(DOT) 김주윤 대표

사업을 시작하기 전 무엇으로 창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돈이 될 만한 일? 지금 뜨고 있는 아이템?

직장 생활의 경험을 통해 창업 아이템을 얻었거나 뭔가 분명한 동기가 있어서 특정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는 이들은 이런 고민이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고민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사람의 사례는 상당한 참고가 되지 않을까.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이것을 왜 하는가를 놓고 그는 상당한 공을 들였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창업을 하다 자신의 일을 찾은, (DOT)의 김주윤 대표가 한국의 스타트업 일백여든네번 째 주인공이다.

百聞不如一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학생 김주윤. 그는 미국 시애틀의 University of Washington 사회과학대에 진학했다. 그는 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미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창업을 할 수 있을텐데요?

좀 더 큰 시장을 보고 싶었어요. 그런 시장에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그래서 그는 입학하고 학교 적응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창업 관련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창업 스쿨도 다니고 컨퍼런스도 할 수 있는 한 많이 참여했다. 그리고 2012년 첫 창업을 하게 된다.

창업스쿨 이런 곳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물론 많이 배웠죠.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스쿨 열심히 다니는 것보다 한번 창업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빨리 실행을 하자 이렇게 판단하고 창업했죠.”

그는 Founder Institute라는 창업스쿨에서 만난 인도출신 엔지니어와 함께 창업했다. 아이템은 링크트인과 유사한 네트워크 서비스. 이름하여 Dreams Linker. 그런데 얼마 안 가 문제가 생겼다. 공동 창업자인 이 엔지니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국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제품 개발과 기획을 책임졌던 인물이 사라져버리니 회사를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었다. 어이없게 첫 사업은 그렇게 끝났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이해는 됐어요. 하지만 처지가 비슷한 사람과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니 사업을 그냥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도 처해보니 내가 핵심인재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IT 분야에서 창업을 할 때는 개발이 핵심이쟎아요.”

그래서 그는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대학가 중고물품 판매를 잠깐 했다가 이어서 또 다른 창업에 나섰다. 세 번째 아이템은 트럭판 우버라고 할 수 있는 ‘Wagon’. 학생들의 이사수요나 가구점들의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트럭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평소에는 남아도는 이들 트럭이 수요자들과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럴 듯한 생각이다.

트럭 드라이버들은 반겼다. 그런데 웬걸? 고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트럭 렌탈 서비스라는 게 이미 있었어요. 고객들 입장에서는 그런 대체 서비스가 있으니까 저희가 새로 만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성장에 한계가 왔고, 그는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온 마음을 다할일을 찾다

그는 그 동안의 사업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트렌디한 것만 찾아다닌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될 것 같은 사업, 이런 것을 찾아다녔던 거죠. 그런데 저에겐 열정을 다해 일 할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될 것 같은 사업을 찾아 내가 세운 가설을 검증해 나가는 그런 방식이 아닌, 오로지 그 업에 대한 열의에 가득차서 도전해 보고픈 그런 거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클래스메이트 가운데 점자책으로 공부를 하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의 책보다 2배 이상 컸고, 무겁고, 불편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점자책으로 나온 책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학생을 통해서 점자책 시장이 너무도 열악하다는 걸 알게 된 김주윤. 점자책의 불편함과 콘텐츠의 부족함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일을 해야겠다. 이 일이라면 사명감을 갖고 정말 열성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그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간절하게 찾던 동기였다.

사업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어요.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게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pain killer가 될 수 있는 그런 일을 반드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자꾸 가설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 도움이 되는 것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하기로 했다. 비자 문제로 외국인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충분히 겪었기 때문. 바로 시장 조사에 들어간 그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책 시장이 매우 왜곡됐음을 알게 된다.

전 세계 시각 장애인은 25000만명에 달하는데, 문맹률이 95%에 달해요. 읽을 만한 책이 우선 없어요. 출판된 책 중 점자책은 1%가 채 안되고, 한국은 0.1%도 안돼요. 일반 책을 점자책처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점자리더기가 있는데 이건 가격이 너무 비싸요. 보통 300만원대 정도? 그러다보니 점자를 읽는 법을 아예 배우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문맹과 실업, 가난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시각 장애인들에게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쁨을, 보행하는 자유를, 공부하고 발전하는 즐거움을,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자. 그는 이런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흔히 말하는 점자책 리더기를 훨씬 저렴하게, 그러면서도 좋은 품질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다.

<닷 창업 멤버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김주윤 대표>

braille kindle 만든다

2013년말부터 조사에 들어간 그는 시장을 확신하고 지난해 법인을 차렸다. 회사 이름은 Dot(). 점자 관련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운 이름이다.

우선 10만원(100달러)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처음부터 당장 그 가격에 출시하긴 힘들겠지만 (현재 시중에 있는 점자책 리더기들은 200-300만원대다), 그래도 20만원대에서 출시하는 것은 처음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설명을 하면서 현재 개발중인 제품의 모델을 하나 갖고 와 보여줬다. 물론 작동은 하지 않는 제품이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스마트워치와 흡사했다. 디스플레이 대신에 점자를 표시한다는 게 달랐다. 그 외엔 유사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등 다른 기기와 연동되고 자체적으로 저장 기능도 있어서 녹음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콘텐츠 등을 저장할 수도 있게 돼 있다. 블루투스 4.04GB 메모리칩이 장착돼 있다. 시계 기능은 당연.

저장돼 있는 전자책을 점자화해서 볼 수 있게 해 준다. 시각장애인들로서는 손목에 차고만 다니면 시간도 보고, 책도 읽을 수 있고, 필요한 내용을 녹음해서 쓸 수도 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Braille kindle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설계와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아마존과 제휴도 맺었다.

이런 과정을 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인재의 영입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아니 과연 이런 엄청난 일을 이 분야에 아무런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냥 혼자서 공부하고 잠깐 남의 도움을 받는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나 현재 창업멤버 6명 중 3명이 이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회로설계 및 기구설계 전문가와 점자기술 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소프트웨어 개발 등은 UW에서 김 대표와 함께 왜건 창업을 했던 Titus Cheng이 맡았다. 이런 기술자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Dot은 기존 점자책 리더들이 쓰는 점자 Actuator에 비해 크기는 20분의 1, 가격은 10분의 1로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비싼 점자 기기를 살 수 없는 전 세계의 시각장애인 대부분(95%)에게 Dot을 공급할 경우 시장 규모만 15000억원에 달한다. 돈을 뭉치로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도, 공익사업을 해온 공공기관도 하지 못했던(아니 하지 않았던), 이 어렵고도 지난한 작업을 작지만 큰 꿈을 가진 벤처기업이 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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