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2006년 2월말 다음이 제주도 본사로 기자들을 초청했을 때 석종훈 대표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그 자리에 다른 다음 직원은 없었고,이 말을 직접 들은 사람도 나를 제외하면 불과 3-4명 뿐이었을꺼다.

새삼스럽게 당시 대화가 생각나게 된 것은 요즘 다음이 여러가지 이유로 화제가 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되고 과거 취재 노트를 펼쳐보다 발견하게 된 것이다.(사실은 싱가포르에서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정말 뜬금없이,문득 생각났다.이유는 모른다)
 그의 이런 말은 2년이 넘은 올해 들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뉴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실화됐고,그의 예측 또한 맞아떨어진 것 같다.

석 사장은 그때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당시 배경을 좀 살펴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제주도 본사 이전에 대해 한편으로는 자랑을 하고 싶었고,또 한편으로는 라이코스 껀을 비롯해 계속되는 다음의 투자 및 사업 확대 실패에 대해 변명 또는 해명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느낌상 두번째가 더 강했다.해명을 하려고 하다보니 예민해졌을 수도 있지만 석 사장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미디어의 변화에 대해 많이 언급했던 것 같다.즉 미디어의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다음이 기존 올드미디어와 차별화되며 새로운 가치를 찾을 거라는 식의 대화가 이어졌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미국에서 벤처를 창업해 봤던 석 사장은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 답게 미디어의 변화에 대해 확실히 새겨들을 만한 식견을 갖고 있었다.그는 미디어가 1.0에서 2.0으로 변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이미 열렸고 기존 미디어들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나온 것이 중앙일보 뉴스 정도는 빼도 다음 트래픽엔 손실이 없다는 발언이었다.사례를 왜 중앙일보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요지는 소비자들은 이제 뉴스를 선택할 때 과거처럼 언론사의 신뢰도를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는 거였다.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는 독자들은 단순히 뉴스를 소비하는 역할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거와 뉴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거였다.

아마 그가 중앙일보와(또는 다양한 다른 많은 매체와) 뉴스 공급건으로 상당히 시달렸는지 모른다.하지만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언론사 뉴스의 문제였다.즉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었다.물론 그가 그 사례로 중앙일보를 든 것은 아니었다.그냥 하나의 예였던 것 같다.

나름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취재하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기자라고 할 지라도 뜨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기분이 나쁘고 이런 것을 떠나서 언론사 선배였던 그의 지적을 겸허하게 생각하면 그의 지적은 정말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사실 우리는 똑같은 주제,똑같은 제목,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수백,수천개 기사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하루를 낭비하고 있는가.)

즉 그렇게 비슷비슷한 뉴스로 넘쳐나는 현실에서는 언론사 몇 개 정도 공급이 중단되도 다음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거였다.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얻고,기대하는 것이 상당히 달라졌고,소비자들이 공급자가 되면서 정말 대단한 특종이 아닌한 뉴스에 대한 갈증이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인 것 같다.

 3개 신문사와 뉴스 공급을 해지한 뒤에도 다음의 트래픽은 별 영향이 없고 3개 언론사 사이트가 오히려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 그의 그런 자신감있는 발언은 상당히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계속 이렇게 가다간 언론사들이 먼저 안달이 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언론사와의 관계에서는 자신만만했던 다음이 이메일 파동으로 정신없는 것을 보면서,다음이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메일 파동에 다음이 대처하는 것을 보면,다음은 아직은 결코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미디어2.0 기업은 아닌 것 같다.오프라인의 제조업체와 그들의 대처방식이 다를게 뭐가 있나? 미디어 업체가 미디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중앙일보 등 3사 언론사 뉴스를 빼도 다음에 전혀 지장이 없을 진 모르지만 보안이 한번 잘못되면,네티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면,개방된 인터넷 사회에서 숨기는데 초점을 맞추면 엄청난 폭풍이 몰아친다는 것을 다음이 이번엔 배웠을까.이번에 석 사장은 뭐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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