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삶도 가능하구나

San Francisco&Berkeley 2009. 2. 15. 16:05 Posted by wonkis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정확히 말하면 San Francisco도 아니고 Berkeley도 아닌,Emeryville이라는 곳이다.
마치 무슨 마을같은 이름을 가진 이곳은 인구 5000명의 작은 도시인데,북쪽으로는 리치몬드,동북쪽으로 버클리,남쪽으로는 오클랜드를 두고 있다.

처음에 San Francisco 국제 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친구 차를 타고 Bay Bridge를 건너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데서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바다로 둘러싸인 San Francisco와 해변의 집들,한가로이(사실은 치열하게 먹이를 찾는) 날아다니는 갈매기들,바닷바람을 이겨내며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마치 영화에 나오는 듯한 그런 풍경을 보면서,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살게 된 곳이 그랬다.Emeryville에서도 바다쪽으로 툭 튀어나온 곳에 자리잡은 지역에 있는 아파트단지에 나는 살고 있는데,집 바로 앞이 바다였다!!!! (집을 급하게 구하면서 친구가 수고를 해줬는데,나는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정확히 내가 살 집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있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부서지는 그런 바다가 집 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고  옛날 조류도감에서나 보던 온갖 새들을 물위에서,또는 하늘에서 발견할 수 있다.밤에는 뱃고동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 집 앞의 바다로 나가면 썰물로 인해 형성된 거대한 갯벌이 해변에 형성돼는가하면 이름도 잘 모르는 해양 생물들이 갯벌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노을이 질 무렵엔 청둥오리들이 V자를 그리면서 수평선 위로 날아가고 해질 무렵 아파트 단지엔 너구리(로 보이는 동물)가 수시로 다니며 부지런히 먹이감을 찾는다.  
집 앞 공원에는 마치 어린 시절 읽던 동화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나무가 홀로 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고 그 아래 벤치에는 빨간머리 앤이 길버트를 만나기 위해 기다릴 듯한 그런 분위기다.

그야말로 대자연의 한 복판에 살고 있지만 차를 몰고 2분만 나가면 IKEA,Circuit City,Ross,Safeway를 비롯한 다양한 미국식 대형 체인점들이 나온다.참으로 균형이 잘 잡힌 도시다.

종합해 보면,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무슨 이런 곳이 다 있단 말인가...마치 이제껏 속고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이렇게 살 수도 있는데,나는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나 싶기도 하다.또 한편으로는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이 곳을 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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