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워블로거이자 대학 교수인 Hugh Hewitt이 2005년에 쓴 ‘Blog:Understanding the Information Reformation That’s Changing Your World‘는 나로선 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지만,온갖 핑계를 대며 안보던 책 중 하나였다.

번역본이 없는데 시간이 없어서,이미 사 놓은 다른 책을 보고 난 뒤에 보려고,이미 좀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등등.

그래도 결국 미국에 와서 이 책을 읽게 됐다.UC Berkeley 도서관에 가서 다른 책을 찾다가 서가에 꽂힌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블로그의 붐으로 인한 정보 혁명을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으로 인한 사회상의 변화에 비견할 정도로 큰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일단 이런 전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이 상당히 끌렸다)

왜 이 정도로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나?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은 당시 가장 권위있는 성경에 대한 번역,해석 등의 기능과 권한을 일반인들에게 풀어놓았기 때문.즉 가장 강력한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대중화했다고 할 수 있다.그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구텐베르크가 활자 인쇄술을 고안했기 때문인데,책을 만드는데 비용과 시간이 놀랄만큼 감소하면서 루터의 종교 개혁이 빛을 발한 것이다.

 즉 루터는 죄의 사함과 영원한 구원이 당시 교회가 파는 면죄부를 사는 것에 있지 않고 오직 성경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하나님은 교회가 파는 면죄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격적으로 신앙인 개개인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는 것을 주장했고 이것을 책으로 발간해 대중에게 전파했다. 성경에 대한 접근과 해석이 교회의 극소수 성직자에게만 한정됐던 것이 그로 인해 모든 이에게 개방됐다는 점이다.(즉 저자는 루터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법론적으로 이것이 활자술의 발달로 인해 아주 쉽고 빠르게 일반인에게 전파되고 일반인들이 직접 성경의 해석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에 포인트를 둔 것이다.)

어쨌든,루터의 종교 개혁은 당시 가장 권위있는 미디어인 성경에 대해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했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변화를 통해 종교 개혁 뿐 아니라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을 표현하게 하고 신앙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한편 문화적인 혁신까지 이루어낸 것이다.

현재의 블로그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 저자 주장의 요점이다. 블로그로 인한 정보 혁명은 기존 대형 미디어기업들만이 할 수 있었던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에 대한 분석,해설 등을 대중에게로 확장시켰다.(물론 이것은 블로그만이 한 것은 아니다.)블로그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루터의 사례에서 활자 인쇄술의 발명이 있었던 것처럼 인터넷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명쾌하다. 블로그 혁명 시기에 당신은,또는 당신의 회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블로그 혁명을 종교 개혁에 비유하고 있는 그이기 때문에 그런 context에서 그의 질문을 이해하면 된다.

종교 개혁 시기에 당신이 교황이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당신이 수도사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변화를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을 것인가,아니면 그런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의 관습에 더욱 집착했을 것인가? 당신이 과거 성경을 접하고 해석하는 권한을 갖지 못했던 일반 대중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변화의 시기에 과거의 삶을 그대로 유지했을 것인가,아니면 변화를 인지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람으로의 변신을 꾀했을 것인가.

블로그로 인한 정보 혁명의 시대에 당신은,당신의 회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당신이 기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당신의 회사가 미디어그룹이라면 당신은 그 회사가 어떤 선택을 하도록 조언하거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당신이 블로거라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과거 종교 개혁 시기에 일반인들이 했던 다양한 반응에 비춰볼 때 합리적인 대응이 될 것인가.

흔히 지금 미디어의 변화를 ‘perfect storm’ 이라고들 한다. 이 책의 저자인 Hugh Hewitt 역시 Blog Swarm이 media storm으로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폭풍이 이미 몰아치고 있다면 별로 대응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폭풍이 몰아치지 않았고, 그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면,누구든 준비에 나설 것이다.

그 준비를 언제,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궁금하신 분은 책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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