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

게임이야기 2009. 9. 24. 10:32 Posted by wonkis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09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성이었다.한국 게임업체들이 잘 하고 있다는 소식을 몇년 전부터 들었고 게임업체들 스스로 꾸준히 일본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한국 업체들이 그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백서를 보고 놀랐다.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률은 2008년 완전히 주저앉았다.문화체육관광부의 전망에 따르면 2009년에도,2010년,2011년에도 이런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작년 한해는 불황때문이었다고 경제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2006년에 전년 대비 45%의 성장을 보이며 7억 4700만 달러를 기록했던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은 2007년 성장세가 주춤하며 13.5% 늘어난 848억원을 기록했다.지난해에는 불과 3.1%만 늘어난 874억원에 머물렀다.게임 백서 자료 내용을 그래프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게임 시장의 그래프라고는 믿기지 않는 숫자들이다.향후 5년간 매년 2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유럽의 온라인게임 시장 전망(문화체육관광부)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어찌된 것일까?

불황이라는 변수를 빼 놓고(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변수였으니) 보면 역시 플랫폼의 장벽을 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닌텐도와 소니로 대표되는 콘솔게임 공화국 일본에서 온라인게임이 틈새 시장으로서 이 정도 성장한 것이 결국 한계라는 생각도 든다.일본 비디오게임 시장은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올해부터 성장세를 다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일본 게임업계에선 "비디오게임 유저들이 PC기반 온라인게임으로 거의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마찬가지로 집집마다 콘솔게임기를 갖고 있고 비디오게임이 메이저인 미국과 유럽에서 온라인게임이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온라인게임 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지고 향후에도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에는 좀 더 다른 이유들이 필요해보인다.

게임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중앙대 경영학과 위정현 교수는 "한국 게임업체들이 일본 게임 시장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한다.달리 말하면 '선진국' 일본 게임 시장에 한국적인 경험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의 정체로 귀결됐다는 것이다.(일본의 온라인게임 시장을 사실상 NHN 넥슨 엔씨소프트 등 한국게임업체들이 개척해왔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즉 '남의 나라 시장 문제가 우리 업체랑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넘어갈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것인가? 시장에서는 '신뢰의 상실'을 이야기한다.아울러 온라인게임이 가진 강점이 일본 시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신뢰의 상실은 한국 게임업체들의 미숙한 대응,또는 몇 가지 결정적인 사고들로 인해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7년 하반기에 있었던 국내 대형 게임업체 일본 법인에서 발생한 '직원의 게임 아이템 도용 사건'이었다.그 직원은 즉시 해고됐지만 이 일로 해당 업체 뿐 아니라 한국 문화로 대변되고 있는 일본온라인게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물론 이것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이 한가지 사례로 그렇게 됐을 리 만무하다.2006년 2007년을 전후해 일본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주로 한국산 게임을 타깃으로 한 해킹 사건 및 아이템 도용 사건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문제는 이런 사건에 대해 일본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단순히 한국업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위 교수는 "일본에서 직원의 횡령이나 도용,고객 대상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 민형사상 배상은 물론이고 CEO가 석고대죄를 해도 용서가 될까말까할 정도로 시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결국 시장 초기에 이미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이 기본적으로 익명을 기반으로(아이디만 노출되는) 운영되는 것도 일본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된다.(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특히 일본의 학부모들은 방에 틀어박혀서 익명으로 온라인게임을 하는 자신의 자녀가 역시 익명의 상대방과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일본 법인 실적이 아직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분기별로 널뛰기를 한다던가 흑자전환 적자전환을 반복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시장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장 정직한 숫자로 볼 때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고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 해외 법인 실적 중 가장 자랑할 만 했던 국내 대표적인 게임업체들의 해외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것을 뜻한다.이런 현상은 국내 시장에 머물 수 없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할 한국 게임업계 전반에도 상당한 숙제를 안겨 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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