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중소기업체(IT분야와 무관한) 임원분을 만난 일이 있었다.이 분은 30대 초반인 젊은 남여 직원 두 분과 함께 나왔다.식사를 하던 중 휴대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여직원;요즘 어떤 자리에 가서 휴대폰 얘기가 나올까봐 휴대폰을 아예 꺼내놓지도 않아요.
나;왜요? 휴대폰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여직원;제 휴대폰이 작년에 구입한 건데,다른 사람들이 전부 아이폰 산다고 할 때 괜히 반발심이 일어서 국내사 다른 제품을 샀는데,완전 후회하고 있어요.정말 너무 비교가 되더라구요
남직원;요즘엔 정말 폰은 딱 2가지인 것 같습니다.아이폰이냐 아니냐.아이폰이 아닌 사람은 대화에서도 소외되기 십상이고...
임원;아이폰3GS를 쓰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다른 제조사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 중에도 아이폰4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경우가 많죠.저도 작년에 휴대폰 바꿀 때 아이폰 말고 다른 것 샀다가 크게 데였습니다.제 나이 또래 사람들 중에도 제 휴대폰을 물끄러미 보다가 제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무언의 질문을 합니다. "아이폰 안 사고 왜 이런 걸 샀어?"
이런 식의 대화는 사람들과 만나 자주 벌어진다.이런 대화를 반영하듯 아이폰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 이틀만에 예약 대수가 20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은 이런 숫자로 표현하는 것보다 현실 세계에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안테나 게이트건 부정적인 보도건,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하다.왜 이토록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일까?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유형
주변의 사례를 듣다보니 대강이나마 아이폰을 사는(또는 기다리는) 사람들의 유형이 그려졌다.(아이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1.애플,또는 아이폰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2.꼼꼼하게 비교해보고 사는 사람(합리적인 구매자)
3.남들이 산다니깐 따라서 구매하는 사람
4.최근 트렌드를 알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
◆Hardware as Social Network
유형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아이폰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예약판매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1번 유형은 말할 것도 없고 꼼꼼하게 다른 제품과 비교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은 아이폰을 사는 것이 하나의 기기를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문화와 색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국내에서 처음 유통될 때 비아이폰 사용자들이 아이폰 사용자들에 대해 짜증을 내는 것이 하나 있었다.아이폰 사용자들은 둘만 모여도 아이폰을 꺼내놓고 그것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 일쑤인가 하면 아이폰에 서로 무슨 앱을 깔았는지 비교해보고 심지어는 같은 자리에 나와 앉아 있는데도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듯이 아이폰을 두들겨가며 (문자인지 무슨 앱인지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특이한 것은 그 자체가 소셜네트워크가 됐다는 점이다.사용자들 간에 이토록 -느슨하게나마-어떤 공동체 의식이나 공감대 같은 것이 형성된 적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놀랍다.즉 아이폰의 개별 앱에 상관없이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애플이 어떤 공동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사용자들간에 공동체 의식 비슷한 것이 생긴다는 것이다.재미있는 현상이다.
아이폰에서 촉발된 앱 스토어는 그 자체가 버블일 수도 있고 앞으로 다른 양상으로 바뀔 수도 있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이 선보이는 제품들이 자체로 소셜네트워크로서 기능을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세계에서 연결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끔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 요구 읽지 못한 국내 제조사들의 실책
아이폰이 혁신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내사를 비롯,기존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실책도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수년전부터 일반폰 사용자들 가운데 천편일률적인 휴대폰 디자인이나 기능 등에 크게 실망하는 목소리가 있어왔던 것으로 안다.하지만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휴대폰을 음성 통화 기기로 규정하고 비본질적인 컨버전스에 집중하고 있을 때(휴대폰용 카메라 화소 경쟁 따위가 이에 해당된다) 애플은 휴대폰에 있어서 컨버전스가 뭔지,스마트폰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아이폰을 구매하는 이유가 제품이 좋아서,디자인이 예뻐서 등도 있지만 제품 자체의 소셜네트워크나 공동체에 있다면 다른 제조업체들은 더욱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앱스토어는 흉내낼 수 있고 디자인은 따라할 수 있지만 아이폰이 만든 독특한 문화나 그것이 발산하는 소셜네트워크적 성향은 의도적으로 만든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글,한국형 초기 화면 포기 (6) | 2010.09.03 |
---|---|
한국에서도 전자책단말기 시장 열릴까 (0) | 2010.08.26 |
트위터와 페이스북,방문자수 400만 돌파 (4) | 2010.08.20 |
다음,6년만에 미국에서 철수 (5) | 2010.08.16 |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었나? (3) | 2010.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