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검색 엔진 개발을 내세웠던 벤처기업 첫눈이 NHN에 매각된 지 벌써 2년 가까이 되고 있다.새삼스럽게 첫눈 얘기를 1년이 지나서 끄집어 내는 것은 첫눈 매각 이후 이 바닥의 생태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인터넷 산업을 이끌며 한가락씩 했던 이른바 ‘선수’들은 첫눈의 NHN 인수가 인터넷 벤처의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전한다.

 뭐가 그렇게 달라졌을까? 우선 벤처 기업을 좀 해보려고 했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사라졌다.기술력을 벤처 기업을 세워서 사업을 좀 해보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첫눈에 열광했던 유저들도 돌아섰다.벤처 정신으로 거대 시장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첫눈은 실력이나 매력,대표이사의 자질 등 모든 면에서 최근 보기 드물게 수준 높은 회사였었다.그렇기에 1년이 넘게 지났건만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NHN하고 한번 맞짱을 뜰 만한 선수 중의 선수,장병규 사장이 포기하고 회사를 NHN에 넘겼는데 어느 누가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배인식 그래텍 사장은 이런 업계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요즘에 후배들이나 동기 중에서 새로 사업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내용을 자세히 보기 전에 그 사업이 어느 영역인지 우선 봅니다.웹 분야면 내용을 더 이상 보지 않고 이렇게 말해줍니다.‘나 이거 내용 안 봤다.어느 정도 하다가 회사 파는 게 목적이냐? 그러면 해라.하지만 가격 잘 받기 녹록치 않을꺼다.독립적인 벤처기업으로 계속 커가고 싶으냐? 그러면 이걸로 사업하지 말아라.’
 제가 웹 쪽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어플리케이션을 고집하는 것도 이쪽에서는 승부를 걸어볼 만하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웹에서는 한국에서 이제 정말 네이버,NHN을 넘어서기 힘들게 됐습니다.”

 지금 국내 인터넷업계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해도 웹 기반으로는 네이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절망감이 가득하다.첫눈은 이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줬었지만 결국 NHN의 품으로 들어가 버렸다.NHN이 한국의 인터넷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하면서 벤처 기업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하기 힘들어졌다는 거다.독점 기업의 사회적 비용인 셈이다.NHN으로서는 앞으로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앞장서 환경을 구축해야 할 의무도 생길 것 같다.

 첫눈같은 회사가 다시 국내 인터넷산업에서 등장할 수 있을까.그만한 자본력과 맨파워,기술력과 명성을 지닌 인터넷 벤처 기업이 다시 나올지 의문이다.나만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종사자들이 비슷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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