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유료화를 생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돈이 다 떨어졌기 때문에 유료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하지만 동접 4800명은 일본에서도 유료화를 하기에 쉬운 조건은 아니었다.

 가장 힘든 것은 직원들을 설득하는 거였다.직원들조차 아바타 유료화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자기 자신조차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논리를 세워서 남을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사실 천 대표도 한국에서 성공한 그 모델로 일본에서도 된다는 것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비즈니스에 확신이란 건 없기 때문이다.결국 그것이 대표이사라는 자리의 무거움인 것 같다.그래도 한국에서의 경험이 있다는 것은 역시 좋은 일이었다.한국에서의 경험과 유료화의 진행 과정은 김범수 대표와 김정호 대표가 수시로 전해줬다.
 그리고 천 대표는 사내에서 직원들과 계속 입씨름을 했다고 한다.

 “사장님,솔직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인데요,집 파일(zip file;판매용 아바타를 묶어놓은 파일) 팔아서 도대체 얼마나 돈이 될까요? 사장님의 지시를 받아 이걸 기획하고 있지만 제가 물끄러미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저는 이걸 결코 구매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맞아요.제가 여기 오기 전에 게임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이 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남도 사지 않는다‘는 겁니다.우리는 사활을 걸고 이것을 준비하는데 성공 가능성이 너무 낮지 않은가요?”

 천 대표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수긍이 가는 말입니다.사실 맞는 말이구요.기본적으로 마케터들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하지만 저는 그냥 밀어 붙였습니다. 직원들도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그냥 따라올 수 밖에 없었죠.그래서 직원들을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여러분이나 나같은 30대들은 돈을 쓰지 않겠지만 10대 20대들은 다르지 않을까? 우리는 문구점 가서 장난감 안 사지만 10대들은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상 세계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만드는 아바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유료화 초기 목표는 하루 매출이 100만엔을 넘어서는 것이었다.쉽지 않았다. NHN재팬이 선택한 유료화 모델은 아바타였다.한국에서는 이미 2001년 네오위즈,한게임 등이 성공한 모델이었다.

 유료화 첫날. 4800명에 불과한 동접수에 비해서는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첫날 하루동안 70만 엔의 수입이 들어왔다.많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돈이 들어오는 것을 본 뒤 천 대표는 바로 김범수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이날 상황을 김범수 사장이 직접 전한 적이 있다.

 천양현 대표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습니다.전화 너머로도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흥분한 것을 느낄 수 있었죠.유료화가 성공한다는 것이 한게임재팬의 독자적인 생존을 좌우하는 것이였기에 당연하기도 했지만 한국 게임업체가 해외에서 독자적인 과금 모델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깊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국에서 한게임이 유료화를 했던 과정과 비슷했다.첫날만 그랬고 이후 계속 수입이 감소했다. 15만 엔에 불과한 날도 있을 정도로 어려운 나날들이 계속됐다.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 한게임을 통해 경험해 봤기 때문에 심하게 당황하지는 않았다는 거였다.

 유료화를 한 뒤 첫날 이후로 수익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아직 무료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 만한 새로운 서비스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에서 필요했다.이 때가 천 대표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고민은 너무 많았지만 생각을 너무 해 머리가 쉬지 않는 특이한 병에 시달리기도 했다.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어도 머리가 쉬지 않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원형탈모증에 걸려서 고생도 했다.하지만 무엇보다 특히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 그에겐 가장 힘든 점이었다.아무래도 일본인 직원들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김범수 사장이 천양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2002년 10월 말의 일이었다.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가 왔음을 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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