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

“실리콘밸리를 무작정 따라하려고 하지 말고 피츠버그 사례를 참고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기획재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 주최로 지난 22일 서울 반포 JW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2012년 산업혁신 서비스 선진화 국제포럼’에 참석한 그가 따로 언론인터뷰 시간을 가지면서 그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한편으론 그에게 개인적으로 많은 질문을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음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비교적 길게-1시간 30분 남짓-대화를 나눴다.혁신과 산업클러스터 이론으로 저명한 스콧 스턴(Scott Stern) 미 MIT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명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한국의 첨예한 이슈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듯 했지만 주요 이슈를 설명하면 금방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한국에도 이미 일부산업에서 클러스터(산업집적지)가 형성돼 있다는 것. 반도체, 조선, 해양산업, 통신 등을 예로 들었다. 즉 한국은 클러스터에 이미 성과를 냈지만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은 특정산업, 해양장비, 조선, 통신 등에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여기서 한국만의 비교우위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서비스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 단순히 다른 나라의 사례를 모방해서는 곤란할 겁니다.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사례를 그냥 접목하려고 하면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한국에서 클러스터에 변화가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현상은 한국에서 IT클러스터가 상당히 특화됐는데 통신장비에 있어서 삼성 등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런데 IT 내에서도 다른 클러스터 부분은 상당히 순위가 떨어집니다. 지금 한국의 IT클러스터는 좀 더 서비스에 특화된 측면으로 변화돼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례가 있을 수 있을까. 기존 제조업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이 어떻게 서비스업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는 IBM이 IT하드웨어에서 서비스 회사로 변신한 사례를 들었다. 반도체 제조회사가 물류 등 서비스 회사로 얼마든지 전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물류를 비롯한 서비스 업종에서 새로운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학문적으로 또는 사업적으로 실험하는 것을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스콧 스턴 교수는 Martin Trust Center for MIT Entrepreneurship의 전략경영가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데 여기서는 연구 교육 등을 포괄적으로 하면서도 실제 사업을 하면서 자문도 받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하는 작업도 한다. 

 한국의 경제민주화나 일감몰아주기 등의 논의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지 못한 듯 했다. 하지만 “기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창업 기업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업의 구조를 결정해선 안됩니다. 누가 어떤 사업을 참여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결정해서도 안되죠. 그런 결정은 혁신과 품질이 기준으로 결정돼야 합니다. 그것은 시장에서 결정될 겁니다.”

 ‘한국은 혁신역량, 신기술 개발과 도입에는 큰 성과를 냈다’는 게 그의 진단. 하지만 기업가 정신 육성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자 그럼 이것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그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우선 기업가 정신을 직접 가르치는 것(교육). 그리고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이 재원을 공동으로 조달해 벤처캐피털 등을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누가 기업가이고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규범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세 번째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생이 졸업한 다음에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지 않고 창업을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말린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의 결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기업가, 기업가 정신에 대해 전혀 다르게 보기 때문이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기업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려면 이런 규범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 클러스터는 어떻게 생성될 것인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일일까. 그는 절대적인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모든 클러스터에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보다는 한국에는 피츠버그(펜실배니아) 모델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조화를 이뤄가면서 클러스터를 만든 사례죠. 한때 세계 철강의 중심이었던 피츠버그는 한국이 철강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공장이 폐쇄되고 실업자가 넘쳐나는 등 몰락해 모두들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폐쇄된 공장을 로봇과 IT 실험실 등으로 활용하면서 인공지능과 첨단로봇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는 싸이를 한국형 혁신의 사례로 꼽았다. “싸이는 한국 스타일이 세계속에 강하게 이미지화된 사례. 한국의 또다른 면, 창조성과 예술가적인 측면이 세계적인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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