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무지와 비참함이 있는 한 이런 성질의 책 역시 쓸모 없지는 않을 것이다’

빅토르 마리 위고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출간하면서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인도주의적 세계관으로 일관된 이 파란만장한 장편소설에서 빅토르 위고는 인간 세상의 비참함을 낱낱이 고한다. 

 책에 묘사된 프랑스 하층민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세상은 악으로 가득차 있고, 구원을 바라는 이들의 기도 소리는 세상의 쾌락과 지배층의 핍박에 묻혀 들리지 않으며, 신은 세상을 버린 것 같다. 이런 세상에서 법률과 풍습으로 인한 냉혹하고 가혹한 처벌이 지옥을 만들어냈고, 그리고 그로 인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이 장발장이다. 

 레미제라블을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지녔으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읽는 이에게 저마다 다른 느낌과 깨달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장발장은 숭고한 사랑의 화신이라고 할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사랑을 베푼다.

 조카들을 위해 빵 한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그는 미리엘 주교의 단 한번의 사랑과 자비로 어둠에서 벗어난다. 그 뒤로 그는 일면식도 없었던 거리의 여자의 아이를 맡아 기르고 죽는 순간까지 세상에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면서 산다.

 프랑스 혁명과 장발장의 모습은 조화를 이루는 듯 하면서도 기묘하게 어긋난다. 소설에 등장한 ‘6월 민중 봉기’는 실패로 끝난다. 여기에 장발장은 참여를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주도하지는 않는, 애매한 역할을 한다. 이런 장면을 통해 빅토르 위고는 혁명이 아니라 사랑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빅토르 위고는 그의 첫 유언장에 이렇게 썼다. ‘신과 영혼, 그리고 책임감, 이 세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가 말한 사랑은 영혼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  

 레미제라블이 영화로나, 뮤지컬으로나, 책으로나 어떤 버전으로 나오든 감동과 탄식을 자아내는 것은-그렇게 수없이 읽고 감상해도 계속해서 감동을 주는 것은-빅토르 위고가 설파한 대로, 적나라한 인간 세상의 비참함이 그 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부유해진다고 비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역사가 말해준다.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함과 쓸쓸함이 비참함의 원천이고, 스스로는 절대 자신을 구원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비참함이 지속되는 이유일 것이다. 프랑스 혁명기 못지 않은 삶의 비참함을 우리는 지금도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이여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레미제라블 말미에 장발장은 이렇게 기도하고 그가 회심한 후의 인생을 바쳤던 꼬제뜨의 품 안에서 죽는다. 그의 기도는 사실 시대를 뛰어넘는, 우리들의 기도가 아닐까. 2013년 새해엔, 우리들 모두에게 신의 자비가 임하길. 인간 세상의 이 타락과 비참함이 완화되기를. 좀 더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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