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과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때로는 생각해내는 것 자체가 대단하기도 하지만 상품화의 벽은 높다. B2C 비즈니스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의 엄중함은 겪어보기 전엔 상상이 힘들 것이다. 퍼니버섯(Funny Busut)의 홍지현 대표는 그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몸소 체험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시도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재빨리 습득하고 다음 단계로 한걸음씩 나가려고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창업가를 꿈꾼 건축학도

홍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04학번)를 나왔다. 건축학을 전공한 IT 분야 창업가를 만나기는 매우 오랜만인 것 같다. 졸업을 하고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기까지 그는 다른 길을 생각해보진 않았다. 건축은 전문 분야가 뚜렷하기 때문에 그는 건축사무소에서 일할 때까지 건축가로서 성장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변화의 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다. 그가 일했던 사무소는 홍대 모 교수가 하는 곳이었는데, 그는 여기서 2년 동안 ‘미디어아트’ 분야를 담당했다고 한다. 건축에만 관심을 갖고 있던 그가 처음으로 IT분야에 눈을 뜨는 시점이었다.

“현실을 깨달았다는 이유도 있었어요. 건축사 사무소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하고 나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때마침 디자인 오픈소스와 관련된 워크샵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무작정 여기에 참가했다. 오픈소스와 협업의 힘에 관심이 생긴 그는 아예 IT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SK텔레콤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와 관련한 협력사에서 일하게 된다.

“좀 생소한 분야였을 것 같은데..무슨 일을 했나요?”

“처음엔 아마존서비스 등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분석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엔 기획도 했죠.”

IT 회사에서 일하면서 비슷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동료들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 클라우드컴퓨팅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는 개발자 2명과 함께 스마트TV 앱 공모전에도 나가게 됐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어떻게든 길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스마트TV협회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에서 상까지 받게 된다. 수상을 한 덕에 지원금도 받고 이것으로 앱을 개발해 출시까지 했다. 이게 2013년, 작년의 일이다.

결과는? “잘 안됐어요. 사업성은 별로라는 생각을 그때도 했었죠. 그래도 했던 이유는 기술자로서 도전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이런 분야를 알기 위해 직접 부닥쳐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도 당시 기술적인 이슈가 됐던 멀티스크린 연결 방식도 배우고 앱 시장의 현실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은 작은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자 2명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감을 익혀온 홍 대표는 드디어 2013년 11월, 창업에 나섰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됐다. 이름하여 퍼니버섯의 탄생이다.

<퍼니버섯의 창업멤버들. 뒷줄 왼쪽 두번째가 홍지현 대표.>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이름이 왜 퍼니버섯이에요?”

“제가 버섯을 좀 좋아해요. 하하. 그리고 버섯이 확 퍼지잖아요. 재미가 그렇게 확 퍼지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엔 게임 개발로 시작했다. 단말기를 연결해서 여럿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클라우드업체에 다니면서 멀티스크린 관련 기술 업무를 했었던 게 창업 아이템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 이렇게 시작됐다. 스마트폰을 서로 꺼내서 게임을 실행하면 캐릭터가 각자의 스마트폰을 옮겨다닌다. 이를테면 이 캐릭터를 잡는 게 게임의 내용이 된다.

‘게임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사업을 시작했다.’ 이게 홍 대표의 총평.

“게임은 혼자서 하쟎아요. 네트워크로 연결되서 다른 사람과 경쟁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리적으로는 혼자 붙잡고 하는 게 대부분인데 너무 그런 현실과 동떨어졌죠.”

게임을 4종을 개발했는데 성과는 썩 신통치 않았다. 호평을 받은 게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개발한 게임만으로 회사를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새로운 계기는 생활 속에서 나왔다. “함께 창업한 멤버들이 다들 전형적인 개발자들이에요. 평소엔 말도 없고 계속 일만 하죠. 숫기도 없어요. 그런데 온라인 대화는 정말 잘들 하더라구요. 멤버들하고 온라인 그룹채팅을 하다보니 온라인에선 유머감각들도 있고 재밌다는 걸 알았어요.”

멤버들의 독특한 유머감각을 생각하던 중 유머콘텐츠에 빠져든 홍 대표. 나름의 시장 조사를 통해 유머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있는 반면 콘텐츠 플랫폼은 미진하다고 판단한 그는 멤버들을 설득해 유머SNS를 만들기로 한다. “국내포털사이트의 웃긴사진, 웃긴짤, 움짤등의 키워드 검색량은 하루에 1만건이 넘어요. 웃긴사진하나로 몇십만건 이상의 공감을 얻어낸 콘텐츠도 세상에 너무 많죠. 그런데 우리는 이런 공감가는 유머콘텐츠를 만들어낸 창작자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거의 모르죠.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장이 확산된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서 11월 25일 퍼니버섯이 출시됐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우선 나왔고 12월 중에는 애플 앱스토어 버전도 나온다.

◆유머SNS로 콘텐츠플랫폼 키운다

'퍼니버섯'는 쉽게 말해 유머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SNS다. 유머콘텐츠 작가들이 창작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머캐스트' 기능을 이용, 창작자가 자신의 이름을 건 창작물을 올릴 수 있다. 이용자들은 서로의 유머캐스트에서 '개웃', '썰렁' 등의 '스티커'를 통해 각자의 유머코드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를 주고받는다. 매주 인기 있었던 웃짤을 만든 창작자를 소개하고 재미있는 유머토픽을 통해 이용자들이 공통된관심사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웹툰작가, 시인, 개그작가 뿐 아니라 다양한 UCC 창작자들도 자신의 이름을 건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 할 수 있다. 순수창작물과 그렇지 않은 것은 별도의 마크로 구분된다. 

 대화체로 키워드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창작자가 만든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는 해시태그를 응용했다. #헉, #맙소사, #으리 등 유행어나 신조어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바일메신저 또는 블로그글을 쓰는 사람들이 적절한 웃짤을 손쉽게 찾는 것이 가능해졌다. 

 플랫폼 콘텐츠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에 퍼니버섯은 사용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무분별한 광고는 지양한다는 방침. 창작자의 인기를 통해 얻은 광고수익에 대해 적정한 수익쉐어를 할 계획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SNS 자체가 활성화되야 하고 내부에서 이에 대한 의식이 형성돼 있어야 할 것 같다. 팬덤이 형성된 작가에게 대중이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수익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구글플레이에서 '퍼니버섯'을 검색하면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웹으로도 접속이 가능하다. 12월말에는 애플 앱스토어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대우받고 이들이 정당한 권리와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머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SNS에 그치지 않는다. 검색 엔진으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유머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를 공유하게끔 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유머콘텐츠 창작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창의적인 유머작가가 발굴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었다”며 “불펌의 악순환을 끊고 공유가치를 통해 창작자가 새로운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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