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원하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일을 찾기란 어렵다. 그런 일을 찾아도 자신이 할 수 없는 분야라면 별 소용이 없다. 우먼스톡을 서비스하는 크라클팩토리의 김강일 대표는 그런 일을 찾은 사람이었다. 마침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다. 그래서 그런지 의욕과 패기가 넘쳤다. 포이동 사거리 인근 허름한 사무실에서 만났지만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다시 시작하는 창업

가수를 꿈꿨다. 10대 때는 실제로 활동도 했다고 한다. 래퍼로 활약을 하고 열심히 했지만 별로 도드라지는 재능이 없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됐다. 할 수 없이 그만두고 마음을 다잡고 대학에 들어갔다. 경영학을 전공으로 택해 진학한 뒤 결국 자기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김강일. 나이 스물여섯에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으로 출발했다. POKO라는 캐릭터였다. 첫 도전은 쉽지 않았다. 의사 결정 과정의 어려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실패하게 된다. 다시 사업을 하지 않고 그는 취직을 택했다. 배워야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싸이더스HQ에 입사했다.

싸이더스HQ에서 김강일은 신규사업 기획 일을 맡았다. 일은 적성에 맞았다. 가수를 꿈꿨을 만큼 끼가 있었고, 실제 활동도 했던 그였기에 연예계에 약간의 인맥이 있었다. 돌아가는 생리도 알고 있었으리라. 불과 4년을 일했을 뿐이지만 이 기간 중 초고속으로 승진해 신규사업 팀장까지 올랐다. 서울시내의 한 카페베네 지하에 싸이더스 아카데미 학원을 차렸다. 연예 지망생인 학생들이나 막 데뷔한 연예인들이 배우는 곳이다. 이런 사업을 하면서 그의 연예인 인맥은 더욱 넓어졌다. 하지만 인맥이 넓어진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생활과 마음을 알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갈증이 있고, 실제 생활은 어떤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를 옆에서 보면서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싸이더스HQ에서 그는 카페베네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했다. 소속 연예인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의 제휴 사업 제안이 들어오는데 대부분이 뷰티 분야였다. 화장품이라는 분야와 연예인만큼 잘 어울리는 조합도 없다. 영상제작을 하면 어떨까. 그의 첫 아이디어였다. 회사 내에서 해 볼까.

그래도 애시당초 자기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결국 4년간의 싸이더스HQ 생활을 마치고 회사를 나왔다. 2012년이었다. 하지만 당장 시작하진 않았다. 1년여 기간 동안 여기저기 다른 사람 일을 조금씩 도와주면서 고민을 했다. 화장품과 연예인, 영상제작을 엮어서 유통구조를 만들면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냥 브랜드 사업을 할 것인지, 플랫폼으로 확장을 할 것인지가 그의 주된 고민이었다. 실패를 경험한 뒤 두 번째 사업이었기에, 그에겐 출발선이 정말 중요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해보자

브랜드 사업을 하면 그냥 간단하게 영상 제작을 해서 판매를 하면 될 것 같았다. 초기 안착도 빠르고 매출도 금방 나온다. 대신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시장이 작다. 플랫폼을 하면 새로운 영역의 커머스 시장을 만드는 쪽으로 가야했다. 더 큰 시장이지만 더디게 성장하거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던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세상을 바꿀 만한 그런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어가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던 거죠.”

결국 플랫폼으로 정한 그는 2013년말, 크라클팩토리를 설립하게 된다. 영어 크레이지(crazy)와 미라클(miracle)의 합성어였다. ‘미쳐서 만들면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나온 이름이었다.

그의 기본 아이디어는 결국 커머스도 콘텐츠가 된다는 거였다.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커머스는 콘텐츠 형태를 띨 것이란 예상이었다. “사실 아마존의 궁극적인 경쟁자는 다른 쇼핑몰 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가 될 것이란 외신 보도를 본 적이 있어요. 저의 생각과 마찬가지의 견해인거죠. 콘텐츠를 경험한 사람은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결국 커머스라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나열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구매로 이어지게끔 효율적이고 매력적으로 상품을 어필하는 것인데요, 콘텐츠는 이런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화장품을 그냥 사진이나 기본 정보 정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영상을 찍는 것이다. 그것도 연예인이 나와서 사용하는 모습을 광고처럼 찍기도 하고, 아주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효과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15-20초의 짧은 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6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해 201469일 드디어 앱을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베타서비스 형태로 내놓았다. 소비자들은 분명 앱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앱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결제가 잘 안됐고 앱 자체에 결함도 많았다. 에러가 잦았다. 이래서는 서비스를 계속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고심 끝에 그는 서비스를 일단 내렸다. 이대로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안좋은 인식만 심어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비디오 커머스로 쿠팡 이긴다

절치부심한 그는 개발진을 새롭게 꾸리고 처음부터 다시 개발했다. 그래도 7개월 가까이 걸렸다. 29일에서야 다시 선보일 수 있었다. 일단 모바일 웹과 PC버전만 출시했다. 우먼스톡은 이렇게 진통을 겪은 끝에 나왔다. 다행히 1차 시도때와 같은 그런 에러는 없었다. 77일에 앱도 내놨다. 앱을 내놓은 이후 사용자들이 급증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PC버전만 처음에 출시했을 때는 하루에 5000명씩 들어왔는데 이제는 2만명씩 서비스를 쓰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서비스를 비디오 커머스라고 불렀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그것을 통해 소비자들이 정보를 알게 한 뒤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하는, 한국에서는 최초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오 물건을 동영상으로 판매하는 건데요. 미국에는 벌써 2011년 창업한 조이어스라는 기업도 있습니다. 구글 창업멤버 출신들이 만든 회사죠. 미국에서는 동영상을 보여주면 그냥 사진이나 텍스트로 된 정보를 접할 때보다 소비자들이 5배나 더 많이 구매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우선 비디오 영상을 잘 찍는다는 것. 그에게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는 듯 했다. 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당히 저렴한 비용에 연예인이 등장하는 화장품 관련 동영상을 촬영한다. 물론 영상 수준도 대단히 높다. 립스틱 하나를 사더라도 알법한 연예인이 쓰고 있는 장면을 확인하고, 효과나 특징 등에 대해 동영상을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다면 지갑을 열 확률이 높아진다.

쿠팡을 이겨야죠. 저도 커머스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쿠팡을 이긴다는 목표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하그는 당차게 목표를 밝혔다. 비디오커머스라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다는 게 그의 생각. 영상을 보면 굳이 말이 필요없습니다. 어떤 제품인지 바로 알아요. 그래도 영상에 자막을 달아서 글로벌로 진출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먼스톡은 화장품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판매하는 것이다. 영상을 찍고 물건을 파는 것은 우먼스톡의 몫이지만, 이게 가능하려면 좋은 화장품 업체들이 많이 입점을 해야 한다. 처음엔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영상을 찍어줄테니 입점하라고 요청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연예인이 나오는 상품 영상을 찍어줄테니 입점을 해달라고 했죠. 지금은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많은 업체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먼스톡의 강점은 입점하는 업체에 대해 영상제작과 연예인 섭외 비용의 혜택을 준다는 것. 즉 입점하면 영상제작과 연예인 섭외 관련 비용을 일체 우먼스톡에서 감당한다. 대신 물건을 싸게 팔아야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업체들로서는 마케팅 리소스를 얻게 되고 자신들의 화장품에 대한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우먼스톡에는 2000여개의 딜이 올라와 있다. 이 중 1200개가 국내 최저가라는 게 그의 설명. 이처럼 영상 제작을 우먼스톡이 부담하면서 최저가 판매를 유인한 것이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먼스톡은 하루에 하나씩 방송 딜 영상을 띄워놓고 있다. 최저가 제품이다. 하지만 곧 시간대별로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카테고리도 화장품에서 다른 군으로 확장한다. 중국 등 해외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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