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Undergog). (사회적) ‘약자란 뜻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기업가를 배출하고 싶다는 김정헌 대표의 뜻이 들어간 이름이다. 이미 소셜벤처 딜라이트와 프로젝트 옥(OK)의 우주 사업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한국에서 제도상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기업가와 정의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그는 스스로를 소셜벤처사업가라고 말하곤 한다.)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 왔던 김정헌이 이번에는 소셜벤처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로 돌아왔다.

혁신에 도전하는 사회적 기업가 양성소

2014년은 김정헌 대표에게 변화의 시기였다. 기존 프로젝트 옥 사업을 과거 딜라이트 공동창업자였던 김정현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다른 일을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 당시에도 김정헌 대표를 만나 자신이 만든 사업에서 왜 나오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김정헌 대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며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처럼 다시 창업에 나섰다. 분야는 여전히 사회적 기업이었지만 방식이 사뭇 달랐다.

야구에도 보면 선발투수가 있고, 중간계투, 마무리가 있쟎아요. 그런데 저는 선발투수 스타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계속 일만 벌일 수는 없을 것 같고, 새로운 일을 계속 시작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 봤어요.”

그의 결론은 사회적 기업을 계속 창출해내는 것. , 사회적 기업 분야의 컴퍼니 빌더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컴퍼니 빌더의 역할과 하는 일, 과정 등을 알아보니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즉 어느 정도 스스로 자금 마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그래도 어렵게 찾은 새로운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 돈이 좀 부족해도 작게라도 시작해보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20154월에 설립된 언더독스는 사회혁신가들의 사회적 기업을 통한 새로운 시도에 초점을 맞췄다. “절대적 강자가 존재하는 경쟁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약자의 승리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을 underdog effect라고 합니다. 제가 고민했던 것은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적 가치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성공률이 대단히 낮다는 것, 하지만 결코 뒤로 미루기만 할 일은 아니라는 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걸 저는 하고 싶었던 거구요.”

강력한 멤버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리얼씨리얼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거쳐 삼성전자 사내벤처인큐베이팅 업무를 했던 장수한, 딜로이트컨설팅 출신의 문성화, 소셜벤처 창업 경험이 있는 박준규, 그리고 변호사 조준성 등이 언더독스의 경영진이 됐다.

김정헌과 창업멤버들은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아니, 그 전부터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행 방법을 모르거나 뜻은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찾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찾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기본적인 준비가 필요한 사례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언더독스의 사업 프로그램이 정해졌다. 우선 사회적기업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언더독스 사관학교, 그리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마케팅, 브랜딩 지원을 하는 언더독스 스튜디오, 마지막으로 인큐베이팅을 수행하는 언더독스 레이블 등이다.

온라인 프로그램 강화..해외로 나간다

20157월 첫 번째 프로그램을 시작한 언더독스 사관학교는 국내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9명이 1기로 뽑혀 교육과 훈련을 수행했다. 6주의 기간 동안 300시간 이상 집중 훈련을 받았다. 거의 집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집중적인 교육 과정이 이어졌다고 한다. 과정이 끝나자 3개의 소셜벤처 창업팀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3개의 사회적 기업을 세웠다.

버려진 폐이어폰으로 팔찌를 만드는 회사, 건물의 공간을 공유하고 관리하는 부동산매니지먼트 회사, 그리고 파트타임 보모를 연결해주는 회사 등이 그것이다. 첫 번째 회사의 경우 이미 수출까지 진행되고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회사 모두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

<지난달 수료한 언더독스 사관학교 2기생들의 수료식 모습. >

201512월에 시작된 2기에는 17명이 교육을 받았다. 2월초 졸업을 한 2기생들 가운데에서도 3개의 회사가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3월에 실시되는 3기생들 역시 17명으로 구성돼 교육이 곧 시작된다.

언더독스는 최근 언더독스 부산 사관학교 프로그램도 새롭게 만들었다. 21명의 창업 지망생들이 모여들었다. “부산은 온라인 강의를 위주로 하고 있어요. 1회 정도, 한번에 4시간에서 6시간 정도를 오프라인 교육에 할애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원격교육입니다.”

부산에 원격 사관학교 모델을 도입한 것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가능성 때문이다. 즉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모델이라는 뜻이다. 그가 이런 모델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해 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런던을 방문하면서부터. 당시 사회적기업가들을 초청해 워크샵이 개최됐는데 그는 소풍의 한상엽 대표와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런던에 가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사회적기업가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어요. 그건 한국의 사회적 경제 영역이 비교적 넓다는 것이죠. 대부분 아시아국가에서는 사회적 기업가 자체가 희소할 뿐 아니라 관련 분야에 자금이 없는 상태이고, 홍콩의 경우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에 따른 자금은 충분한 데 이를 할 만한 기업가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해당 사회의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기업가에 대한 교육 수요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교과 과정을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는 해외 대학들의 모델 등을 참고해 온라인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분야는 창업, 직무, 인문 등 3가지. 교육 모델을 갖고 해외 진출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그 전에 교육 과정에 대한 고도화 작업이 필수다.

언더독스는 현재 사관학교 교육 전 과정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B2B로 사업을 해서 돈을 번 다음 여기서 번 돈을 사관학교에 투자하는 식이다. 유료화도 검토하고 있지만 흔히들 생각할 수 있는 교육 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유료화는 하지 않겠다는 계획. 즉 일단 무료로 교육을 하되 창업을 하지 않는 팀에 대해서만 유료를 하는 방식이다.

사관학교 과정은 스튜디오나 레이블 사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사관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팀에 대해 디자인과 마케팅 차원의 지원(언더독스 스튜디오)이 들어가고 법인화를 위한 본격적인 인큐베이팅(언더독스 레이블)을 하는 것이다. 투자 회사들과의 연결도 포함된다. 실제로 언더독스는 1기 배출 창업팀에 대한 투자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사관학교에 들어오는 팀을 뽑을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나요?”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인지를 확인합니다. 온전히 모든 것을 걸고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실제 교육 과정도 그렇구요. 사회적으록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적으로도 돈을 버는 사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사람인지, 그게 중요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의지도 없고, 실제로 일을 만들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되게끔 하는 사람은, 그런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라는 것. 그게 소셜 벤처에 계속 시도하면서, 가치와 값의 공존을 놓고 고민해 온 김정헌 대표가 찾아낸, 벤처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하나의 기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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